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치바 롯데)이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개막(20일)과 2차전(21일) 경기에서 도합 8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처참히 무너졌다. 당초 김태균에 대한 기대치가 컸던만큼 많은 야구관계자와 팬들의 실망이 이마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단순한 8타수 무안타가 아니라 개막전 4연타석 삼진부터 2차전 2번째 타석까지 6연속 삼진을 당했다는 경기 내용이 더욱 충격적이다. 좀처럼 보기 드문일이 하필 시즌을 시작하는 경기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김태균은 개막전에서 지난해 다승왕과 사와무라상을 차지했던 에이스 와쿠이 히데아키, 당초 2차전 선발투수로 예상됐던 키시 타카유키 대신 등판한 호아시 카즈유키에게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왜 이런 말도 안되는 결과물이 나오게 됐던 것일까? 필자는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그 원인을 유추해 봤고 그 처참함 속에서도 나름의 희망도 엿볼수 대목이 있었다.
먼저 김태균이 개막전에서 와쿠이에게 당한 4연속 삼진은 나름 이해할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와쿠이는 요코하마 고교 선후배 사이인 나루세 요시히사(치바 롯데)와의 개막전 맞대결에서 엄청난 투수전을 선보이며 8이닝 1실점(탈삼진 11개)으로 승리투수가 됐는데, 그가 던지는 구종 하나하나가 일본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와쿠이는 아시아권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구종을 장착한 투수라고 감히 언급할수 있는 인물이다.
필자가 확인한것만 해도 9가지의 구종(포심패스트볼,투심,슬라이더,포크볼,싱커,스플리터,체인지업,슈트,커브)을 구사할수 있는데 이 구종중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 주종으로 선택해 대략 5-6가지를 구사한다.
이중 이번 개막전에서 와쿠이가 김태균을 상대로해 변화구 주종으로 선택한 공이 바로 슈트볼이다.
슈트볼은 정확히 말하면 인사이드 역회전 볼이다. 타격론적으로 보면 이 공이 제대로만 구사되면 각이 큰 커브보다 더 치기 어렵다. 왜냐하면 슈트는 타자 몸쪽으로 역회전으로 들어오기에 커브처럼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공을 치기 위한 타격기술은 보통의 인코스공을 공략할때보다 컨택트 포인트 지점을 더 앞에서 형성해 때려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특히 우투수-우타자 대결에서는 더욱 힘들다. 우타자가 좌투수의 슈트볼을 공략한다면 평소의 포심패스트볼을 칠때의 감각으로 쳐내면 된다.
타이밍을 투수에게 빼앗길 염려는 우투수의 슈트보다는 덜한 편이기 때문이다.(이렇게 되면 타자입장에서는 선으로 공을 보다 포인트지점에서는 점을 찍어 타격을 하기가 더 용이하다) 김태균은 이날 두번째 타석에서 개막전 최고의 황금찬스였던 2사 만루의 기회를 무산시키며 슈트볼에 서서 당하고 말았다. 처음 필자는 이공이 인코스 안쪽으로 반개정도 빠지지 않았느냐 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다시 경기를 리플레이해 본결과 스트라이크존을 걸쳐서 들어왔기에 심판판정은 정확했다고 본다.
우투수와 우타자의 대결에서 이 슈트볼은 거의 인코스로 공이 들어온다. 아웃코스쪽에서 들어오는 슈트볼은 타자가 느끼는 감각상 위력이 떨어지기에 포인트지점을 찾는데 어려움이 덜하다. 다만 모든 구종마다 제구력이 뛰어난 와쿠이가 이러한 실투를 던지는 비율이 낮기에 제구 되지 않는 실투를 노려야(인코스로 안꺾이면 얻어 맞는다)하는데 영리한 와쿠이는 그 다음 김태균 타석에서는 아웃코스쪽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선택해 김태균을 돌려세웠다. 타석마다 달리하는 영리한 볼배합이 아닐수 없었다.
김태균이 개막전에서 4연속삼진을 당한것은 워낙 절묘했던 와쿠이의 슈트볼도 그 원인중 하나였지만, 여기에는 지난해 부상으로 이탈했다 올시즌 돌아온 주전포수 호소카와 토오루의 공도 빼놓을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세이부가 전년도(2008) 일본시리즈 챔피언팀으로서 민망한 성적을 남겼던 것은 호소카와의 부재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실제로 일본내 전문가들중 이점을 전력약화의 원인으로 꼽는 야구인들이 많았다.
▲ 포수 호소카와 토오루는 2008년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어깨탈구 부상으로 인해 지난해엔 주전마스크를 쓰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 명포수 출신인 이토 츠토무의 등번호(27)까지 물려받았을 정도로 이젠 세이부의 핵심 전력중 하나로 성장을 끝마쳤다. 그는 포수로서 갖추어야할 모든 부분을 섭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올해는 2년연속(2006-2007) 도루저지율 1위를 차지했던 그리고 2008년 베스트나인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호소카와는 대체 어떤 포수일까?
