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물론 많은 야구팬들에게 벌써부터  `타격 머신' 으로 불리며 한세대가 아닌 두세대를 이끌어갈 타자라고 평가받고 있는 김현수(두산). 신고선수에서 팀의 간판타자로, 그리고 국가대표 주전까지 근 2년여동안 그가 보여준 능력은 혀를 내두를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스무살을 갓 넘긴 나이에 올림픽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한 그의 모습은 앞으로 그가 보여줄 능력치가 어디에서 정점을 찍을지 가늠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김현수는 작년시즌 타격부문 3관왕(타율,출루율,최다안타)에 오르며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선두주자로 등장했다. 시즌 후, 좀더 많은 장타를 생산하기 위해 올시즌 `홈런타자'로 변신을 시도한다고 했을때 필자가 무릎을 쳤던 것은 그가 가진 능력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기대대로 김현수는 시즌 종료가 다가오는 지금, 도루를 제외한 공격부문 상위에 모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현수가 기록한 홈런 숫자. `한국형 타격머신의 전형'의 롤모델

미국의 아마야구 타자들과 국내 아마야구 타자들의 기술적인 차이점은 신체조건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다른곳에 있다. (이젠 신체조건도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체격을 보면 해가 거듭될수록 거대해 지고 있다)
타석에서 투수의 공에 대응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야구 지도자들은 투수가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순간부터 타격의 일련과정에서의 대응을 시작하라고 가르친다. 실제로 미국의 지도자들이 올려놓은 타격에 관한 동영상을 살펴보면 이러한 주문이 많은데, 이건 타격에서의 간결함을 강조하는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어린 선수들(초등학생)에게 스탠스-로드&스텝까지만 유달리 강조하는것도 타자가 투수의 공에 반응하는 타이밍을 잡아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투수의 릴리스포인트에서부터 공에 반응하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렇게 되면 공에 반응하는 속도가 느려질수 밖에 없다. 각양각색의 타격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타석에서 꾸준히 리듬감을 유지하는 미국에 비해 개성있는 타격자세가 전무하다시피 한 우리나라는 도장을 찍듯이 비슷비슷한 타격자세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특정 구종(포크볼)에 약한 국내 타자들의 스윙이 문제라기 보다는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의 첫 시발점에서부터 대처하는 방식이 잘못됐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면 김현수는 어떨까?
김현수가 어릴때부터 어떤식으로 훈련을 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의 타격스타일만 놓고 보면 한국형 맞춤교육 속에 자란 선수가 아니란 착각마저 든다.
아직 시즌이 끝나진 않았지만 타율 .354 와 홈런 23개를 기록한 김현수는 여타의 타자들과 비교해 이부분에서 차이점이 분명하다.


그동안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 몇차례 언급했지만 김현수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미트 포인트' 에 있다.
어떠한 구종과 어떠한 코스의 공이라도 자신이 설정해 놓는 포인트지점이 도드라지는게 아닌, 여러곳에서 맞추는 지점이 조건반사적으로 형성돼 있어 말 그대로 공에 대한 대처능력이 국내 최고라는 뜻이다.

자신의 포인트까지 가기 위한 타이밍을 놓쳤더라도 바깥쪽 공에 허리가 빠졌음에도 배트를 끝까지 끌고가서 2루타를 쳐내는 타격은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니다. 정교함을 포기하면 많은 홈런은 기록할수 있다. 그리고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삼진갯수도 늘어난다. 하지만 2년연속 타율 3할 5푼을 쳐냈다는 것,그리고 올시즌엔 벌써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이 선수가 지닌 타격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만 21살의 나이로 새로운 `한국형 타격머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야구천재 아오키? 조만간 김현수가 뛰어넘는다.

아시아권에서 가장 정확한 타격을 한다는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 스왈로즈)가 처음 타율 1위에 올랐던 해가 2005년이다. 전년도 1군무대에 단 10경기만 출전했던 아오키는 2005년에 타율 .344  최다안타 1위(202개)를 기록하며 공격부문 2관왕과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했는데 이때 아오키의 나이가 만 23살이었다.

