침묵은 금이다. 하지만 이것도 때를 넘어가면 의혹이 생길수 밖에 없다.

퉁퉁 부은 고름을 짜내줘야 새살이 돋아나듯 이젠 침묵을 깨고 말을 해야 할때다. 왜냐하면 당사자의 침묵이 길어지면 그만큼 확인되지 않은 그리고 본질에서 벗어난 말들이 호도되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는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떠났다. 전지훈련은 한 시즌을 위한 최종훈련이다.
이 기간동안에 체력훈련은 기본에 기술훈련, 그리고 연습경기 등을 통해 그동안 잊혀졌던 실전 경험을 되찾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KIA의 4번타자 최희섭은 명단에 없다.
‘설마’가 현실이 됐고, 급기야 선동열 감독은 “최희섭 없이도 괜찮다”라며 선수 한명 때문에 좌지우지 될 팀 분위기 저하를 미리 차단했다.


이 발언은 평소 선동열 감독의 야구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례적인게 아니다. 그만큼 의욕적으로 출발하려는 KIA 코칭스탭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최희섭은 개인 사정의 이유로 워크숍에 불참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개인 사정이다. 그리고 새해 첫 훈련에도 불참했다. 이유는 감기 때문이었지만 마무리 훈련이 끝나고 내준 과제(체지방률)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팬들의 비판에도 시달려야 했다. 실질적으로 최희섭이 얼굴을 공개한 것은 이날이 마지막이다.


이후 KIA는 전지훈련 전까지는 최희섭이 어떠한 액션을 취하길 바랬지만 감감무소식이었고 급기야 넥션과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기도 했다. 비록 트레이드는 불발됐지만 트레이드를 접촉했다는 것 자체로만 보면 최희섭은 물론 팀 역시 마음이 떠났다는 걸 방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KIA는 최희섭의 향후 거취 문제를 들고 나왔다.
경우에 따라선 ‘임의탈퇴’나 ‘제한선수’로 묶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이다. 이건 정말로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야구선수가 ‘임의탈퇴’나 ‘제한선수’로 묶인 다는 것은 직업에 종사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한선수’는 선수가 개인적인 일로 인해 활동을 중단했을 시 소속구단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러한 공시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즌 중이라도 얼마든지 경기에 나설수는 있지만 이미 훈련부족이란 걸 증명해준 최희섭으로선 한 시즌을 포기할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수 있다.


‘임의탈퇴’가 됐다면 최희섭의 올 시즌은 없다. 소속 구단에서 임의탈퇴를 풀어주지 않으면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는 물론 소속팀 KIA에서도 뛸수가 없기 때문이다. 선수 입장에선 최악의 형벌(?)인 셈이다.


그렇다면 KIA는 왜 최희섭에게 ‘임의탈퇴’ 나 ‘제한선수’ 조치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었을까.

새술은 새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올해 KIA는 의욕적으로 시즌을 맞이한 팀이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감독과 수석코치(이순철)를 맞아 들였다는 것은 KIA의 생각이 그만큼 많이 변했다는 방증이다. 과거(최근까지) 해태색 지우기에 올인했던 KIA의 이러한 입장변화는 감독에게 전권을 쥐어주며 그만큼 팀을 장악하라는 무언의 메세지다. 그런데 최희섭 문제가 터져 나오며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했다.

팀에 애정이 없는 선수를 끌고 가봐야 이득될게 없다는 판단, 그리고 불확실한 입장 표명이 낳은 괘씸죄도 적용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최희섭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선수는 말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지만 침묵을 할때와 그렇지 않을때를 구분할줄도 알아야 했다.
지금까지가 최희섭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들이다.


최희섭이 팀 복귀를 표명했다. 최희섭은 현재 광주 잔류군에 포함돼 훈련중인 선수들과 19일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하지만 최희섭 복귀는 많은 아쉬움과 함께 뒷맛이 개운치 못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본문에도 있지만 이미 KIA 구단이 초강수를 둔 상황, 그리고 넥션과의 트레이드 실패에 따른 궁지에 몰려 스스로 백기를 들었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기 때문이다.

쉽게 올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먼길을 돌아서 왔다는 인상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앞으로 최희섭을 향한 팬들의 눈길과 의중이다. 노파심일수도 있겠지만 팀에 애정이 없어 트레이드 이야기 나왔던 선수에게 과연 얼만큼 과거와 같은 애정을 보여줄것인지가 의문시 된다. 혹여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기에 훗날 기회가 왔을시 떠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 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임의탈퇴’나 ‘제한선수’ 라는 말이 나온 후 복귀 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반대로 말하면 만약 트레이드가 성공했다면 최희섭은 미련없이 KIA를 버리고 서울팀으로 이적했었을까. 하는 배신감에 사로잡힌 팬 역시 충분히 있을수 있다는 말이다. 오갈데 없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뻔한 최희섭이 백기를 들고 투항을 한듯한 느낌이 드는것도 이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최희섭 문제는 결자해지(結者解之)가 됐지만 앞으로 최희섭을 바라보는 시선 만큼은 최희섭 스스로에겐 많은 부담으로 작용될 가능성 크다.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이 금방 기억속에서 사라질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최희섭은 선수들과의 유대관계가 좋은 선수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핵심은 이것이 아니다. 멘탈적인 문제나 팀 분위기와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거론하고 싶지가 않다는 뜻이다.
우려되는 것은 팀에 대한 애정이다. 위기를 모면하고자 팀 훈련에 합류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야구 외적인 일들로 인해 팬들의 눈 밖에 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애정은 없던 힘도 솟구치게 한다. 그 옛날 요미우리 입단을 꿈에도 그리던 기요하라 카즈히로가 세이부에 입단했을때 흘렸던 눈물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신이 그렇게나 뛰고 싶었던 팀으로부터의 외면, 그리고 입단이 좌절됐을때 느꼈을 배신감은(비록 훗날 요미우리에서 뛰긴 했지만) 애정이 없으면 있을수 없는 일이다. 과연 최희섭은 이러한 애정이 KIA라는 팀에 남아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떻게 팬들의 시선을 돌려놓을까.


최희섭의 훈련복귀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주포의 부재를 떠나 팀 전체적인 라인업 구성에 있어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뒷맛이 씁쓸한지 모르겠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모습들이 ‘황포의 눈물’이 될것인지 아니면 ‘올기강의 눈물’이 될것인지는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이걸 최희섭이 알아야 한다.





사진/ KIA 타이거즈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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