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가 신인시절이었던 지난 1997년 여름 어느날.
광주구장에는 경기가 없는 날임에도 건장한 사내 두명이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바지를 걷어 올려 거의 반바지 차림의 한사람과 연습용 티를 입고 있는 선수. 바로 김성한(전 KIA 감독)과 장성호(한화)였다. 장성호가 티배팅을 한참 하다 중간에 멈추면 적막한 구장안에는 김성한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또한 페퍼 게임(가까운 거리에서 공을 던지면 가볍게 맞추는)중에도 수시로 멈춰 뭔가를 설명하는 김성한과 그걸 듣고 있는 장성호의 장면은 한눈에 봐도 `맞춤형 타격지도'를 하는 코치와 선수의 모습이었다.
훗날 장성호는 자신이 신인시절에 했던 훈련량을 요즘 젊은 선수들과 비교하면 1/10도 안된다며 너스레를 떠는데, 이때가 무명 장성호에게 있어서 가장 힘들고 괴로운, 그리고 의미있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피와 땀이 지금의 장성호를 있게 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후 장성호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년연속 3할타율과 이듬해 10년연속 세자리수 안타를 기록하는 대표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타이거즈 암흑기를 거친 산 증인중에 최고의 선수였다.
언제까지나 타이거즈 선수라고 생각했던 장성호가 구단과의 반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건 지난해부터다. 특히 12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작년 가을 잠실구장.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면서 축포와 환호가 뒤섞인 그 현장에서 유독 웃는 얼굴이 사라진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장성호의 얼굴이었다.
누구보다 학수고대했을, 그리고 자신이 주인공으로 있었어야할 꿈에 그리던 그 자리가 마냥 편하지 않게 보였던 그 얼굴. 필자는 그 모습을 보고 올해의 암시를 느꼈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됐고 결국 어제(8일)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동안 구단과 선수간의 트러블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언론보도에 나온 그대로이며 그 과정에서 부풀려진것, 그리고 축소된것도 있지만 어찌됐던 이젠 장성호는 한화 선수다.
이젠 모두 지나간 일이기에 타이거즈 팬들은 말을 아껴야 한다는 의미다.
장성호의 거취가 표류하던 지난 5월초. 광주 모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김성한 전 감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언론에서 알려진 것 외에 뭔가를 더 알고 싶었던 본능이 작동하여 조심스럽게 쉬고있는(?) 장성호 이야기를 거냈는데 "실례가 되기 때문에 함구하고 싶다"의 대답이 돌아왔다. 다만 그라운드에 있어야할 야구선수가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윤석구의 야구세상이 생각하는 장성호의 존재는 매우 특별하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장성호는 `오레류'의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아닌가 싶다.
일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 타자들의 타격스타일은 `개성'이 없는 편이다. 외국 스카웃터들이 우리나라 아마츄어 선수들에 대해 항상 빠지지 않고 하는 이야기도 그선수가 그선수 같다는 평이많다. 이것은 프로야구 출범당시 일본에서 선수 또는 지도자 생활을 했던 야구인들의 영향때문으로 생각되어 지는데 `외다리 타법'의 대표적인 장성호는 이러한 한국야구의 보편적인 타격론에 반기(?)를 들었다고 할만큼 예전부터 이목의 중심에 놓여 있던 선수중 한명이다.
`오레류' 하니까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현재 일본야구 주니치 드래곤스 감독인 오치아이 히로미츠다. 현역시절 독특한 타격스타일을 내세우며 주류 선수들과의 차이를 두곤 했던 오치아이와 장성호는 닮은 구석이 많다. `일본야구 대장' 키요하라 카즈히로가 요미우리로 이적해 오자, 오치아이는 스스로 자원해 니혼햄으로 이적했던 상황, 그리고 그곳에서 현역생활을 끝마치며 은퇴했던 전례가 지금 장성호와 비교해 보면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자원해서 팀을 이적했던 오치아이와 비교해 장성호는 일부 팬들에 의해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보편화된 정서의 차이점만 다를뿐이다.
한국야구에서 한팀에서만 뛰며 2,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개인적으로 장성호가 이뤄주길 원했는데 이것 역시 이젠 물거품이 됐다. 기록이 갖는 의미는 이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던 미래의 야구팬들에겐 선수의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수 있는 도구가 된다. 현재 2,000안타까지 정확히 259개의 안타를 남겨둔 장성호의 이 기록은 한화에서 달성될것이 확실해 졌다. 2,000안타를 쳐야 입회될수 있는 일본 `명구회'에 오치아이가 스스로 거부했던 것은, 명구회 회장인 카네다 마사이치가 자신의 타격스타일에 혹평을 했던 사람중 한명이었기 때문이란 사실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남들과 다른것은 `틀림'이 아니다.
장성호 역시 마찬가지다. 장성호 특유의 타격스타일은 차치하더라도 그의 독특한 성격과 정신세계도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란 사실을 인식해줬으면 한다. 그의 트레이드가 발표된 이후 일부에서 쏟아지는 비판, 그리고 인터뷰내용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악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국내야구가 좀 더 발전을 하려면 경직되어 있는 트레이드에 대한 시선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젠 장성호가 2,000안타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응원해줘야 할때다.
※ 오레류(オレ流, "내 방식대로~~)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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