결과론적인 말이 될수도 있겠지만, 김태균이 개막 3연전을(아직 2차전이지만) 세이부와 치르며 부진했던 것은 투수들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호소카와의 `인사이드 워크' 능력도 결코 무시할수 없는 요소였다고 본다. 흔히 일본에서는 포수론의 학파(계열?)라고 할수 있는 두개의 라인이 있는데 공격력과 수비력을 모두 갖춘 노무라 카츠야-후루타 아츠야와 타격능력은 이들보다 떨어지지만 그걸 상쇄하고도 남음 있는 모리 마사아키-이토 츠토무로 이어지는 계보가 바로 그것이다.
호소카와는 이토 츠토무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 포수다. 이토는 현역시절 포수부문에서 9번의 베스트나인과 10번의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한 명포수 출신의 지도자다. 현 세이부 감독인 와타나베 히사노부 이전(2004-2007)까지 세이부 감독을 역임한바 있는데, 이토가 현역에서 활약할때 같이 호흡을 맞췄던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보스턴)가 일찍 프로에 적응하며 재능을 꽃피울수 있었던건 이토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일본내 평가가 있을정도다.
이러한 명포수 출신 감독 밑에서 포수 수업을 쌓았던 호소카와는 타격뿐만 아니라 잔야구(번트능력)에도 능한 선수로도 유명한데, 특히 포수로서의 볼배합 능력은 일본 제1의 포수로 인정받고 있다.
일전에도 이야기한바 있지만 작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일본대표팀의 주전포수는 죠지마 겐지(현 한신)였다. 당시 대표팀이 구성되기 전, 하라 타츠노리(요미우리 감독) 대표팀 감독은 호소카와를 최종엔트리에서 제외시켰는데, 노무라(당시 라쿠텐 감독)가 하라에게 독설을 날린것도 호소카와를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는게 가장 큰 이유중 하나였다. 노무라 하면 일본야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한국에서 보자면 김성근(SK 감독)과 동일시 되는 야구론의 대가중 한명이다.
이쯤 설명했으면 호소카와가 얼마나 뛰어난 포수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식됐을거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김태균이 빈타에 허덕였던 것은 투수들의 호투도 호투지만 이 투수들을 이끌었던 호소카와의 매우 뛰어난 볼배합이 김태균의 이날 성적을 좌우했던 원인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호소카와의 능력은 와쿠이와 호흡을 맞췄던 개막전만 있었던건 아니다. 2차전 선발투수였던 호아시 역시 호소카와의 덕을 굉장히 많이 봤고 실제로도 경기에서 그게 증명됐다.
▲ 호아시의 주무기라고 할수 있는 팜볼그립이다. 팜볼은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공의 아랫부분에 쥐고 나머지 세손가락을 올려놓고 공을 밀어서 던진다는 느낌으로 뿌리는 구종이다. 호아시는 좌완투수지만 좌투수가 쥐고 있는 이미지가 없어 부득이하게 우투수 그립을 삽입했다.
윤석구의 야구세상이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 세이부팀의 프리뷰시간에도 언급한적이 있지만 호아시는 이젠 거의 사라져가는 구종중 하나인 `팜볼'을 주종으로 구사하는 보기 드문 좌완 투수다. 그는 한경기에서 약30%에 이를정도로 팜볼을 구사하는 비율이 높은 선수다. 김태균이 이러한 호아시의 변화구를 몰랐을까? 전력분석원을 통했든, 아니면 코치와 동료들을 통해 호아시가 팜볼을 구사한다는 것쯤은 경기전에 익히 들었고(알려줬고) 그에 따른 대비책도 언급해줬을 것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유추해볼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김태균은 호아시에 두번씩이나 삼진을 당하고 말았을까?
여기에는 평소 호아시가 던지는 팜볼의 코스변화와 볼카운트에 따라 팜볼을 던지는 시점이 김태균을 상대로해서는 달리 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필요가 있다.(필자는 글을 쓰고 있는 이순간에도 호소카와를 욕하고 있다. 능구렁이 같은 놈이라고^^)
호아시는 자신에게 유리한 볼카운트가 되면 팜볼을 위닝샷으로 즐겨 사용하는데, 특히 인코스보다는 아웃코스쪽을 선택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은 투수다. 또한 이 팜볼의 고저 역시 타자입장에서 보기에 가운데에서 들어오다 낮게 떨어지는 것을 특징으로 해왔다. 하지만 김태균과의 승부에서는 평소 이러한 패턴의 투구를 하지 않았다. 즉, 여타의 일본타자들과의 승부에서는 주로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떨어지는 팜볼(건드리지 않으면 볼이될)을 던졌던것과는 달리 김태균과의 첫번째 대결에서는 모두 팜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버린 것이다. 김태균의 의표를 완전히 찔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김태균이 첫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던 마지막 공 역시 팜볼이었는데 평소 아웃코스쪽에 위닝샷을 던지는 호아시가 김태균을 상대로해서 선택한 곳은 인코스였다. 이쯤되면 포수 호소카와가 얼마나 뛰어난 포수인지를 알수 있을것이다.
