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꿈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의 홈런 한방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꿈을 버리지 않았던 야쿠르트는 금일(14일) 3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단두대 매치에서 5회초 오가사와라가 상대 투수 이혜천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3호 홈런. 이로써 4위 야쿠르트는 3위 요미우리와의 승차가 6.5경기차이까지 벌어지며 자력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수 있는 기회를 무산시켰다.
지난 10일 히로시마전에서도 끝내기 홈런을 쏘아올렸던 오가사와라는 팀이 위기에 처했을때 해결하는 본능이 올해도 죽지 않았음을 증명해내고 있다. 요미우리 역시 오가사와라가 있기에 4년연속 센트럴리그 우승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전에 이곳에서도 한번 언급한적이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타격을 예술로’ 승화시킨 인물은 올해 은퇴를 선언한 켄 그리피 주니어다. 부드러운 중심이동과 간결한 스윙에서 나오는 그의 타격은 특히 피니쉬 과정이 파워풀하고 부드러워 많은 야구인들에게 있어 경이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배팅공간을 어떻게 이용해야 최대한 파워를 뽑아낼수 있는지를 보여준 위대한 타격동작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본야구에서 ‘타격을 예술로’ 라고 불릴만한 타자가 있을까? 복사기로 찍어낸듯한 일률적인 것이 아닌 개성과 근성이란 측면까지 더한다면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정도라면 충분히 타격을 예술로 승화시킨 인물이라고 본다.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다소 투박한 스윙이지만, 매우 정교하고 파워풀한 그의 타격은 현역 일본 타자들 가운데 최고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의 타격연속동작
타자가 프로에 입단한 후 은퇴를 할때까지의 과정을 보면 신인시절 보여줬던 타격폼과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것은 자신을 지도했던 지도자의 교체에 따라 달라지는 것, 슬럼프 기간이 오면 타격폼을 바꾸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파워가 떨어져 이걸 극복하기 위한 것 등등,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오가사와라는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했을때와 지금 요미우리에서의 타격폼 차이가 거의 없는 선수다. 이것이 의미하는건 굉장히 크다고 볼수 있다.
니혼햄 시절(1998년) 오가사와라는 손가락 골절상을 당한 후 채 부상이 완쾌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타로 출전해 홈런을 쳐낸 선수다. 그 홈런 이후 그의 별칭은 ‘가츠’ 즉 근성이 됐고(익히 알려진 사건) 이 당시 니혼햄에는 오치아이 히로미츠(현 주니치 감독)가 은퇴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일전에 이곳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소위 오가사와라의 ‘신주타법’은 오치아이에 의해 전수받은거나 다름이 없다. 물론 타격준비 자세에서만 그럴뿐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오치아이식 타격은 기본기를 중시하는 일본야구에서는 거의 이방인 취급이나 마찬가지였을 정도로 독특함을 넘는 것이었다.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야구풍토에 반기를 들었던 오치아이가 은퇴 후 명구회 입회자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거부한 것도 현역시절 자신의 타격스타일에 노골적으로 딴지를 걸었던 기성세대들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던 셈이다. 현역 생활 마지막을 니혼햄에서 끝마친 오치아이는 당시 신인이었던 오가사와라에게 타격에 대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고, 그 영향때문인지 아직도 오가사와라의 타격준비자세를 보면 배트를 배터박스쪽으로 쭉 빼는 오치아이식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 현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의 타격연속동작
야구에서 근성은 팀 플레이 측면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이다. 야구를 잘하면 근성있게 보이고 못하면 근성 없는 타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가사와라는 허상으로 보이는 근성을 타격에서 보여주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타자다. 왜냐하면 몸에 맞는 볼을 절대로 두려워 하지 않는 마인드가 타격기술의 하락을 가져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꾸준함의 대명사가 될수 있었던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이다.
보통 타자들은 인코스에 타이트하게 들어오는 공이면 엉덩이를 빼거나 타석에서 미리 몸을 빼버린다.
하지만 오가사와라는 맞아도 좋다는 식으로 그런한 인코스 공까지 풀스윙으로 잡아당긴다.
이 차이는 굉장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순발력이 떨어져 몸쪽 공을 커트해내는 기술이 떨어지는건 당연하다. 그 찰라의 순간에 정말로 치겠다고(커트라도) 들이대는 타자를 보면 어떠한 면에선 무모하다는 인상마저 들정도지만 오가사와라는 다르다. 근성도 보통 근성이 아닌것이다.
