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삼성 라이온스와 KIA 타이거즈가 야구를 하는데 왜 애국가를 꼭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국제대회때 일본과 한국이 싸운다면 납득할수 있겠는데(중략)...”

며칠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유시민씨가 지금처럼 인기폭발의 초유명인이 되기전, MBC100분토론에 나와서 했던 말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7-8년쯤의 일로 기억된다.

개인적으로, 사람의 내면적 가치관 그리고 보편적 사고속에 정형화된 인식의 틀을 깨는건 매우 힘든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야구에서 타격이 그러하듯, 오랫동안 몸속에 인지되어 있는 성향을 고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것도 때에 따라서는 달라질수가 있다. 이것은 혼자의 힘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타인에 의해서 얼마든지 달라질수 있다. 그 달라졌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필자다.

여기까지의 글을 읽고 대체 뭔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야구와 정치' 그리고 장가를 못갔다니? 오늘 글은 다름 아닌, 야구전문블로거의 야구이야기가 아닌 유시민이 필자에게 끼친 영향력에 대한 것들이다.

911 테러가 미국에서 일어났던 해의 월드시리즈를 잊지 못하는 야구팬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월드시리즈에 올라왔던 애리조나와 양키스 선수들의 유니폼,모자,헬멧을 보면 미국국기인 성조기가 모두 박혀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관중석을 비롯한 구장 곳곳이 성조기로 도배가 될정도였는데 이건 마치 야구시합을 하는게 아니라 애국시합을 하는것과 같은 착각이 들정도였다.
911 이후 미국에 거주하는 이방인들, 특히 아랍계 가정집에는 집집마다 성조기를 내걸었는데 이것은 한치의 의심없이 `우리는 미국의 적이 아니다'라는 것을 암시하는 일종의 자기방어의 외면적 표현이었다고 본다.

국내로 한정해서, 만약 야구장에서 애국가가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기립을 하지 않거나, 돌아다니는 행동을 하려면 보통 이상의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에는 `애국가가 나오면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국기가 있는 곳을 향해 기립해야 애국심이 있는 것' 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한 법률적인 제재는 없다. 애국가가 나오는 동안 경기장 내에 있는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갈수도 있고, 화장실을 갈수도 있으며, 같이 온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을수도 있는 즉, 이렇게 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시 될게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반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보러가는, 덧붙여 나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야구장에서 이러한 반강제성의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물론 `그 짧은 시간 기립해 있는게 뭐가 어려워서 안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또는 `애국심이 정말로 없는 사람' 이라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내면적 가치관의 다름에서 오는 차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겐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모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가서 `저는 우리 아버지(또는 어머니)를 정말로 사랑합니다' 라고 돌아 다니면서까지 자신의 본심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보통 애국가에 대한 기립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식적인 자리(야구장과 같은)에서 이뤄지는데, 이걸 부모님에 대한 사랑으로 대체해서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이 집결되어 있는 곳에서 `저는 우리 부모님을 엄청나게 사랑합니다.' 라고 외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국가를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표현은 겉으로 드러내며 형식화의 틀에 얽매이며 보여주는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면적으로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됐지 그걸 밖으로 꼭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이다. 외면적 표현으로만 `애국'을 외치는 그리고 국가사랑을 강조하는 지체높으신 정치인들중의 상당수가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현실에 비춰볼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은 필자가 20대후반의 나이대까지만 해도 감히 상상조차 할수 없는 생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생각없이 정형화된 인식의 틀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글 첫머리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이걸 필자에게 일깨워준 인물이 바로 7-8년전 TV 토론 프로그램에서의 유시민이다.

필자는 유시민의 팬사이트에 가입조차 한적이 없는, 그리고 그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의 정서에 지독할 정도의 몸살을 앓게한, 그리고 그것이 이젠 사랑으로 변해버린 소위 "유빠"가 됐다. 유시민을 사랑하는 나의 내면적 가치를 꼭 겉으로 표현해야만 유시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게 아니기에 이 마음은 평생 나의 내면적 정서의 가치로 남겨두며 그를 지켜볼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통해 유시민을 알게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난 노무현 전대통령을 전혀 몰랐던 시기(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니까)에 유시민을 먼저 알았고, 유시민을 통해 노무현 전대통령을 알게 된 사람이다. 그러니까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노 전대통령을 사랑하니까 자연스럽게 그 연장선에서 관심을 갖게된 케이스라고 볼수 있다. 그쯤, 필자는 결혼을 전재로 사귀고 있던 처자가 있었다.

사귀는 동안 정치의 "정"자도 꺼낸 적이 없었지만 노 전대통령의 탄핵쯤에 심하게 다툰일이 있었다.
탄핵의 부당함을 역설했던 나와, 당연하다는 처자사이의 갈등. 이후 몇년이 지난 후 그 처자와 헤어졌다. 아마도 당시(탄핵사건)의 엄청난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의 후폭풍이 시간이 흘러도 뇌리속에 남아있어 이후 순탄치가 못했던 연애기간의 시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정치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는 교훈 아닌 교훈도 얻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결단코 후회하지 않는다. 문제는 결혼적령기가 지나버려 아직도 장가를 못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30대중반이 꺾인 나이지만, 이 모든 근본적 원인제공은 유시민에게 있다. 당신을 알게돼 사랑한 죄로 인해 이렇게 됐으니 유시민은 책임져라 ^;^

보수언론, 그리고 유시민 안티들이 그의 단점을 언급할때 빠지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똑똑하긴 한데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다. 하지만 내가 지켜본 상당수 보수적 성향의 정치인들은 멍청하고 싸가지까지 없다. 현실의 안주함이 질책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게 정상적인 세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이 성공이란 열매를 따먹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안주'란 기성정치인들의 비겁함이다.

끝으로 유시민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이글을 끝마칠까 한다.
참여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시절에 도입한`기초노령연금제도' 혜택을 내년이면 저의 아버지도 받게 된다. 큰 돈은 아니지만, 격동의 세월을 보냈던 아버지 세대들에겐 젊은날에 대한 보상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 시간을 빌어(이 글을 읽을 가능성은 백만분의 일도 안되겠지만) 거듭 감사함을 표한다.

사진/ 사막의 푸른잠자리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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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괴벨스와 같은 인간이 있다. 다만 남자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뿐...사람들의 인지부조화가 만들어 낸 희대의 괴물이지.. 뭐 그렇다고.. KCN 야구해설위원 & 광주 MBC-R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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