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스윙’의 대명사,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가 은퇴를 선언했다.
시애틀 구단은 3일(한국시간) 구단 보도 자료를 통해 켄 그리피 주니어가 공식적으로 은퇴의사를 밝혔다며 “예전부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할시엔 은퇴할 생각이었지만 이제 내 존재가 구단에 방해가 되는것 같다”는 켄 그리피 주니어의 은퇴 이유도 언급했다. 

한때 행크 아론이 가지고 있던 통산최다홈런 신기록(755개)을 깰 유일한 적임자로 평가받았던 켄 그리피 주니어는 그러나, 신시네티로 이적해온 이후부터 잦은 부상으로 인해 경기출전수가 감소하며 끝내 배리 본즈(762개)에게 신기록 달성을 양보해야 했다. 
한시대를 10년단위로 묶어 놓고 평가하자면, 1990년대의 켄 그리피 주니어야말로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였다고 본다. 22년간의 선수생활동안 통산 630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그는 이부문 역대 5위, 홈런왕 5차례, 이뿐만 아니라 특유의 강견과 폭넓은 수비범위로 외야수부문 골드글러브만 10차례를 수상했을 정도로 공수 양면을 완벽히 겸비한 타자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켄 그리피 주니어를 매력적인 선수로 인도한 것은 예술과 같은 그의 스윙에 있다.
여타의 슬러거들이 좀 더 강한 임팩트, 그리고 투박하다는 인상이 들만큼 풀스윙을 했던것에 비해 켄 그리피 주니어의 스윙은 마치 물이 흐르듯 부드러웠고, 그 부드러움속에 강력함이 섞여 있는,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보편적인 타자들의 타격과는 거리먼 스윙을 지니고 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야구공부를 하며 영향을 받은 타자들이 몇명 있는데, 그중 켄 그리피 주니어는 관찰을 해봐야할 이유가 다분할 정도로 위대한 타자였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Batting Theory 158번째 시간은 켄 그리피 주니어가 지닌 타격의 장점과, 또한 그가 여타의 타자들과는 무엇이 다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 켄 그리피 주니어의 통산 성적/ ⓒ ESPN.com


타자의 타격성향을 가늠하는데는 여러가지를 대입할수 있다. 성향을 스타일이란 개념에서 보자면, 타격자세가 될수도 있고 치려는 성향을 대입하면 어떤 구종과 코스에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를 살펴볼수 있다.
또한 스윙의 궤적 즉, 타격시 어떠한 스윙의 궤적을 그리며 배트가 출발해 피니쉬까지 이어지는 것도 성향의 한부분이라고도 할수 있다. 이중 켄 그리피 주니어 하면 그 특유의 "어퍼컷 스윙(Uppercut-Swing)"을 빼놓을수 없다. 낮은 공을 벼락같이 걷어올려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볼때마다 전율이 일어날만큼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마치 큰 빌딩의 도어문을 여는듯한 큰 궤적을 그렸던 그의 스윙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공의 밑둥을 정확히 가격하는 능력, 그리고 절대로 앞 어깨가 열리지 않고 최대한 배트 그립(Knob)부분을 앞으로까지 끌고 와서(Dreg) 접점지점을 형성(Contact)하는 능력이 대단했다. 보편적인 슬러거들에겐 볼수 없는 스윙 스타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켄 그리피 주니어의 타격동작을 원론적인 면에 더해 디테일하게 접근해서 보면, 겉으로 보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 스윙 궤적은 큰 원을 그리듯 나오지만, 여기에는 슬러거로서 반드시 지켜야할 기술론(Mechanic), 그리고 홈런타자 특유의 밸런스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켄 그리피 주니어는 자신의 어깨넓이 정도의 준비스탠스에서 앞발을 짧게 앞으로 내딛으며 타이밍을 잡는데 타격동작의 큰 특징을 크게 세가지로 분류하고 싶다. 첫째는 업라이트 스탠스(Upright Stance)의 준비자세(대기자세에서 상체를 세운)를 지닌 타자가 어떻게 해야만 낮은 공을 잘 공략할수 있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 둘째는 체중이동(Weight Shift)에 의한 몸의 전진력이 어느지점에서 강력하게 로테이션(rotation)되어야 이상적인 어퍼컷 스윙을 만들어낼수 있는지에 대한 것, 그리고 마지막은 히팅시 몸의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덧붙여 피니쉬 과정에서의 손목되감기(rolling) 등의 특징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어퍼컷 스윙의 타격기술은 켄 그리피 주니어의 타격영상을 보면 알수 있는데 소위 `교과서적인 롤모델'로서 손색이 없는 선수다.

