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KIA)이 시카고 컵스에 입단 후 3년만에 빅리그에 올라왔을때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팀내 투수였던 카를로스 잠브라노였다.어딘가 모르게 친숙해 보이는 범상치 않은 외모와 엄청나게 거대한 체구는 마피아 보스와 같은 이미지를 필자에게 선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잠브라노는 팀내 5선발 경쟁을 했던 풋내기(?) 투수였다. 최희섭이 플로리다로 이적한 후부터는 내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지금은 시카고 컵스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올시즌은 조금 부진하다)
잠브라노가 다시 나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야구이론 공부를 시작했던 2004년쯤이었다.투수도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이기에 언제부터인가 그가 등판한 경기는 투구기록이 아닌 타격기록에 먼저 시선이 갔다.타격실력이 출중하다는걸 발견했음은 물론 잠브라노가 우투양타라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타자들중 스위치 히터로 변신을 시도하다 포기하는 선수들은 많다.
한쪽으로만 익숙해진 타격을 양쪽에서 모두 잘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엽기스러운 잠브라노는 본업이 투수이면서도 양쪽 타석에서 모두 들어선다. 그리고 엄청난 타격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 양쪽 타석에서의 타격폼이 모두 제각각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일반적으로 우투수를 상대할때는 좌타석에, 반대의 경우는 우타석에 들어서는게 보편적인 스위치 히터들이지만, 이 친구는 그런것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 Batting Theory 130번째 시간은 투수지만 양쪽 타석에서 모두 뛰어난 타격솜씨를 보여주고 있는 카를로스 잠브라노를 초대했다. 기록을 살펴보니, 빅리그에 올라온 후 지금까지 통산 550타수 131안타 타율 .238 에 홈런을 무려 20개나 쳐냈다.
550타수면 얼추 주전타자의 한시즌 타수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할때 20홈런 타자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삼성의 김재걸이나 KIA의 김종국보다 뛰어난 타격실력이다.
잠브라노의 좌타석에서 타격모습이다.
일단 전체적인 잠브라노의 타격동작중 가장 먼저 시선이 들어오는 것은 일명 `태핑(Tapping)'이라고 불리는 앞발의 움직임이다. 타격시 스트라이드(Stride)를 하지 않고 앞발 뒷꿈치만 들어서 배팅타이밍을 잡고 있는데, 보통 이러한 타격스타일을 지닌 타자들은 준비스탠스에서의 보폭이 넓은편이다. 자신의 배팅공간을 확보해야 됨은 물론 다리를 들지 않기에 스윙시 몸이 회전할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좁은 스탠스에서는 이러한 태핑타법을 한다는게 불가능에 가깝다.
먼저 앞발뒷꿈치를 들었을때의 배트 이동을 유심히 한번 보자.
들었던 발뒷꿈치가 지면에 착지하기 전까지 타자자신의 체중은 뒤쪽으로 장전(load)시킨다. 이후 앞발뒷꿈치가 지면에 닿을때쯤 배트 끝은 최대한 투수쪽을 향하고 있다는걸 알수 있다. 뒤 팔꿈치가 영상에서 사라질정도로 배트 헤드를 이동시키는데 이것은 스윙의 도움닫기를 얻기 위한 것이다. 일전에도 이야기한바 있지만 다리를 들고 타격을 하는 니 리프트 타법(Knee lift)시, 다리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배트끝(Tip)은 투수쪽으로 향했다가 나오는 경우가 흔한데 잠브라노의 이 동작 역시 이것과 흡사하다. 단지 앞다리를 들었냐, 그렇지 않냐의 차이점만 있을뿐이란 뜻이다.
배트가 스타트를 하기전 앞발뒷꿈치를 지면에 착지한 장면에서 또하나 유심히 지켜봐야할 부분은 앞무릎이다. 앞무릎이 열리지 않고 약간 굽은 상태가 돼 있는데 이건 이후 진행될 타격일련과정에서의 체중이동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굽은 다리(Club Foot)' 이라고 하는 이것은 배트가 스타트가 된 후 타자자신의 뒤쪽에서 모았던 파워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앞무릎이 저부분에서 미리부터 펴져있게 된다면 하체의 로테이션(Hip rotation)은 물론 몸통의 회전(Torso rotation)시 미리부터 앞다리가 벽을 만들고 있어서 체중이동이 자연스럽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투수가 본업인 잠브라노의 태핑 스타일의 타격도 놀랍지만 장타를 뿜어내는 원동력이 되는 이러한 타격기술을 가지고 있다는게 기절할 일이다.
이미 여기에서 잠브라노의 좌타석 분석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배트가 스타트되는 과정에서 뒷팔꿈치는 자신의 옆구리에서 붙어나오고 있고 그런만큼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 아래의 뭉둥한 노브(Knob)쪽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오면서 공과 키스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스윙시 기본이 되는 인사이드 그립부분을 잠브라노처럼 길게 끌고 나오면 자신이 지금까지 뒤쪽에서 모았던 파워를 쏟아내는데 용이한, 그리고 앞어깨가 열리지 않게 돼 보다 정교하면서도 강한 파워배팅을 이끌어낼수 있다.
