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밤하늘을 뚫고 펜스 뒤로 날아가는 타구를 보면 누구라도 시원함을 느낄것이다.
투수의 공을 한정된 공간에서 가격해 수비수들의 방해 없이 완전무결한 안타가 되는 홈런이야말로 야구의 꽃.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는 모르지만 홈런은 정말로 "야구의 꽃"이라 불러도 될 가장 가치있는 타점이다.
인간의 본능중에는 최고를 추구하는, 그리고 관심을 갖게 하는 어떠한 인자가 들어있는듯 하다.
그래서 가장 빠른 공을 뿌리는 투수에게 열광을 하며, 가장 많은 홈런을 쳐낸 타자에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야구(타자에게)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것은 출루율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막론하고 타자의 가치를 평가할수 있는 가장 정확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타격의 지표로 삼는 에버리지는 그래서 출루율의 이면에 있어 가장 대표가 되는 기록이 아닐까 싶다.
2008년도 한-미-일 야구가 모두 끝난 지금 각종 타이틀 홀더의 주인공이 모두 가려졌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즌이 끝나면 홈런왕은 알지만 타율왕은 관심이 없는 분야가 된듯한 느낌이다. 한국은 김태균(홈런 31개),일본의 센트럴리그는 무라타 슈이치(46개), 퍼시픽리그는 나카무라 타케야(46개), 메이저리그의 아메리칸리그는 미겔 카브레라(37개), 내셔널리그는 라이언 하워드(48개) 가 올시즌 각 리그 홈런왕들이다. 야구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위에 열거된 선수들의 이름정도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반면 각리그 타율왕( 언젠가 어떤분이 언급했다시피, 타격왕은 에버리지가 높은 타자에게 붙여서는 안될 칭호다. Batting king(타격왕) 은 타격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타율 하나에만 국한시키기엔 무리가 따를수밖에 없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타율 1위가 타격의 전부분을 대명사하는 king 이라고까지 해야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은 언제부터인가 관심 밖의 기록으로 인식되는듯 하다.
홈런도 그 자체로만 보면 안타에 해당되기에 타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다만 타율은 높은데 홈런 생산력이 떨어지는 타자들은 신체적 조건과 파워차이로 인해 본인에 맞는 타격자세를 가지고 있을뿐이란걸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타율을 홈런에 비해 낮출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물론 팀에 미치는 영향은 홈런에 비할바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필자역시 타율보다는 홈런을 생산해내는 타자를 더 선호한다. 어찌됐던 간에 타격의 매커니즘상 안타 보다는 홈런을 쳐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야구에 들어서서 타율 1위에 대한 저평가가 생각보다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올시즌 각 리그별로 타율 1위에 오른 선수들을 끄집어 내고 싶었다.
[조 마우어 타격장면]
2008 메이저리그 타율왕
아메리칸리그 - 조 마우어(미네소타 트윈스)
미네소타 트윈스의 미래라고 평가받는 조 마우어가 올시즌 타율 1위에 올랐다.
1983년생의 이 젊은 타격기계는 포수라는 힘든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가장 정교한 타자에 등극한 것이다.
올시즌 146경기에 출전해 536타수 176안타 타율 .328 홈런 9개 85타점을 기록했다. 정교함을 평가하는 기준중에 하나인 삼진은 겨우 50개만 당했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마우어의 타격을 전통적인 관점에서 평가하자면 정말로 군더더기가 없는 훌륭한 선수다. 하체 밸런스, 런치포지션 이후 뒷 엘보우이동, 적절한 스트라이드 보폭 등 그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만큼 정교한 배팅동작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6년에도 리그 타율 1위(.347)에 오른바 있는 마우어는 당시 미-일 올스타전에도 참가했을만큼 일찍부터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다.
올시즌 타율 2위(.326)는 리그 MVP를 수상한 보스턴의 더스틴 페드로이아다.
내셔널리그 - 치퍼 존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즌초반 한때 4할 타율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만큼 맹타를 휘두른 치퍼 존스가 리그 타율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으며 그 덕분(?)에 타율과 출루율(.470)부분에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올시즌 존스는 128경기에서 439타수 160안타 타율 .364 홈런 22개 75타점을 기록했다.
1972년생의 베테랑타자인 존스는 스위치 히터로서 타이밍을 잡는 짧은 스텝, 여타의 타자들에 비해 파워포지션동작이 큰편인데도 노련한 타자답게 좌,우 타석모두 뛰어난 배팅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 나이가 나이인만큼 언제까지 전성기를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선수의 쇠락은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공에 대한 순발력도 있지만, 부상때문에 자신의 기량을 감퇴시키기 때문이다.