두번째 대결 역시 김태균을 역이용한 세이부 배터리의 볼배합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김태균이 투스트라이크까지 몰리게 됐던 것도 역시 팜볼이었는데 세이부 배터리는 위닝샷을 전타석과 같은 팜볼을 구사하지 않고 높은코스 패스트볼을 선택해 김태균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팜볼을 염려해 배팅타이밍이 그쪽(변화구 타이밍)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김태균은 불과 130km후반 밖에 되지 않는 호아시의 포심패스트볼에 삼진을 당한것이다. 야구에서 150km가 넘는 강속구가 아니더라도 얼만큼 효과적인 볼배합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을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세이부 배터리의 농간(?)이었다.
하지만 김태균은 세번째 대결에선 호아시의 팜볼에 적응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3루수 라인드라이브에 따른 병살타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전 타석때와는 달리 팜볼의 궤적을 제대로 읽고 공략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병살타를 기록했다는 나쁜의미로만 해석될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앞으로 김태균은 호아시와의 대결이 많이 남아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록 결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비판만 해서는 안될 말이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김태균 답지 않은 스윙, 그도 긴장했던 것일까?
위의 타격장면은 2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바뀐 투수 야마모토 쥰에게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될때의 컨택트지점에서의 모습이다. 야마모토는 아직 여물지는 않은 투수지만 140km중후반의 포심패스트볼을 뿌릴수 있는 선수다. 공의 위치로만 놓고 보면 흡사 WBC에서 마쓰자카의 공을 통타했던 곳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김태균은 이공을 빗맞는 외야플라이로 보내는 걸로 그쳤는데 영상을 통해 보면 평소보다 몸이 빨리 열려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쉽게 말하면 좀 더 자신의 포인트까지 공을 끌어와서 스윙이 이뤄져야 했는데, 앞어깨가 일찍 열려 홈런을 칠수 있는 여건(공의 밑둥을 정확히 가격하는)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타구가 제대로 뻗어나가지 않았다. 이건 김태균의 타격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평소 털털한 성격의 김태균도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라고 풀이하고 싶다. 이전까지 7타석 연속 무안타에 허덕였던 그로서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을것이라고 추론할수 있는 부분이다.
덧붙여 김태균의 타격영상을 돌려보며 느낀점이 하나 더 있는데, 타석에서 평소와는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브로드 스탠스(Brod Stance)에서 상체를 클로즈 해놓고 있는 점은 한국시절과 비교할때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투수의 와인드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배팅리듬감을 유지하던 김태균 특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첫 레그 스텝(Leg Step)을 짧게 내딛기전에 투수의 피칭모션에 따라 몸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감을 유지한후 순간적으로 자신의 체중을 짧게 투수쪽으로 움찔한 후 곧바로 그 반동을 이용해 상체는 로드포지션(Load)으로 가 파워를 장전한다. 이과정에서 하체의 앞발은 상체의 파워장전과 함께 짧게 내딛는다. 타격론에서 Load&Stride라고 흔히 말하는것도 김태균을 보면 쉽게 유추할수 있다. 하지만 김태균은 평소 앞발을 내딛기전까지 좌우로 몸을 흔들며 리듬감을 유지하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이부분 역시 몸이 경직돼 있었기 때문이 아니였나 싶다. 이건 평소 김태균다운 모습이 전혀 아니다.
김태균은 당초 세이부가 2차전 선발투수로 내보낼 것으로 예상했던 키시 타카유키와 3차전에서 맞붙는다. 키시는 일본의 우완투수들 가운데 가장 정통파에 가까운 피칭스타일을 지닌 투수로 특히 슬라이더와 각도큰 커브볼의 위력이 뛰어난 투수다. 키시는 위력적인 공을 가지고 있음에도 지난해 리그 최다피홈런(25개)을 허용했는데 공의 구위때문이 아니라 유리한 볼카운트까지 잡아놓고 성급하게 승부해 들어가다 얻어맞은 피홈런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지난해 호소카와의 부상으로 인해 대신 포수 마스크를 썼던 긴지로의 볼배합에도 그 영향이 있을수도 있지만 올해엔 개막전부터 명포수 호소카와가 안방을 지키고 있고 역시 3차전에서도 호소카와가 키시의 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키시가 보여줬던 투구패턴이 올해는 달라 질것이라고 예상되는 이유중 하나다.
김태균으로서는 세이부와의 3차전(22일)이 올시즌 초반 흐름을 좌우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경기다. 치바 롯데는 이번 세이부와의 3연전이 끝나면 주중 3일을 쉬고 금요일부터는 니혼햄을 만난다. 니혼햄전은 투수 로테이션상 다르빗슈 유의 선발등판이 유력시 되기에 김태균으로서는 매우 힘든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김태균이 키시를 통해 자신감을 찾느냐, 아니면 3차전마저 부진한채 니혼햄전을 맞이 하느냐는 어쩌면 올 한해 농사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것으로 보인다.
보너스 → 키시 타카유키의 연속 투구장면
사진/ 일본야구기구 * 마이니치 신문 * 산스포닷컴 *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 * 치바 롯데 마린스 * 다음 TV팟 캡처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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