김현수와 아오키는 닮은 점이 많다. 같은 왼손잡이 타자이며 같은 외야수, 그리고 우투좌타까지 빼닮았다.주로 1번타자로 나서는 아오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3번타순에도 등장한다. 한가지를 더 첨가하자면 비록 단기전이었지만 최근 국제대회때마다(올림픽,WBC) 양선수의 기량을 동시에 비교할수 있는 무대도 있었다.동시대를 살면서 한일 양국의 대표타자로 성장한 이들의 활약이 한국과 일본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건 당연하다.


아오키는 4년연속 3할 이상과 타율왕만 2차례를 기록했고 작년시즌까지 통산 타율도 .338에 이른다.
하지만 아오키가 가지고 있지 못한것을 김현수는 가지고 있다. 바로 장타력이다.
아오키가 신인왕을 차지했던 2005년에 쏘아올린 홈런수는 고작 3개다. 그리고 2007년에 이르러서야 홈런 20개를 기록했지만 작년시즌엔 14개(올림픽 출전으로 112경기) 그리고 올해엔 13개에 머물고 있다.

야쿠르트가 16경기를 남겨둔 지금 아오키의 성적은 타율 .290 이다. 풀타임 주전으로 입성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3할 미만의 타율을 남길 가능성도 커졌다. 시즌 한때 2할대 초중반에 머물던 타율이 그나마 조금 올라온것도 최근 경기에서의 분발 때문이다.

김현수는 작년 오프시즌동안 방망이 무게는 물론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까지 덧붙이며 슬러거로서의 변신을 시도했고 그 첫해였던 올시즌 이미 그 변신에 성공해 있다. 그것도 .354 의 고타율을 유지하면서.  하지만 아오키는 변신을 시도했던 첫해에 성공적인 타격폼 변화를 이뤘지만 올시즌 들어와 유독 몸에 맞지 않는듯한 모습을 자주 연출하고 있으며 성적 역시 자존심이 상할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2006년 아오키는 상체를 세운 업 라이트 스탠스를 취하던 타자였지만 오프시즌부터 상체를 웅크리는 자세로 수정을 시작한다.
몸의 회전력을 좀 더 살리기 위해선, 그리고 좀 더 많은 홈런을 뽑아내기 위한 최적화된 타격자세라고 인터뷰에서 밝혔고 실제로 2007년에는 20개의 홈런을 치내며 그말이 맞는듯 했다.

하지만 아오키는 작년부터 고타율은 유지하되 더 이상의 홈런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올시즌엔 인코스 공에 대한 뚜렷한 약점을 보이며 타율마저 하락시켰는데 스윙이 커져있어서 맞는 포인트가 들쑥날쑥해졌다. 최근 인터뷰에서도 몸쪽 공에 대한 대응책이 어렵다며 고백을 한적이 있다.


야쿠르트의 홈구장인 메이지 진구구장은 좌우 길이가 91미터 중앙까지는 120미터다. 김현수의 홈인 잠실구장의 좌우 100미터와 중앙의 125미터보다는 턱없이 작다.
비록 리그 수준이 다르긴 하지만 김현수가 얼마나 대단한 변신에 성공을 했는지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 정교한 타자가 한시즌만에 장타력까지 갖춘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올시즌 김현수는 그걸 해냈다.

엄밀히 말하면 아오키는 장거리 타자로서는 체력조건이 뛰어나지 못하다. 188센티에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김현수의 근력과 비교하면 차라리 이전과 같은 타격스타일이 더 자신에게 맞는 옷일지도 모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김현수의 잠재력은 신체조건이 가진 장점이 있기에 미래가 더 기대되는 것이다.

혹자들은 2년연속 3할 5푼대의 타율이 김현수를 빛나보이게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의 타격기술의 변화속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쳐내는 그의 홈런포 증가가 더욱 크게 보인다.
타율에 비해 홈런수가 많은 선수는 장타력이 떨어지더라도 기존의 타율 수준은 유지하기 쉽지만 원래부터 홈런이 적고 높은 타율을 지닌 선수가 홈런까지 증가시킨다는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비록 타율 1위 2연패는 날아갔지만 올시즌 김현수가 한국야구에 던진 메세지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http://hitting.kr/515 (이 사이트에서 언급했던 김현수의 타격분석 링크 걸어놓습니다.)


사진/ 두산 베어스 & 야쿠르트 스왈로즈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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