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작은 변화가 가져온 큰 파장

Korea Baseball 2010/08/01 23:58 Posted by 윤석구

“제2의 에나츠 유타카가 되라” 신인투수에게는 이보다 더 큰 격려의 말은 없을 것이다.
일본야구 역사상 ‘전설’ 이란 단어에 가장 부합되는, 그리고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좌완투수로 손꼽히는 에나츠는 신인선수가 입단하면 ‘제2의 이승엽’ ‘제2의 야구천재’ 등의 멋진 형용사로 기를 살려주는 국내야구와 비교시 ‘선동열의 재림’ 이란 평가라 해도 어긋남이 없는 찬사다.


2006년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대학-사회인야구 드래프트에서 무려 11개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던 좌완투수 오토나리 켄지를 영입한다. 당시 이팀의 투수코치는 스기모토 타다시(현 KIA 코치).
같은 좌완 그리고 체형이 비슷해서 제2의 에나츠 라고 불렸던 오토나리는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해 단 2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시즌 초반 부상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스기모토 코치가 소프트뱅크에 있었던 시절은 유독 부상선수들이 속출했다.
이걸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기모토가 거쳤던 4개팀(다이에 2군코치 포함)은 그가 오면 팀 평균자책점은 급등하거나 팀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쇠로 된 든든한 배경의 동아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코하마를 끝으로 그는 더이상 일본내 타팀으로부터 코치제의를 받지 못하고 결국 2010년 한국의 디펜딩 챔피언팀은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그러나 우려대로 전반기 결과는 대실패. 스기모토는 결국 7월 23일자로 2군 코치로 강등됐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1군 투수코치→ 2군 강등 → 시즌 후 결별 수순이 스기모토를 기다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후반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마운드 안정화가 눈에 띠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좀 더 지켜봐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스기모토를 대신에 1군 투수코치 보직을 맡고 있는 이강철 코치의 공이 아주 없다고는 볼수 없다. 어린 투수들이 많고 그보다 더 감정기복이 심한 외국인 투수까지 있는 이팀은 무엇보다 선수와 코치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팀이다. 말은 겉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지만, 말속에 담겨져 있는 마음의 전달은 같은 말이라도 듣는이에겐 다르게 다가온다.
‘조용한 카리스마’ 이강철 코치가 1군 덕아웃으로 들어온 이후 확실히 KIA 마운드는 달라졌다.



KIA가 갈길 바쁜(?) SK 와이번스와의 1일 경기에서 7회 이종범 이용규의 백투백 홈런과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7-0 완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그동안 3년여 가까이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천적 김광현을 상대로 연패를 끊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또한 그동안 단 1승에 그쳤던 아퀼리노 로페즈도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2승을 올린 점도 특이사항중 하나였다. 물론 중간중간에 무너졌을법한 감정 컨트롤을 바로 잡아준 이강철 코치의 공로는 앞으로 로페즈가 어떻게 해야만 승리로 가는 길목을 좀 더 수월하게 열수 있는지를 잘 대변해준 경기였다.


반면 SK는 4번타자 박정권을 비롯한 박재상 나주환의 부상이 팀 전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듯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이번 3연전(1승2패)을 끝내, 다음주 만나게될 2위 삼성전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활화산과도 같았던 SK의 공격력은 먼나라 이야기인듯 이번 주말 3연전에서 단 3득점(홈런 2개와 운이 겹친 1득점)만 올린것이 위닝시리즈를 가져가지 못한 원인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이종범 홈런, 마치 도끼로 나무를 내려 찍는듯한 스윙


이날 경기에서 3타점(홈런 포함 4타수 2안타)을 쓸어담은 이종범은 마치 김광현을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는듯 했다. 특히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을 절대로 놓치지 않았는데 첫타석에서 때려낸 2타점 적시타 그리고 불안한 2-0 리드속에 터져 나온 7회초 선두타자 홈런은 절정이었다.



이종범의 준비자세는 배트 헤드가 투수쪽을 향해 있는 모습이다. 스윙은 파워를 장전하러 가는 자세를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강한 타구와 그렇지 않은 타구를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타이밍 매커닉(Timing mechanic)인 하체의 움직임에도 영향은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배트의 이동이 이후 파워배팅을 결정짓는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보편적으로 다리를 드는 과정에서 배트헤드 위치는 그 연동성에 의해 투수쪽으로 향했다가 돌아나오게 돼 있다. 좀 더 큰 테이크 백과 그렇지 않은 테이크 백의 차이는 여기에서 결정된다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종범은 배트헤드를 투수쪽으로 미리 향했다가 나오는 특이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배트를 뒤로 빼는(파워포지션) 동작은 거의 없기에 스윙의 도움닫기(파워)는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배트가 콤팩트하게 나오는 장점이 있게 된다. 이젠 큰것보다는 단타 위주로 선수말년을 보내야 하는 이종범으로서는 당연한 일일것이다.


