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지막까지 왔다.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3 완승을 거두며 2연패 후 2연승,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이제 양팀은 하루 휴식(월요일)을 취하고 13일 인천에서 이미 한국시리즈에서 대기중인 KIA와 상대할파트너 결정전을 갖는다.
묘한 것은 이번 플레이오프에 들어서 선취점을 올린 팀이 모두 승리했는데 이번 4차전 역시 이 법칙이 정확히 적중했다. SK는 1회초 공격에서 김재현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후 박정권의 안타로 맞이한 1, 3루에서 두산 선발 김선우의 폭투로 간단히 선취점을 얻는다. 2회초 공격은 그동안 부진에 빠져있던 SK 공격이 살아날 기미를 보여주는 희망가였다.
첫 타자 김강민이 3루 라인을 타고 흐르는 2루타로 공격의 물꼬를 트자, 나주환의 보내기번트에 이은 정상호의 볼넷으로 1사 1,3루 찬스를 맞는다. 곧이어 최정의 안타가 터지며 2-0까지 달아나더니 정근우의 좌전적시타까지 이어 터지며 3-0으로 달아난다.
정근우의 이 안타는 이번 플레이오프에 들어 15타석만에 터진 것이다.
끌려가던 두산은 3회말, 드디어 득점찬스를 맞는다. 정수빈과 이종욱이 연속해서 볼넷을 얻으며 기회를 만들자,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이미 홈런 2개를 폭발시켰던 고영민이 동점 쓰리런 홈런을 쏘아올리며 초반 분위기를 팽팽하게 가져갔다.
자칫 초반 분위기가 SK로 넘어갈수도 있었던 상황을 반전시킨 한방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곧이어 맞이한 무사 1,3루에서 최준석이 병살타를 치며 역전기회를 날리더니 4회말 1사 만루에서 고영민 마저 병살타 대열에 합류, 더 이상 득점을 올리는데 실패한다.
팽팽하던 균형을 깨드린건 SK 신흥거포 박정권에 의해서다. 박정권은 7회초 1사 1,2루 에서 두산 임태훈으로부터 좌측 펜스를 직접 때리는 2타점 2루타를 쳐내며 순식간 5-2 리드를 만들었다. 한번 분위기를 잡은 SK는 곧바로 이어진 1,2루 찬스에서 김강민이 우중간을 깨뚫는 2타점 3루타를 기록 사실상 이날 경기 승패를 결정짓는다. SK는 8회초 공격에서도 최정이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이날 경기 최종스코어인 8점째를 기록했다.
그동안 터지지 않았던 SK 타선은 이날 경기로 팀타선 전체가 본연의 감각을 되찾았고 반면 두산은 초반 역전 찬스에서 2번의 병살타가 팀 패배의 결정타를 제공할만큼 찬스에서 집중력 부족을 들어내며 2연승 후 2연패를 기록, 이젠 5차전까지 가는 부담을 안게됐다.
실망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게리 글로버 vs 김선우의 선발 맞대결
우선 쓴소리부터 한마디 하고 싶다. 이날 경기 직전 김선우가 선발로 등판한다고 예고 됐을때, 누구도 김선우의 호투를 기대하지 않았다. 워낙 기복이 심한 스타일의 피칭을 보여줬던 투수였고 그만큼 한경기를 맡길만큼의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위 긁히는날엔 그야말로 완벽투를 보여줬던 선수였기에 나름의 기대치는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나였다.
김선우의 가장 큰 약점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점이 극명하다'는 점이다. 치려는 성향이 강한타자에겐 좀 더 유연성있는 볼성 변화구 즉, 설사 볼을 던질 타이밍에서라도 스트라이크 존 근처에서 공이 놀아야 하는데, 스트라이크 존에서 한참이나 멀어지는 볼을 던지며 타자와의 승부자체를 타이트하게 가져가지 못했다. 타자입장에선 이런 유형의 투수만큼 타격을 하는데 있어 편안한 스타일도 없다. 두산이 좀 더 강팀이 되기 위해선 지금 김선우가 보여주고 있는 피칭 스타일을 고칠필요가 있다.
