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시즌 마지막 홈런(47호)을 쏘아올린 후 덕아웃쪽을 향해 웃고 있는 알버트 푸홀스 ⓒ SI.com


이대호(롯데)의 ‘트리플 크라운’과 타격부문 7관왕 달성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2010년 한국프로야구.
독보적인 선수의 출현은 야구의 흥행요소와도 무관하지 않기에, 그리고 날이면 날마다 올수 있는 기회도 아니기에 올 시즌 반드시 다관왕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은 2004년 마츠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 이후 아직 트리플 크라운 달성자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메이저리그는 내셔널리그- 1937년 조 메드윅(타율 .374 홈런31 타점154), 아메리칸리그- 1967년 칼 야츠렘스키(타율 .326 홈런44 타점121) 이후 없다.


그런데 어쩌면 올 시즌 43년만에 트리플 크라운 달성자가 나올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의 페이스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바로 ‘The Machine’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의 손에 의해서다.
올해 푸홀스의 성적(21일 기준)은 타율 .316 홈런32개 타점88개다. 홈런과 타점은 리그 단독 1위이며 타율은 1위 조이 보토(신시네티) .320와 겨우 4리차이다. 현역 통산 타율 1위(.332)의 푸홀스라면 아무리 올 시즌이 극심한 투고타저라도 자신의 커리어 평균 에버리지만 도달해도 3관왕이 가능하다.
특히 8월달에 들어서 엄청난 타격페이스를 보이며 전반기때의 부진을 회복하고 있어 어느때보다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가 달리기 시작하면 어디쯤에서 멈출지 모르기 때문이다.


푸홀스는 매시즌 그래왔다. 시즌 초반부터 폭발하면 그 페이스가 쭉 이어지다가 시즌 막판 부진하던가(지난해) 시즌중반에 슬럼프가 찾아오면 결국 후반기에 만회를 하며 자신의 평균 성적에 맞추면서 시즌을 끝마친다. 사실 푸홀스니까 페이스 하락을 논하지 냉정히 말하면 그 슬럼프였던 시기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보면 성적이 월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푸홀스는 지난 16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터뜨리며 루키시즌부터 올해까지 10년연속 30홈런을 기록하는 선수가 됐다. 이는 메이저리그 최초이자 지난해까지 9년연속 이어온 3할-30홈런-100타점 역시 올해 다시 10년으로 연장할것이 확실해졌다. 이것 역시 자신이 기록을 세우고 또다시 해가 바뀌면 이어가고 있는중이기에 더 이상의 어떤 수식어를 남발할 필요조차 없는 괴물타자의 전형이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 외각을 거치며 뚫려 있는 고속도로가 하나 있다. 1999년까지 이 고속도로의 이름은 미주리주가 배출한 대 문호인 마크 트웨인(한번쯤 읽어봤을 ‘톰 소여의 모험’을 쓴 사람)의 이름 딴 “마크 트웨인 익스프레스웨이”였다. 하지만 당시 마크 맥과이어(현 코치)의 그 미친듯한 홈런행진으로 인해 “마크 맥과이어 하이웨이”로 고속도로명을 바꿨을 정도로 이 지역 야구사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고속도로 이름까지 그의 이름으로 명명해줬음에도 훗날 약물복용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을 실망시켰다. 지역 팬들이 느낀 배신감은 이루말할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황폐화 그 이상이었던 셈. 그래서인지 이젠 고속도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 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알버트 푸홀스 하이웨이”는 어떨까?

통산 3차례(2005,2008,2009)의 리그 MVP, 그리고 올 시즌 3년연속 MVP를 향해 가고 있는 푸홀스라면 자격이 있을까? 그리고 가시권에 들어온 트리플 크라운까지. 그 지역에 있는 고속도로 이름까지 관여할 필요는 없겠지만 푸홀스라면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본다.



푸홀스의 위대한 타격능력, 그가 바로 야구의 神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 간만에 푸홀스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야구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특정 선수에 대해 날이면 날마다 글을 쓸수도 없기에 오늘은 그동안 미뤘던 푸홀스에 대한 글을 폭발(?)하고 싶다. 혹여 푸홀스를 싫어하는 팬이라면 오늘만큼은 양해를 구한다.


현재까지 푸홀스의 통산 홈런개수는 정확히 398개. 앞으로 2개만 더 추가하면 400개가 된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데뷔해부터 400호까지 가장 빠른 페이스로 도달하는 것으로 올 시즌 현재 세인트루이스의 남은 경기수를 감안하면 44개까지 가능해 자신의 커리어 10년간 410개의 홈런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이 그냥 매시즌 평균 41개의 홈런을 10년동안 이어왔다고 보면 된다.


푸홀스의 타격은 한마디로 ‘Rotate’, 즉 축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로테이셔널 히터의 표본이다.
물론 시즌중에도 미세하게 나마 타격자세를 수정보완하며 약간의 차이점을 두긴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로테이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스윙시 몸의 회전은 양날의 검과 같은 위대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특히 푸홀스처럼 양다리 사이를 넓게해 타석에 서는 타자들(브로드 스탠스라고도 한다)은 더욱 그렇다.


