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이범호의 일본진출로 인해 다소 이슈가 그쪽으로 몰린 감이 있지만 최근 국내야구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게 장성호(KIA)의 진로다.
장성호는 이미 지난 2005년말 KIA와 42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고 4년이 흐른 지금 다시 두번째 FA에 대한 자신의 권리행사를 신청해 버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올시즌 장성호의 성적은 타율 .284 홈런 7개 타점 39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가 출전한 경기수도 88경기에 불과 했기에 과연 그의 선택이 옳은일인가에 대한 끝없는 추측과 소문만 무성한 상태다.
지금까지의 정황만 놓고 봤을때 아직 장성호를 영입할 구단은 없어 보인다.
만약 장성호를 원하는 구단은 보상선수 1명과 선수연봉의 300%, 또는 450%를 원 소속구단에 지급해야 하기에 올시즌 장성호의 연봉과 그의 가치를 봤을때 이러한 무리수를 둔다는것도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장성호가 한화로의 이적을 희망했지만 한화 역시 장성호를 여입할 의지가 없는걸로 확인돼 자칫 장성호의 향후 진로는 해가 바뀌는 내년까지 가서야 결정될지도 모른다.
최근 장성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좋은편은 아닌듯 싶다.
이것은 선수와 구단 그리고 팬 역시 마찬가지다. 자칫 지금의 장성호는 괘씸죄라는 명목으로 설사 올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구단을 떠나게될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장성호의 이번 선택을 지지하는 편이다. 그건 기형적인 FA 제도의 문제점이 안고 있는 현실과 올시즌 장성호가 느낀 KIA 구단의 엇박자도 한몫을 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FA 제도는 돈 많은 구단의 잔치쇼(라고 쓰고 돈지랄이라고 읽는다)에 지나지 않았다. 알고 보면 보상금 제도도 돈많은 구단의 선수 싹쓸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첫번째였지만 우려대로 지금까지 삼성을 비롯한 부자구단에만 그 이용가치가 컸던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소위 `특급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제도였지 `준척급' 선수들은 이 제도의 혜택은 커녕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사례도 흔했다는 말이다. 지금 장성호는 첫번째 FA 대박을 터뜨렸을때와 비교해 보면 `준척급' 선수에 해당된다. 이 제도가 탄생될때부터 우려됐던 문제가 올시즌 장성호로 인해 다시한번 불거진것 뿐이다. 하지만 장성호의 가치평가에 대한 부분은 함부로 제단해서 결론내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장성호가 구단에 서운해하고 있는것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기적과 같은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터진 후 그라운드 뒷풀이 과정에서 장성호를 유심히 지켜본 사람은 흔치 않을것이다. KIA 라는 팀에서 14년을 뛰면서 항상 자신이 팀 타선의 추축이었고 이용규를 비롯한 많은 후배선수들이 뒤따를만큼 모범적인 선수생활과 몸관리를 해온 장성호다. 하지만 올시즌 장성호는 정규시즌동안 플래툰 시스템에 의한 출전경기수 급감으로 인해 88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한국시리즈에 들어와서도 거의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물론 올시즌 본연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최희섭으로 인해 1루자리에서 밀려나 좌익수로 이동된 포지션 체인지에 따른 영향이 컸지만 아마 장성호의 마음은 굉장히 섭섭했을 것이다.
12년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손으로 우승컵을 들고 싶었던 한국시리즈 무대도 그가 예전부터 꿈꿔왔던 예상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5차전부터는 아예 비주전으로 완전히 밀려나 있었기 때문이다. 응원해준 팬들에게했던 감사의 인사는 그저 형식에 지나지 않았으며 특유의 웃는 얼굴도 사라진 상태였다. 어떤 집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다가 어느순간 자신의 역할이 보잘것이 없거나 거기에 따른 소외감이 들게 되면 마음이 떠날수 밖에 없는게 사람의 심리다.
이러한 정치적인 비유(알고 보면 우리내 삶도 거의 모두 정치적이다)가 옳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변절자가 더 무서운 이유는 그동안 자신이 주장했던 이성과 신념에 대한 자신의 변호가 커질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본다. 예전에 자신이 했던 또는 생각했던 페러다임을 180도 돌려놔야 하기때문에 변절해 간곳에서 유독 더 오바스러운 말과 행동을 하는 정치인을 그동안 수없이 봐왔다. 보통사람도 마찬가지다. 월급 10원을 받는 곳에서 일하면서 20원을 받는 옆회사를 꼬투리잡아 비난하지만 막상 20원 월급을 주겠다고 옆회사에서 제의가 들어오면 옮기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다. 이래서 인간이 간사한 동물이다.