단 3일간의 휴식이 선발투수에겐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모양이다. 글로버는 초반 1,2회는 잘 버텼지만 3회들어 급속한 난조를 보이며 스스로 무너졌다. 볼넷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이곳에서 주장했듯이 역시 볼넷이 화근이었고 고영민의 한방은 예고된 강판을 자초했다.
SK의 선발 2인방인 김광현과 송은범이 전력에서 이탈했기에 어쩔수 없이 기용됐던 측면도 있었지만, 고영민에게 홈런을 허용하기까지의 과정에서 투수교체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게 초반 SK가 경기를 팽팽하게 가져가게 한 원인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5차전까지를 염두에 둔 투수운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글로버의 교체실패는 평소 야신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완전히 살아난 SK 타선과 병살타에 울어야 했던 두산 타선
이젠 됐다. 3차전까지 극심한 타격부진에 빠졌던 SK 타선은 이날 경기에서 11개의 안타를 쳐내며 팀 분위기는 물론 타선의 동반상승까지 불렀다. 특히 그동안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줘야 했던 톱타자 정근우가 되살아난 점은 고무적이다.
이날 3안타를 쳐낸 정근우는 공격뿐만 아니라 6회말 수비에서도 이종욱의 중전안타를 걷어내며 팀에 공헌했다. 반면 두산은 초반 리드를 가져올수 있었던 찬스에서 병살타가 발목을 잡았다. 고영민의 동점홈런으로 한번 분위기를 탔던 3회말 공격에서 최준석의 3루쪽 병살타(느리긴 정말 느리다)는 치명적이었다.
전타석에서 홈런을 쳤던 고영민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을 활짝 꽃피우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4회 1사 만루의 황금찬스에서 기록한 병살타는 이날 경기가 쉽지만은 않겠다는걸 정확히 암시해준 어긋난 득점 사랑이었다. 결과론이지만 만약 두산이 경기초반 이 2번의 찬스에서 안타하나만 나왔더라면 경기 흐름상, 어떻게 전개될지 몰랐을거라고 봤다. 이날 경기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였다.
실책과 호수비의 경계, 큰경기는 수비력 싸움
손시헌이 범한 7회초 수비는 뼈아팠다. 그것도 하필, 두산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톱타자 정근우였다는 점에서 오늘 승부의 결정타였다.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발생한 실책이었지만 만약 정근우가 빠른발을 지닌 타자주자가 아니었다면 범하지 않았을 실수다.
빠르게 날아간 땅볼타구가 아니였기에 런닝스로우로 잡기 위해 실수를 기록했는데 이래서 야구는 발이 빠른 타자가 갖는 잇점은 물론, 팀 역시 여기에서 동반된 시너지 효과가 배가되는 모양이다.
반면 정근우는 3-3 살얼음판 경기상황이 전개됐던 6회말 수비에서 안타 하나면 역전을 허용할수 있었던걸 멋진 호수비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누가 보더라도 중전안타성 타구, 더군다나 타자가 이종욱이란 점을 감안할땐 설사 공을 잡는데까지는 성공했더라도 아웃까지는 시킬지 몰랐다. 글러브로 공을 걷어올린 후 넥스트 플레이가 너무나 좋았기에 성공시킬수 있었던 호수비였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던 박정권vs임태훈의 대결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두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는데 이 홈런들은 모두 임태훈을 상대로 뽑아낸 것이다. 김경문 감독의 뚝심이었을까? 아니면 그동안 당했던걸 설욕하라는 특유의 배짱이었을까? 임태훈은 감독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또다시 균형을 깨뜨리는 통한의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안타까웠던 것은, 정상 컨디션에서의 임태훈 공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미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도 상당히 떨어져 보였고, 특히 변화구 제구력이 말을 듣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교체를 해줘야할 시점이 아니였나 싶다.