히팅 임팩트 순간 머리가 헤드업 되지 않고 끝까지 컨택트 지점에서 시선을 고정한 잠브라노는 이후 뒷팔꿈치를 쭉 펴주면서 공을 뚫어버린다. 갖다 맞추는 컨택트(contact)가 아닌 히팅(hitting)이 되려면 배트에 맞았던 타구를 끝까지 그 궤적과 함께 피니쉬를 해야 좀 더 좋은 비거리가 생산될수 있다. 참고로 잠브라노의 이 타격은 센터펜스를 넘어가는 홈런이다.
우타석에서 잠브라노의 타격모습이다.
좌타석에서는 앞발을 지면에서 이탈하지 않고 앞발뒷꿈치만 들어서 배팅타이밍을 잡았는데 우타석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전혀 다른 타격스타일로 타격이 이뤄지고 있다는걸 발견할수 있을것이다.
이런 타격을 `니 리프트(Knee Lift)', 또는 `레그 킥(Leg Kick)' 타법이라고 하는데, 타격시 앞다리를 지면에서 이탈시켜 무릎을 들어올리면서 배팅타이밍을 잡는 타격방법을 일컫는다. 영상에는 투수의 모습이 잘 보이진 않지만 피칭시 어깨 장전(Scap loading) 이전의 동작, 즉 투수의 스트라이드가 막 시작될쯤 잠브라노는 앞다리를 지면으로 들어올리기 시작한다.
이후 투수손에서 공이 막 떠나는 릴리스 순간 들어올린 앞무릎이 최고점(Liftting Top)에 이른 다음 들었던 앞다리를 내리면서 타격의 일련과정을 이어나간다. 주목할점은 위의 좌타석과 마찬가지로 스윙을 하기전까지의 배트이동이다.
잠브라노의 타격을 유심히 보면 앞다리를 들어올리는 과정과 때를 같이해 배트 헤드가 투수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수 있다. 일명 Tip & Rip 이라고 불리우는 이것은 배트가 스타트하기전 배트 끝부분이 투수쪽으로 향하게(Tip) 한후 빠른 스윙(Rip)을 가져가기 위함이다. 빠른 스윙을 유도하기 위한 도움닫기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면 될것이다.
보편적으로 보면 우타석의 잠브라노와 같이 니 리프트 타법을 구사하는 타자들의 대부분이 본격적인 스윙을 하기에 앞서 이러한 배트이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미국의 에이 로드, 매니 라미레즈, 일본의 홈런타자 나카무라 타케야, 알렉스 라미레즈, 한국의 김동주 등등)
스트라이드가 끝난 후 배트의 이동경로를 보면(이 영상은 투수정면이기에 정확히 판단할순 없지만) 좌타석과 마찬가지로 배트의 인사이드 부분이 스윙을 리드하고 있다. 뒤 팔꿈치가 옆구리에서 붙어나오고 있어 그 과정만큼이나 몸의 회전이 자연스럽다.
앞무릎 역시 지면에 발이 닿은 후 굽혀져 있다가 배트가 공을 만나는 미트지점에 이르러서는 무릎을 쭉 펴주면서(Brace off) 지금까지 뒤쪽에서 장전(load)된 파워는 물론 자신의 체중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체중이 뒤에 머물게 되는 일명 스테이- 백(Stay-Back) 상태가 된다.
히팅 임팩트 순간에서 앞 어깨를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를 해놨는데 헤드업이 되지 않기에 어깨 역시 끝까지 닫혀 있다. 지금까지 잘 이동된 자신의 스윙파워가 분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아주 멋진 타격동작이다.
잠브라노의 우타석에서의 타격이 투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또다른 이유 하나는 hand-eye coordination 능력이다.
타구를 쫓아가는 능력을 일컫는 이것은 처음 공을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과 손, 덧붙여 체중을 장전하는 로드(Load)포지션과 리프팅(Lifting) 동작을 포함해 타격의 일련과정의 일치감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타격의 전동작이 공을 쫓아가는 시선과 더불어 리드미컬하며 자연스럽다는 말이다. 위 타격모습만 보더라도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먹는 잠브라노의 타격재능이 돋보인다. 스트라이크 존에 오다 살짝 떨어져야 할 공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자 곧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그만큼 공을 쫓는 능력이 뛰어나다는걸 알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이건 5일마다 한번씩 등판해 완투를 하지 않는 이상 한경기에 최대 3타석정도만 타격을 하는 선발투수의 타격기술이라곤 믿기지가 않을정도다. 좋은 신체조건만큼이나 파워 역시 뛰어나기에 기술의 완성도가 더욱 빛나보이는 잠브라노의 우타석에서의 타격이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잠브라노는 지금의 계약이 끝나면 더이상 야구를 하지 않을거라고 한다.팀과 5년계약을 맺은걸로 알고 있는데 1981년생인 그의 나이를 감안할때 너무 빨리 은퇴를 말하지 않았나 싶다.선수생활의 유지 유무는 본인이 결정할 사항이니, 뭐라고 할말은 없지만 피칭 못지 않게 그의 멋진 타격솜씨를 오래봤으면 좋겠다.
퇴장을 당하자 도리어 심판을 퇴장 시키는 모션을 취하는 불같은 성격, 배트를 덕아웃 난간에 대고 부셔버리는 그의 카리스마(?). 개인적으로 얌전한 선수들보다 잠브라노와 같이 시니컬한 선수를 더 좋아한다.
야구를 즐기는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투수인 잠브라노보다 타율과 홈런수가 떨어지는 타자들은 그의 타격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사진 & GIF/ MLB.com * 윤석구의 야구세상 작업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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