장성호의 문제에 관해 정치적인 것들과 비교해 언급한 것은 최근 장성호가 팀을 떠나겠다는 발언이 나온 직후, 상당수의 팬들이 그를 변절자로 매도하는게 안타깝기 때문이다. `주제를 알아라' `팀이 그만큼 해줬는데 이럴수가 있느냐' 아마 이 두가지의 큰틀속에서 나온 말들이라고 본다.
하지만 장성호는 변절자가 아니다. 변절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념까지 바꾸는 사람을 통칭해서 사용하는 말이다. 이미 장성호는 돈 욕심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럼 결론은 하나다. 주전보장이 되는 팀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미 장성호는 김태균이 떠난 한화가 자신이 주전으로 뛸수 있는 팀이라고 본것 같다. 여기에는 두가지 시선이 엇갈린다.
장성호가 그렇게 우습나?
최근 2년간 장성호의 성적이 하락했던 가장 큰 원인은 2007년 시즌중 부상에 따른 휴식과 완치를 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경기출전이 가장 컸다고 본다. 10년연속 3할 타율 달성도 이해에 깨졌다. 시즌중 최희섭이 입단했지만 최희섭은 이듬해인 2008년에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장성호를 위협하지 못했고 장성호 역시 3할 타율은 기록했지만 규정타석에 미달했다. 올시즌 역시 장성호는 2년연속 한자리수 홈런과 규정타석 미달로 인해 제몫을 다하지 못했다. 무릎부상이 완쾌됐지만 손목부상이 다시 발목을 잡은 것이다.
때를 맞춰 올시즌 최희섭의 급상승, 좌익수 나지완의 성장은 장성호의 설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2년동안의 장성호의 부진(장성호니까 부진이란 말이 나오는듯)은 냉정히 말하면 부진한것이 아니다. 최희섭이 기대대로 해줬고 나지완이 주전자리를 차지할때까지 감독의 든든한 지원으로 좌익수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다졌을뿐이다. 이렇게 되니까 장성호는 주축선수에서 잉여전력 요원이 된것이다.
하지만 야구란것이 한해의 성적으로만 놓고 미래의 청사진을 믿는다는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젠 장성호가 없어도 그를 대체할만한 선수들이 있으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란 생각을 지금 KIA가 할때가 아니란 뜻이다. 결단코 장성호는 그렇게 우스운 선수도 덧붙여 이렇게 자신의 빛나는 커리어를 이대로 끝마칠 타자가 아니라는데 있다. 한시즌을 치르다 보면 언제 어떤 곳에서 부상에 따른 전력공백이 생길지 모르는게 야구다. 최희섭과 나지완이 있으니 장성호의 존재가치는 필요없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니다.
물론 장성호가 먼저 선수를 치긴 했지만 KIA 구단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도 결코 칭찬을 받을만한 구석이 없다. 예전에는 절실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가 아닌 좀 더 많은 시간동안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야할 이 문제를 단 몇분만에 끝내 버렸다는 것은 그동안 고질적으로 인식됐던 구단 프론트의 절제(?)된 무능력만 확인했다고 본다.
반대로 장성호의 가치가 다시 FA 신청을 행사할만큼이 아니란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얼어붙은 시장상황과 그의 보상금을 감안할때 그가 찾아갈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글 첫머리에서도 말했지만 터무니 없는 보상금 제도에 대한 피해를 지금 장성호가 받고 있다. 냉정히 말하면 이러한 규정이 첫 시행부터 완화된 상태로 출발을 했다면 지금 장성호를 영입할 구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장성호는 돈에 대한 욕심은 없다는걸 여러차례 내비쳤다. 선수가 이렇게까지 나왔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는 돈문제와는 상관이 없다는 뜻인데 터무니 없는 헐값이라해도 주전이 보장된 곳에서 뛰고 싶다는 선수의지다. 장성호의 가치=FA 행사 와는 상관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해도 될정도로 지금까지의 정황이 이렇다.
구단에 대한 장성호의 불만은 다른곳에 있지 않다. 자신이 잘하면 계속해서 주전으로 뛰게 해줘야 하는데(좌,우투수 상관없이) 자신의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었음에도 홍세완과 나지완을 기용했던 적도 있었고 그렇게 됨으로 인해 타격감각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냥 나 믿고 써주면 충분히 내몫을 해줄테니 걱정하지 마라." 라고 주장하는것과 같다.
이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한 평가가 나올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선수가 타팀으로의 이적에 대한 희망을 내비치는 것은 그 어떤 이유가 되었건 선수 개인의 선택권으로서 존중을 받아야 하고 또한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어야 한다. 아직까지 장성호는 구단측에 감정에 의한 호소를 한적도 없으며 동종업종으로의 일자리 이직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그를 바라보는 일부 팬들이 감정에 의한 그리고 선수의 자유로운 이직에 대한 권리를 비판 하고 있지 않나 싶다.
FA는 프리 에이전트의 약자다. 하지만 지금 장성호에겐 자유가 없다.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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