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3-2으로 승리, 이제 올시즌 챔피언은 최종 7차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역시 SK의 저력은 무서웠다.
선취점을 내는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증명해내기라도 하듯, 이날 선취점은 SK가 먼저 뽑았다.
SK는 2회말 1사후 지명타자 이호준이 KIA 선발 윤석민의 인코스 변화구를 그대로 걷어올려 좌측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선제 솔로홈런으로 앞서간다. SK 입장에서는 그동안 부진했던 주포 이호준이 살아났다는 점에서 한방 이상의 의미가 있는 선취점이었다. SK는 3회말 공격에서 이날 1번타자로 출전한 박재상이 2루타로 포문을 열자 정근우의 희생번트로 1사 3루찬스를 다시 잡는다. 곧이어 3번타자 박정권은 우익수쪽 깊숙한 희생플라이를 쳐내며 추가점을 얻었다. SK는 4회말 공격에서도 선두타자 이호준의 안타로 맞이한 1사 2루찬스에서 조동화가 적시타를 쳐내며 이날 팀 최종 득점인 3점째를 올렸다.
반면 KIA는 4회초 1사 2루에서 김상현이 홈런성 타구를 쳐냈지만 비디오 판독결과 파울로 선언. 추격점을 날려버리며 이날 경기가 쉽지만은 않을것이란걸 예고했다. 8회초 최희섭이 2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쳐낸것을 감안하면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었다. 결국 채병용이 1.1이닝을 잘 마무리 하며 SK는 한국시리즈를 7차전까지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송은범은 있고 윤석민에겐 없었던 것
이날 양팀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과 윤석민은 현존하는 국내 우완 투수중 1,2위를 다투는 선수들이다. 아직 젊은 나이를 감안하면 지금의 모습도 놀랍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윤석민은 평소 그답지 않은 피칭내용으로 팀 패배의 결정타를 제공했다.
먼저 이호준에게 선제홈런을 허용했던 2회말 상황을 돌이켜보자.
한국시리즈 들어와 이호준이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빠른 공에 대한 배팅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하지만 윤석민은 이날 최고 149km를 찍는 포심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구 승부를 하다가 얻어맞았는데 이날 이호준이 윤석민을 상대로 2안타(홈런포함)를 쳐냈을때의 모든 승부구는 윤석민의 변화구를 통타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4회말 조동화에게 얻어맞은 적시타 역시 변화구였다.
결과론적이지만 이날 KIA 배터리의 볼배합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슬라이더는 대체적으로 제구력이 됐지만 서클 체인지업은 떨어지는 맛이 부족했고 코스 변화도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송은범은 KIA 타선을 상대로 5이닝을 책임지며 단 한점도 내주지 않았다.
SK 입장에서는 구원투수들의 체력고갈이 부담이 됐던 6차전이었기에 송은범이 초반에 무너지면 대책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5이닝을 책임진 송은범이 숨은 MVP다.
송은범은 140km 중반의 포심 패스트볼이 기가 막힐정도로 제구력이 동반됐다. KIA의 테이블세터진들을 상대로 해서는 바깥쪽 핀포인트를 걸치는 투구내용, 그리고 중심타선을 상대로 해서는 떨어지는 변화구를 위닝샷으로 설정했는데 타순이 한바퀴 돌때까지와 그 이후의 볼배합을 달리했던게 이날 호투의 비결이었다.
1회초 이용규의 무모한 3루 도루실패가 KIA 패배의 결정타
한국시리즈 들어서 KIA 타선의 답답함은 이루말할수 없을만큼 경직되어 있다. 물론 정규시즌과는 달리 단기전에서는 가용할수 있는 모든 투수들이 요소요소마다 등장하기에 이해하는 측면은 있지만 6차전까지 오는동안 단 한번도 시원스러운 경기를 보여준적이 없다. 그래서 선취점의 중요성은 이날 경기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 하지만 1사 후 안타로 출루한 이용규는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득점찬스를 스스로 만드는것까지는 성공했지만 2사인 상황에서 3루로 뛰다 아웃돼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타석에는 4번타자 최희섭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때 너무나 아쉬운 장면이었다. 2사 2루나,2사 3루나 어차피 안타하나면 1득점은 마찬가지다. 이용규는 정규시즌때도 이러한 모습들을 가끔씩 보여주며 희망고문의 싹을 잘라버렸는데 의욕은 좋지만 경기를 읽는 눈, 그리고 투수의 심리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플레이는 스스로 돌이켜봐야할 측면이 분명히 있다.