푸홀스와 같은 타격은 스윙시 지면에서 앞발을 이격시키지 않기에(노 스텝) 체중이동(Weight Shift)시 가장 필수적인 몸의 전진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스탠스가 너무 넓게 되면 엉덩이 로테이션 즉 몸이 회전하는데 있어 추진력을 이끌어 내기가 힘들기에 컨택트(Contact)지점까지 파워를 유지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투구에서 상체와 하체의 불일치로 인해 생기는 일종의 러싱(Rushing)현상이 푸홀스와 같은 타격스타일이라면 발생할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위의 영상에서 보다시피 이런 걱정은 푸홀스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전체적으로 몸이 회전할때 축을 중심으로 거의 제자리에서 스윙이 폭발하기에 체중의 전방 쏠림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브로드 스탠스(Broad Stance)→숏 레그 스텝(Short leg step)→노 테이크 백(No take back)의 발사직전의 타격과 어떠한 특정 스윙이 아닌(걷어올리거나 내려찍는) 공을 보고 반응하는 조건반사적인 핸드 코어드 네이션(Hand-eye coordination)이 지구, 아니 우주최강의 선수가 바로 푸홀스다.
푸홀스 타격과 관련한 글은 그동안 여러차례 썼기에 오늘은 지금동안 쓰지 않았던것만 짧게 언급한다.


김태균과 푸홀스의 다른점


필자가 다음블로그에서 활동할쯤(2007년)부터 김태균(롯데 마린스)의 타격스타일이 푸홀스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해왔다.(글로 써왔다) 덕분에 이젠 많은 사람들이 김태균 하면 푸홀스 타격폼 이라고 인식돼 있는것 같아 나름 뿌듯한 마음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푸홀스와 김태균은 같은것 같으면서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상대하는 투수의 피칭의 일련과정중 반응하는것 즉, 첫번째로 몸이 반응하는 타이밍에서 차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김태균의 타격장면을 유심히 보면(자세히 봐도 관심 없으면 뭔말인지 모른다) 몸을 좌우로 리듬을 타며 투수의 공을 기다리다 앞쪽으로 순간 몸을 움찔(짧은 순간 전방으로 체중이동)했다가 처음 제자리로 체중을 옮긴 후 앞발을 짧게 내딛는다. 이 짧은 찰라의 순간을 나눠보면 준비자세에서 전체적인 몸의 중심을 순간적으로 짧게 투수쪽으로 움찔 했다가 그 반동으로 다시 제자리로 이동한 후 스텝을 내딛다는 뜻이다.


필자가 야구공부를 시작한 이후 가장 어렵다고 느낀 부분이 ‘앞발을 들어올리지 않는 타자들은 어떻게 타이밍을 잡을까?’ 였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었다. 그리고 직접 스윙을 해보면서 연구를 해봐도 선뜻 이해할수 있는게 아니었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쉬운곳에 있었다.
한시대를 풍미한 대타자출신(이름만 대면 누군지 야구팬이라면 다~~안다)분께 조언을 구했더니 지금 필자가 언급한 부분을 가르켜 줬다. 전부는 아니지만 김태균의 타격이 소위 노 스트라이드 유형의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 대표적인 것들이라는 것과 함께.


하지만 이부분에선 푸홀스와 김태균은 다르다. 김태균이 몸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타다 순간적으로 체중을 전방(투수쪽)으로 움찔했다가 나오는것에 비해, 푸홀스는 배트를 쥐고 있는 손(그립)을 위로 올렸다가 내렸다를 반복하며(짧게) 리듬을 탄다. 그리고 앞발을 짧게 내딛을때 상체가 약간 안쪽(배터박스)으로 굽어졌다가 나오는 특징이 있다. 같은 유형의 타자라도 자세히 보면 이렇듯 차이점이 있다는걸 알수 있는데 이래서 타격은 매우 어려운 운동이다.


배트무게 920g 과 930g의 차이


알버트 푸홀스의 가장 큰 장점중에 하나가, 어떠한 것들을 대입하더라도 평균에 수렴하는 그의 타격 성적이다. 개인적으로 기록을 놓고 야구를 보는걸 굉장히 싫어한다.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왜 잘하는지, 그리고 슬럼프가 오면 왜 오게됐는지에 대한 분석을 하는게 야구를 바라보는 그리고 즐기는 목적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운동이란 것도 좋아하는 말중에 하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록을 무시하는건 아니다. 참조를 함에 있어서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푸홀스는 홈과 원정, 그리고 우완과 좌완 투수에 대한 상대전적에 기복이 없다. 바꿔말하면 푸홀스의 별칭인 ‘The Machine’처럼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푸홀스가 우투수를 상대할때와 좌투수를 상대할때의 차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배트 무게다. 캐나다산 단풍나무 배트를 주로 애용하는 푸홀스는 우투수를 상대할때는 무게 920g짜리 배트를, 그리고 좌투수를 상대할때는 그보다 10g이 무거운 930g짜리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선다. 스윙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배트 무게 10g의 차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것 이상으로 타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푸홀스가 우투수를 상대할때보다 좌투수와 상대시 무거운 배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공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크다고 한다. 우타자가 우투수를 상대할때는 좌투수에 비해 공을 관찰(?)하는 시간이 짧아 보다 빠른 배트스피드를 요구하기에 가벼운 배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좌투수를 상대할때는 우투수에 비해 공을 보는 시간이 더 길어 무거운 배트를 사용해도 우투수를 상대하는것과 같은 배트스피드를 낼수 있다. 좌,우 투수에 따라 배트를 스타트하는 시발점의 차이가 있다는 뜻인데 푸홀스 방망이 10g에는 이렇듯 엄청난 타격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앞으로 푸홀스에 대한 이야기를 또 언제 할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번주 내로 달성될 것이 유력한 통산 400홈런, 시즌 막판까지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 여부, 그리고 포스트시즌이 모두 끝나고 발표되는 내셔널리그 MVP까지, 그에 대한 글은 쓸거리가 참 많다.
하지만 편식은 몸에 나쁜 것이니까, 푸홀스가 기대대로 이 모든 것들을 다 수립하더라도 침묵하겠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으니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 하다는 말씀 드리며 끝맺는다.


사진 * 영상/ SI.com & St. Louis Cardinals→ 영상작업= 윤석구의 야구세상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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