김경문 감독의 야구스타일은 너무나 유명하다. 하지만 그 유명함이 때론 독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이번 임태훈의 투수교체 실패로 깨달았으면 한다. 하루 쉬고 화요일 최종전에서 임태훈이 얼마만큼의 자신감을 되찾을지 그리고 어떤 타이밍에서 그를 마운드에 올릴지 다시한번 김경문 감독의 야구 스타일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줄수 있을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적으로 남자라면 이런면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박정권은 3차전이 끝난 후에 썼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정말 대단한 타자다. 후반기 들어 9경기에서 때려낸 5방의 홈런포의 상승세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파워포지션에서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 위치, 그리고 스윙을 폭발하는 런치에서까지 군더더기 없는 멋진 타격솜씨를 이번 4차전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줬다. 여타의 타자들에 비해 비교적 좁은 배팅공간의 스윙폼을 지닌 그가 이런 타격기술을 보여준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타격기술의 장점이 있기에, 상체가 쏠리는 것을 방지함은 물론 원하는 스윙을 할수 있다고 본다.
비단 SK는 기존 이호준의 공백과 부진에 따른 4번타자 걱정은 박정권의 출현으로 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년시즌엔 도대체 어느정도선까지 홈런타자로 성장할지 지금부터 그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4번타자가 터진 경기는 좀처럼 패하지 않는다는 그간의 야구경험을 대변해준 멋진 한방이었다.
아직도 헤매고 있는 두산의 중심타선
베테랑 김동주의 부진이 심각하다. 베테랑 타자답게 한두경기 부진하더라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 올줄 알았지만 상대적으로 SK에 비해 그 중압감이 떨어진다. 비록 이날 경기에서 플레이오프 들어 첫 안타를 기록하긴 했지만 지금 두산이 처해있는 현실을 감안할땐 아쉬운 부분이 많다. 더 이상 언급하진 않겠지만 명심할것은 두산이 5차전을 잡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그가 살아나야 한다.
김현수는 타격감각이 나쁜것이 아니라 굉장히 불운하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것이다. 첫 타석에서 글로버의 인코스 조금 높은공을 잡아당겨 친 공이 하필이면 체중이동이 너무 빨리 이뤄져 대형파울 홈런이 나오더니 마지막 타석에서 친 외야플라이공도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갔기 때문이다.
야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운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김현수는 운이 없지만 이것 역시 쌓이다보면 한꺼번에 폭발할때가 올것이다. 이제 마지막이 될 5차전에서 쌓였던걸 폭발할때가 왔다. 그의 방망이에 올시즌 두산의 운명이 결정된다.
KIA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서다
양팀이 피튀기는 혈투를 펼치며 5차전까지 가는동안 KIA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더군다나 윤석민의 부상에 따른 공백의 우려도 끝나버렸다. 시즌중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선수들도 컨디션 회복을 끝마쳤다. 마치 치열한 복싱 토너먼트에서 8강,4강전을 부전승으로 올라온 팀이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 올라온 선수를 맞이하는 꼴이다. 어찌됐던 KIA는 양팀이 5차전까지 가는 바람에 손도 안대고 코를 풀고 있는 셈이다.
당초 두산이 3연전 스윕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경우 적잖은 부담감을 안게 될것이란 예상은 이젠 KIA가 얼마만큼 빠른 경기감각을 회복하느냐에만 초점을 맞출때다. 다음 시간에 언급하겠지만 지금 누구보다 휘바람을 불고 있을 사람은 조범현 감독이다.
플레이오프가 다 끝나간다. 때를 같이해 야구도 종착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누군가는 승리에 겨워 따뜻한 겨울을 보낼것이고 또다른 누군가는 야구로 지친 심신을 달래는 것은 물론, 내년시즌에 대한 기대치로 2010년을 기다릴것이다.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야구에서 승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왜냐하면 이렇게 경기를 본다는 그 자체만으로 나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걸 느꼈기 때문이다. 큰 부상선수 없이 4차전까지 왔다. 한국시리즈 진출팀이 누가 되더라도 이들이 써내려가는 올시즌 가을야구는 팬들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기억될것이다. 멋진 5차전을 기대해 본다.
사진/ 연합뉴스 * 뉴시스 * OSEN * 일간 스포츠 * SK 와이번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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