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튼에 대해 조금만 깊게 파고들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뛴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했고 홈런도 30개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2000년부터는 4할대 출루율과 5할대 장타율까지 매년 달성하며 강타자의 이미지를 기록상으로도 증명하고 있습니다. 헬튼은 메이저리그 데뷔후 3003타수만에 1000안타 고지에 올라 2977타수만에 1000안타 고지에 오른 스즈키 이치로에 이어 역대 최소타수 1000안타 부문 공동 2위에 올라있기도 하구요(또 한명의 공동 2위는 푸홀스).
헬튼은 2005년까지 현역타자중 가장 높은 통산타율(3할3푼6리)를 기록하고 있으며 OPS도 10할4푼으로 10할5푼3리를 기록중인 본즈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실력도 뛰어나고 꾸준하며 이미지도 깔끔한데 인기나 팀에서의 위상은 생각보다 높지 않고 평가도 본즈나 푸홀스에 비하면 떨어지니 본인으로서도 답답하지 않을까요?
헬튼의 선수생활은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 전미 아마추어 드래프트 1라운드 8번으로 콜로라도에 지명된 헬튼은 1998년 풀타임 1루수로 첫 시즌을 보내며 25홈런 97타점에 3할1푼5리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팀내에는 당시 최전성기를 보내던 래리 워커가 버티고 있었고 좌익수 단테 비??이 22홈런 122타점 3할3푼1리의 타율의 성적을 보여주는 등 불방망이를 휘두른 탓에 헬튼의 활약은 돋보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내심 기대하고 있던 신인상은 데뷔 첫해 한경기에서 20개의 삼진을 잡으며 팬들을 열광시킨 케리 우드에게 돌아가 헬튼은 ‘풍요속 빈곤’ 의 1998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1999년도 워커와 비??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던 헬튼은 2000년 부상으로 주춤한 워커와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한 비??을 제치고 드디어 팀내 최고의 타자로 부상합니다. 42홈런 147타점 3할7푼2리의 타율. 그러나 팀 성적이 82승 80패에 그쳤고 타자에게 유리한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쓴다는 불리함(?) 때문에 ‘야구장의 덕을 본 과장된 기록’ 이라는 혹평에 시달려 활약만큼의 대접을 받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렇지만 헬튼의 활약에 고무된 콜로라도는 2001년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싸움에 합류했고, 그 결과 마이크 햄튼(8년간 1억 2100만달러)과 데니 니글(5년간 5100만달러)이 거액을 받고 선발진에 합류했습니다.
힘을 얻은 헬튼은 2000년을 능가하는 49개의 홈런과 146타점, 3할3푼6리의 타율로 타선을 이끌었고 워커도 부상에서 회복하며 38홈런 123타점, 3할5푼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햄튼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이 제몫을 못하며 콜로라도는 오히려 1년전보다 더 나쁜 성적을 올렸고(73승 89패) 따라서 헬튼의 활약도 별볼일 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대했던 2001년 무너진 콜로라도는 2002년부터 오랜 침체기에 들어갔고, 의욕을 상실한 콜로라도 구단은 주축 선수를 하나씩 팔아치우며 리빌딩을 시도했습니다. 2002시즌이 끝나고 후안 피에르와 햄튼이 트레이드 됐고, 니글은 골칫거리로 전락한 후 2004시즌이 끝나고 방출됐죠. 그와 함께 중심타선을 이뤘던 워커도 2004시즌 중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 되며 헬튼만이 홀로 남게 됩니다. 헬튼은 9년간 1억 4150만달러의 계약을 맺으며 팀에 잔류했지만 우승을 향한 의지도 없이 무기력한 시즌을 보내는 소속팀 때문에 매년 3할 이상의 타율 3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고도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게다가 침체에 빠진 콜로라도에서 1000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으며 팀 전체적으로는 별다른 이득을 주지 못하는 헬튼에 대한 ‘무용론’ 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팀 성적은 바닥인데 고액연봉자를 계속 데리고 있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고 헬튼에 대한 트레이드 루머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2005시즌을 앞두고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헬튼을 영입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구요. 헬튼의 잔여 연봉이 좀더 적고, 계약기간이 좀더 짧았다면 헬튼은 진짜로 콜로라도를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30세를 넘기면서 건강함의 대명사였던 그가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를 빠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2005년에도 장딴지 부상으로 시즌 중반 결장했고 2006년도 시즌 초반 장염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죠. 그렇게 헬튼이 주춤하는 사이 어느덧 푸홀스와 데릭 리가 슬슬 쫓아와 헬튼이 독식하던 내셔널리그 1루수 올스타 자리마저 뺏아가 버렸습니다.
반면, 콜로라도는 헬튼이 빠진 상황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지구의 팀들이 전체적으로 침체기를 겪었지만 콜로라도는 후반기 들어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며 성적을 끌어올렸죠. 선발진에 김병현이 합류하며 힘을 실어줬고 마무리 브라이언 푸엔테스가 안정된 활약을 펼쳤습니다. 타선에서도 개럿 앳킨스, 브래드 호프, 맷 할리데이등이 등장하며 맹타를 휘두릅니다. 우승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했지만 후반기 가장 돋보인 팀은 콜로라도였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그렇게 콜로라도는 리빌딩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데 헬튼은 그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보통 팀이 리빌딩에 들어가도 스타급 플레이어 1-2명 정도는 남겨놓기 마련이고(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제이슨 지암비가 대표적인 예) 그 선수가 ‘큰형님’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이끄는데 헬튼은 아쉽게 그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했습니다.
2006시즌 초반 투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콜로라도는 16일 현재 22승 17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5월들어 상승세를 구가중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때문에 2위로 내려앉긴 했지만 4월 한달 내내 1위자리를 고수하기도 했죠.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콜로라도는 샌디에이고의 부상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LA 다저스의 선전으로 힘든 순위싸움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데뷔 10년차를 맞는 헬튼의 활약이 이제 빛을 발할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동안 개인 성적은 좋았지만 팀에는 별로 기여한 바가 없었고 그 덕에 푸홀스나 라미레즈 같은 타자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으니까요.
진정한 팀 스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앞을 가로막는 사건 때문에 한단계 더 성장하는데 실패한 헬튼. 올해 더욱 좋은 활약을 펼칠 기회를 맞은 그가 더 이상 ‘비운의 스타’ 로 남지 않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 ‘진정한 슈퍼스타’ 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그냥 이대로 혼자 잘하다 선수 생활을 끝내기에는 그의 재능이 너무도 아깝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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