채병용의 마무리 기용, 7차전의 변수?
이제 몇시간 앞으로 다가온 7차전을 앞두고 6차전에 대한 경기내용 보다는 전망을 해보는게 더 옳을듯 싶어 바로 넘어간다. 어제 6차전에서 채병용은 4명의 타자를 상대로 해 던진 투구수가 17개다.
한국시리즈 들어와 마무리투수로만 두번째 등판이다. SK는 정대현이 부상에 따른 구위회복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서 뒷문이 불안하다. 고효준이 정규시즌때만큼만 중간에서 역할을 해줬더라면 좀 더 수월하게 한국시리즈를 치를수 있었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은 상태.
채병용은 올시즌을 끝으로 팔꿈치 수술이 예정돼 있다. 7차전까지 마운드에 설수도 있지만 6차전에서 등판한게 변수가 될것으로 보인다. KIA 입장에서는 비록 6차전을 내줬지만 채병용을 끌어들여 마지막까지 SK를 괴롭힌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7차전의 희망이다.
게리 글로버와 릭 구톰슨 운명의 대결이 시작된다.
3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했던 글로버는 KIA 타선을 상대로 4.2이닝동안 무피안타를 기록했었다.
반면 그가 허용한 볼넷은 4개. KIA 타자들이 보여준 6차전에서의 모습은 상당히 스윙을 아낀듯한 모습이었다. 필자는 이것이 7차전의 변수로 작용될듯 싶다. 왜냐하면 6차전에서 보여줬던 타격스타일을 글로버를 상대로 해서는 변화를 할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공략할지가 타선 폭발의 이유로 작용될듯 보이기 때문이다.
3차전때 글로버는 타점높은 패스트볼의 위력으로 비록 안타를 허용하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공이 높았다.
KIA 벤치가 얼만큼 글로버를 분석해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잘 던지다가도 가끔씩 공이 한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KIA 중심타자들이 받아먹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팀 득점력의 변수로 작용될듯 싶다.
반면 구톰슨은 3차전에서 대량실점의 빌미만 제공하고 제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또한 3차전 경기가 워낙 쌀쌀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는 그의 말을 빌어 보자면 7차전은 낮경기로 치뤄진다.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것이다. 평소 구톰슨의 구위를 감안할때 3차전에서의 부진은 뜻밖의 피칭이었다.
구톰슨의 주특기는 컷패스트볼이다. 투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지는 이 구종은 빠른 공처럼 오다 살짝 방향이 틀어지는데 이 타이밍에서 대부분의 타자들은 헛스윙을 한다. 하지만 지난 3차전에서 SK 타자들은 컷패스트볼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구톰슨이 어느 볼카운트에서 이공을 던진다는 미리 알고 철저히 대비했기 때문으로 풀이할수 있는데 과연 이번 7차전은 구톰슨이 컷패스트볼을 이전처럼 사용할것인지, 아니면 슬라이더와 포크볼로 대체할지가 관심꺼리다.
올시즌 마지막 경기는 조금 뒤 그 운명의 막을 올린다. SK의 3년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냐, 아니면 12년만에 KIA의 V10이 달성되느냐는 선발투수들의 이닝 싸움이 될것으로 전망된다.
이호준이 6차전의 상승세를 7차전까지 이어갈지, 김상현의 파울홈런이 7차전에선 안쪽으로 집어넣을지도 관심이 집중돼 있다. 아무쪼록 신경이 예민해진 양팀의 분위기로 봤을때 별다른 불상사 없이 경기가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가 우승을 차지할까?
사진/ SK 와이번스 & KIA 타이거즈
윤석구(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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