7회초 김광현에게 홈런을 뽑아낼때의 장면을 유심히 보면 마치 도끼로 내려찍는듯한 스윙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내려찍는 다운컷 스윙(Down cut)은 높은 코스로 오는 공을 보내버리는데 있어 안성맞춤이다. 찍는 다는 것은 공에 보다 많은 드라이브를 걸수 있는 것이기에 파워가 떨어지는 타자라도 정확히만 찍으면 여타 고저 코스의 공보다 비거리가 늘어난다. 김광현의 체인지업은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고  이종범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이용규의 홈런이 늘어난 이유


지난 롯데전에서 4년만에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렸던 이용규가 또다시 홈런을 터뜨렸다. 일주일에 세방을 쳐낸 그도 이젠 거포일까? 정답은 No 다. 다만 홈런은 꼭 힘이 아니더라도 생산할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는게 더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 시간에 이용규 타격폼 변경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에 그점은 일단 생략하고 오늘 나온 홈런에 대한 것, 그리고 향후 경기에서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는 것들에 대한 논의만 간략하게 언급한다. 최근 이용규는 유독 높은 코스의 공에 배트가 잘나온다. 이것은 변화된 타격폼의 영향이다. 스트라이드(Stride)시 앞발을 차듯히 원을 그리면서 나왔던 때는 타이밍의 손해가 많았다.


투수론과 타격론이 공존하는 것들중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과되는 것중에 하나가 타자가 타이밍을 잡는 과정에서의 마무리. 즉 들었던 앞발이 지면에 언제쯤 도착해야 공에 대한 대처가 보다 용이해질수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타자는, 투수손에서 떠난 공이 투수와 타자와의 중간거리가 넘어서기 전까지는 모든 스윙준비(스트라이드 착지)를 끝마쳐야 한다. 그 거리가 넘어서게 되면 설사 인코스에 들어온 공일 지라도 타이밍이 늦어져 자연적으로 밀어치게(밀려치게)된다. 과거의 이용규가 그랬다.


하지만 지금 이용규는 그 시간적인 부분을 상당히 간소화 했다. 원을 그리는듯한 앞발을 간결하게 내딛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니, 이젠 인코스 공도 제대로 잡아당길수 있게 됐다. 금일 김광현에게 뽑아낸 홈런도 인코스 공. 예전같으면 우측으로 강한 타구를 보내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론하는 이유다.


이용규가 좀 더 많은 장타를 쳐내겠다는 의지는 다음주 6연전까지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높은 코스의 공은 타자의 배트를 이끌어내는 목적이 큰데, 예전엔 투수들이 큰 것 한방을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이용규를 상대했다면 이젠 이 코스의 공을 전보다 쉽게 던지지는 못할듯 싶다. 즉, 이용규를 상대로 분석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고저의 코스 변화 그리고 볼카운트에 따른 새로운 볼배합이 앞으로 이용규가 풀어나가야할 또다른 숙제인 셈이다.


여담이지만, 이용규가 롤모델로 생각하는 그리고 그와 같은 선수로 성장하고 픈 일본의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도 프로데뷔 후 지금까지 오는동안 하나의 타격자세와 스윙스타일을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지난해 이곳에서 포스팅함) 마냥 똑딱이 타자인줄 알았던 아오키가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정교함과 장타력의 경계선에서 고민을 해왔는지를 이용규 역시 모방을 통한 업그레이드로 옷을 갈아 입을 필요가 있다.
덧붙여 김원섭은 초구공략이 매우 아쉬운 부분중 하나였는데 오늘 타석에서의 결과가 어떤 볼카운트에서 나왔는지를 좀 더 오랫동안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IA는 8월 첫째주 주중 3연전을 LG 트윈스, 그리고 주말 3연전에선 두산 베어스와 격돌한다.

4위 롯데 자이언츠를 잡기 위한 첫번째 고비인 LG경기, 그리고 2위 삼성을 추격하고 있는 두산이란 점을 감안할때 경기 결과에 따라 중위권 싸움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것으로 전망된다. 살아난 타격, 그리고 바뀐 1군 투수코치로 인한 작은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 파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흥미롭다.



이번주 경기리뷰는 LG 트윈스가 될것으로 보이는데(스포츠채널이 한군데 밖에 안나온다. 그렇기에 LG가 꼭 이겨야 글을 쓸수 있다) 올해 다 쓰지 못한 해당팀 선수들에 대한 분석글이 될것으로 보여 필자도 기대된다. 물론 이긴팀 위주다. 덧붙여, 윤석구의 야구세상은 기록이 바탕이 되는 글을 상당히 싫어하기에 거의 모든 글은 기록 자체가 없다.(일본야구 기사제외)

일전에 이것에 관한 문의를 해오신 독자님이 계셨는데 야구를 기록으로만 보면 그것에서 벗어날수 없는 그리고 야구는 사람이 한다는 기본명제 때문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필자는 “기록(or통계)은 비키니를 입은 여자와 같아서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모든걸 보여주진 않는다” 라는 명언을 사랑한다.



사진/ 연합뉴스 & KIA 타이거즈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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