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활약하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도쿄 돔 전경/ⓒ 요미우리]


“ 개천에서 용 난다 ”라는 옛 속담이 있다.
변변치 못한 집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올수 있다는 뜻인데 개인적으로 난 이 속담을 굉장히 부정하는 편이다. 옛날이야 없는 집 자식들이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훗날 성공을 거뒀다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는 있는 집이 계속해서 잘 살아갈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경기 한파로 그동안 다녔던 애들 학원을 끊었다는 주위 분들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가 힘든 세상이 되고 말았다.

제 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랙식(WBC)은 일본의 우승으로 끝났다. 비록 우리 대표팀은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대회기간 내내 보여준 경기력은 본토야구 전문가들은 물론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우리팀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부터 코칭스탭 구성까지 큰 내홍을 겪은바 있다. 또한 해외파 선수들의 참가여부를 놓고도 많은 혼선을 빚기도 했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대회에 참가해 준우승이란 멋진 결과를 얻어냈는데 추신수를 제외한 선수단 전원이 국내파란 점도 해외언론에서는 신기한가 보다.

늘 그렇듯, 국제대회가 끝나면 언론에서 앞다퉈 나오는게 인프라 문제다.
때를 같이해 양념처럼 정치권에서도 한마디씩 빠지지 않고 거들먹 거린다. 하지만 현실은?

필자는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던 지난 23일 우연히 중앙일보 팝콘정치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540694]에 올라온 기사하나를 읽게 됐다.
대표팀이 우승하면 여당의 지지도가 어떻게 되며 또 야당은 어떻게 되었다는 과거 1회 대회직후의 여론조사 결과를 거들먹거리며 정치도 스포츠 때문에 울고 웃는다 라는 웃기지도 않는 찌라시 기사였다.

서두로 돌아가서, 지금 한국야구는 겉으로만 보이는 화려함의 이면에 내포된 문제점들이 너무 많다.
그중 야구장 문제는 차마 눈뜨고는 못볼 지경이다. KIA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 무등경기장 같은 경우 내야석에 들어와 관중석 위로 올라가려면 등산을 해야한다. 계단 층 하나 간격이 너무나 높아서(어른 무릎높이 이상이다) 올라갈때마다 뒷발꿈치를 들어야 하며 여성이나 어린이는 누군가가 손을 내밀지 않으면 혼자 올라가기가 벅찰 정도다. 의자 간격 역시 너무나 타이트하게 나열되어 있어 덩치 큰 장정들이 나란히 앉아 경기를 볼수가 없다. 내돈내고 야구경기를 즐기러 왔다가 생고생을 하고 가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수도권에 있는 구장이라고 별반 다를바 없다. 일반 팬들은 모르겠지만 잠실구장 원정팀 락커룸에는 옷을 갈아 입을 곳이 비좁아 연차가 짧은 선수들은 복도에서 유니폼을 갈아 입을 정도니 이게 정말 프로야구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유메노시마 공원 (코토 구)

                         [구글어스로 본 일본 공원내 야구장들/ pohto by 손윤]


그동안 이런 최악의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올림픽 금메달은 물론 이번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의 4,200 여개에 이르는 고교야구팀(우리처럼 하루종일 운동만 하는 학교는 드물다) 50개도 간당간당한 대한민국 고교야구팀. 선수 숫자는 물론 여기에 제반되는 사항까지 첨부하면 우리가 일본과 결승에서 상대했다는 그 자체가 말 그대로 기적과 같은 일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음은 물론이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야구팬들의 여론이 들끓을때마다 새로운 구장을 짓겠다 라며 수시로 떡밥을 뿌려대고 있지만 이젠 양치기 소년이 된지 오래다.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야구장 시구 행사에 참가하겠다는 뻔뻔한 마인드를 보고 있노라면 구역질이 나올 정도다.

지금까지는 한국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정말로 “ 개천에서 나타난 용 ” 이었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 언제까지 이런 말도 안되는 국제대회 성적을 올려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시대가 변하고 야구를 바라보는 무서운 시선도 많아졌음은 물론 이대로는 안된다는 많은 야구팬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그들이 가장 흔히 접하는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에 WBC 대표팀의 선전으로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줬다는 푸른 지붕에 거주 하는 높으신 분들의 말 한마디가 중요한게 아니다. 일본의 야구장 풍경이 부럽지 않는가.
언제 감나무에서 홍시가 떨어질지 몰라 입만 벌리고 있는것도 지겹다. 삽자루 하나 정도는 새로운 야구장 건설에 사용해도 된다. 야구관람 후 허리병이 재발했다는 한 야구팬의 서글픈 넋두리가 문득 뇌리를 스쳐가는 새벽이다.


사진/ 요미우리 자이언츠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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