이승엽의 기량이 왜 하락했을까? 이런 추상적인 질문에 필자 스스로 자답을 해보자면 기술적인 측면 중에서 인코스에 약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인코스로 타이트하게 붙어서 들어오는 공이 오면 움찔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졌다. 특히 좌타자 몸쪽으로 던지는 투심성 공이 오면 미리 공의 움직임을 판단해 엉덩이부터 오픈되니, 대처할수 있는 능력 그리고 스윙이 정상적으로 나올수가 없는 것이다. 멀뚱하게 쳐다보다가 삼진, 그리고 헛스윙시 대부분은 배트가 늦게 나와서 삼진으로 연결된다.
타자의 심리상태까지 알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오가사와라가 나이가 들었음에도 예전과 같은 기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인코스 공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같은 팀의 아베 신노스케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평가할때 현역 일본 좌타자들중 좌투수의 공을 가장 잘치는 타자가 아베다. 그냥 잘치는 정도가 아니다. 좌타자인 아베의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좌투수가 던진 공이 자신의 등뒤에서 날아오는듯한(맞을것처럼) 공이라도 절대로 움찔하는 경우가 없다. 맞아도 좋다는 식이다. 이러한 두려움이 없는 아베가 올 시즌 40홈런을 쳐내고 있는게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 2009년 클라이맥스 시리즈 스테이지2 주니치와의 2차전에서 홈런을 쳐낸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이 타격영상은 지난해 요미우리가 주니치와의 클라이맥스 시리즈 [스테이지2] 2차전에서 홈런을 뽑아낼때의 모습이다. 코스는 인코스 조금 높은 공.(일전에 타격분석을 한적이 있음)
타격동작을 보면, 인코스 공을 어떻게 쳐야 장타로 연결할수 있는지를 표본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른 것은 보지 말고 배트의 뭉둥한 노브(Knob)쪽 즉, 배트를 쥐고 그립부분을 어디까지 끌고(Dreg)가서 컨택트가 되는지만 유심히 보라.
스윙시 체중이동(Weight Shift)은 타자자신의 중심선을 넘어서까지 하면 안된다. 특히 인코스 공을 공략할때 그러한데 왜냐하면 뒤에서 앞쪽으로 이동하게 되는 몸의 중심이 전방(투수쪽)으로 급격하게 이동을 하게 되면 타자자신이 가지고 있는 파워를 스윙에 모두 전달할수 없기 때문이다. 일전에도 이야기 한적이 있지만 이걸 타격전문 용어로 스피닝(Spinning) 현상이 일어났다고도 하는데 파워에 보탬이 되지 않는 헛힘(?)이라고 쉽게 이해하면 될듯 싶다.
하지만 이 스피닝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파워의 손해없이 장타로 연결할수 있다. 위의 오가사와라의 타격처럼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부분을 최대한 앞쪽까지 끌고 간 후(보통때보다 훨씬 더 앞쪽까지 끌고 가는게 눈으로 봐도 알수 있을듯) 배트헤드를 돌리면 앞쪽에서 공회전(급격한 몸의 회전)이 걸리더라도 배트가 공을 충분히 뚫고 지나가는 매커닉이 형성될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 어렵나? 쉽게 말하면 위의 오가사와라와 같이 접점지점(공과 배트가 만나는)까지 배트노브 부분을 최대한 앞쪽까지 끌고 가면 체중이 급작스럽게 이동이 된 상태라도 인코스 공을 충분히 장타로 연결할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몸쪽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함은 물론 엄청난 타격기술을 요한다.
▲ ‘사무라이 검객’ 오가사와라의 기량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오가사와라는 지난해까지 통산 1,832개의 안타를 생산했다. 올해는 현재(14일)까지 145안타. 앞으로 23개의 안타만 쳐내면 2,000안타의 대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앞으로 요미우리의 남은 경기수가 16경기.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충분히 올해안에 2,000안타를 쳐낼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역시 2,000안타에 대한 열망이 크다. 이것은 위대한 선배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라고 스스로 언급했을만큼 명구회에 입회될수 있는 자격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오가사와라는 올해까지 6년연속 30홈런(통산 10차례) 통산 타율 .315(현역 2위)를 기록중이다.
개인적으로 오가사와라의 그 수많은 별명 중에서 ‘미스터 풀스윙’ 이란 별칭을 가장 좋아하는데, 독자님들의 생각은 어떤지 묻고 싶다.
최근 오가사와라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타보다는 남은 시즌 팀의 1위 탈환에 좀 더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어차피 올 시즌 요미우리는 방망이로 승부를 내야하는 팀이기에 그의 바람대로 팀이 목표로 하는 결과가 나올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GIF/ 요미우리 자이언츠 & SBS SPORTS 영상작업= 윤석구의 야구세상
윤석구(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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