올시즌 타율 2위(.357)는 리그 MVP를 수상한 세인트루이스의 알버트 푸홀스다.
[최고의 교타자라 평가받는 아오키 노리치카]
2008 일본프로야구 타율왕
퍼시픽리그 - 릭 쇼트(라쿠텐 골든이글스)
외국인타자인 쇼트가 리그 타율 1위에 올랐다. 세이부의 나카지마 히로유키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차지한 타이틀인지라 그 의미가 크다고 할수 있다.
1972년생인 쇼트는 올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493타수 163안타 타율 .332 홈런 12개 71타점을 기록했다. 그가 당한 삼진갯수는 고작 51개. 쇼트는 작년시즌에도 리그 타율 2위에 오른바 있는 전형적인 교타자형 외국인 선수로 노무라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선수다.
팀에서는 한때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했던 호세 페르난데스와 노장의 투혼을 매시즌마다 보여주고 있는 "불꽃부활의 화신" 야마사키 다케시와 함께 중심타선의 축을 이루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리그 타율 1위를 달리다 막판에 쇼트에게 타이틀을 넘겨준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유격수인 나카지마 히로유키가 아깝게 2위(.331)에 머물렀다.
센트럴리그 - 우치카와 세이치(요코하마 베이스타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상이었다. 2001년 이후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중 단 한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한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가능성이야 항상 열려있던 선수였지만 말이다. 1982년생인 우치카와는 시즌전 아오키 노리치카의 2연패가 확실하다던 전문가들의 평가에 제대로 테클을 걸어버렸다.
우치카와는 올시즌 135경기에 출전해 500타수 189안타 타율 .378 홈런 14개 67타점을 기록했다. 팀에서는 주로 3번자리를 맡으면서 4번 무라타와 5번 요시무라의 주타점원으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예비엔트리에 뽑힌 우치카와는 내년시즌이 자신의 평가를 결정짓는 한해가 될듯싶다. 이치로-아오키 로 이어지는 일본야구 교타자 계보에 그의 이름을 올리기엔 한시즌만의 성과로만 단정짓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타율 2위는 시즌초반 부상과 베이징 올림픽 참가등으로 112경기에만 출전한 야쿠르트의 아오키 노리치카(.347)다. 센트럴리그 사상 최초로 200안타(2005년)를 기록했고,작년시즌 이부분 타이틀 홀더였던 아오키는 절치부심 내년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2008 한국프로야구 타율왕 - 김현수(두산 베어스)
김현수로 인해 즐거웠던 한해였다. 이제 겨우 만 20살인 이 청년이 앞으로 보여줄 폭발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올시즌 김현수는 126경기 모두 출전하며 470타수 168안타 타율 .357 홈런9개 89타점을 기록했다.
김현수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볼넷과 삼진 비율 그리고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만큼 이미 타격기술이 정점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김현수는 4사구 85개를 얻는동안 삼진은 고작 40개만 당할정도로 미친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삼진갯수만 보자면 농익은 베테랑 교타자의 모습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리듬을 스스로 조절하는 앞발 리프팅, 그리고 짧은 레그동작은 마치 스프링과 같은 모습이었다.
현존하는 국내야수중 미트포인트가 가장 뛰어난 타자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을정도다. 어떤 구종,어느 코스의 공이라도 자유자재로 때려내는 타격기계와 같은 모습도 이러한 타격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일본에 아오키 노리치카가 있다면 한국에는 김현수가 있다라는 평가를 받는날이 멀지 않은듯 싶다.
불과 1년 반짝활약에 호들갑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기록이 아닌 타격기술적인 면에서 봤을때 그의 앞날이 밝아보이는것은 필자의 눈에는 당연하다.
타율왕은 중형차를 타고 홈런왕은 세단을 탄다는 말이 있다.
또한 타율은 타격의 운적인 요소가 포함된(빗맞은 안타등)것도 있으며 홈런은 빗맞아서는 나올수가 없기 때문에 그 가치에 분명 차이점은 인정해야 한다.
수많은 타격의 방법론중 교타자와 장타자를 구분하는 것 역시 비례할수는 없다. 희소성에 가치를 둔다면 장타자가 더 대접을 받는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에서 타격은 어찌됐던 히팅으로부터 시작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타율 1위가 여타의 타이틀 홀더보다 푸대접을 받고 있다. 타격의 기술적인 차이점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파워와 신체조건때문에 "타율왕" 의 가치를 쉽게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MLB photo, 야쿠르트 스왈로즈, 경향신문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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