첫째로 업라이트 스탠스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공을 잘 공략하는 켄 그리피 주니어의 타격기술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일전에도 언급한적이 있지만(박종윤 선수 타격글에서) 상체를 곧추 세운 준비자세를 지닌 선수들은 보편적으로 낮은 공까지 스윙이 커버하려는 성향이 크다. 그건 자세가 높기 때문에 투수가 던진공이 자신의 눈높이와 가까운 쪽으로 오면 건드리지 않아도 볼이란걸(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본능적으로 알지만, 낮은 공은 타자의 시선과 먼곳에 있기에 이와는 반대다. 이것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 시간에 언급했기에 이쯤에서 끝내자. 그럼 켄 그리피 주니어의 낮은 공 공략은 어떠한 타격기술이 숨겨져 있을까?

영상을 자세히 보면, 아주 짧게 레그 스텝(Leg step) 즉, 앞발을 내딛는 후(스트라이드가 끝난후) 배트가 스타트될때를 관찰해 보면 앞무릎이 굽어지며(Club Foot) 뒤에서 앞으로 이동된 체중이 더 앞으로까지 쏠리지 않도로 벽을 만들어 놓는다. 타격전문 용어로 클럽풋 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여타의 타자들에게서도 흔히 볼수 있는 장면이지만 켄 그리피 주니어는 좀 독특하다. 보통 타자들의 스트라이드 착지점, 그러니까 앞발을 이격시켜 지면에 착지할때의 위치는 앞발끝(Toe Touch)부터 내딛은 다음 이후 앞발바닥 전체를 지면에 내딛지만, 켄 그리피 주니어는 앞발끝부터 착지하는게 아니라, 앞발바닥 전체를 지면에 착지해버린다.
이렇게 하면 영상에서도 느껴지다시피, 전체적으로 높았던 몸의 밸런스가 그순간 낮아져 버리는데 낮은 공을 공략함에 있어서 켄 그리피 주니어만의 독특한 매커니즘으로 해석할수 있다.

※ 타격시 스트라이드를 하며 타이밍을 잡는 거의 대부분의 타자들은 발을 들었다가 이후 착지할때의 순간을 정지컷으로 살펴보면 앞발끝부터 내딛는다는걸 알수 있다. 이것에 관한 이야기도 일전에 여러번 이곳에서 언급했다.  →→ 오른쪽 영상처럼 스트라이드시 앞발의 착지점은 발바닥전체가 아니라 발끝부터 내딛는게 보편적인 타자들의 모습이다.(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만 오늘 글의 주제가 아니기에 생략)

두번째, 켄 그리피 주니어의 체중이동(Weight Shift)과 로테이션(Rotation)은 타격속에 모두 담겨져 있다는게 특징이다.
켄 그리피 주니어는 여타의 슬러거들과는 달리 테이크 백(Take-Back=백스윙)이 크지 않다. 여기에서 말하는 백스윙은 스윙의 도움닫기를 이끌어 내는 것 즉, 스트라이드를 하는 과정에서 배트헤드가 투수쪽으로 향했다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켄 그리피 주니어는 체중을 장전하러 가는 로드포지션(Load position)시 그립부분이 위로 치켜올려졌다 나오는게 아니라, 자신의 뒤쪽에다 미리 장전해 놓은 상태에서 배트가 출발한다. 이 지점만 따로 떼서 놓고 보면 흡사 우리 추신수(클리블랜드)선수의 로드와 닮은 부분이 있다. 이후 짧은 스텝으로 앞발을 내딛으러 갈때 뒤에서 앞으로 체중이동을 하지만 앞발을 내딛는 이후에는 강력하게 몸의 회전을 이끌어 내는 소위 로테이셔널 히터로 변모해 버린다.

몇년전 미국 현지 기자들이 이 부분에 관한(켄 그리피 주니어의 타격스타일을 뭐라고 해야하느냐? 에 대한 논쟁) 글을 여러차례 언급했던걸로 기억하는데, 필자가 생각하기에 켄 그리피 주니어는 Rotationnal hitter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비록 축을 중심으로 하는 회전(Rotate)은 아니지만, 컨택트지점에서의 상체를 보면 스테이 백(Stay back) 즉, 체중이 뒤쪽으로 남겨둔 상황에서 스윙의 일련과정을 끝마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틀에 정형화된 용어로 켄 그리피 주니어의 타격스타일을 표현하자면 “백 레그 로드(Back leg load)”형 타자라고 불릴만 하다.

세번째, 켄 그리피 주니어 특유의 아름다운 피니쉬 동작이다.
그의 타격을 논할때 결코 빼놓고 이야기 할수 없는게 바로 히팅 이후 마무리 즉, 팔로스로우(Follow Through)다. 히팅 이후 뒷손을 놓지 않는 투 핸드 피니쉬(Two-Hand Finish)를 하는 켄 그리피 주니어는 여타의 타자들에 비해 컨택트지점에서 마무리까지, 배트와 공의 접점지점을 길게 끌고 가는 타자로 유명했다. 공을 갖다 맞추는게 아니라 그 공을 뚫고 지나가는(Hit through the ball) 파괴력도 켄 그리피 주니어의 홈런생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수 있다.

낮은 공을 내려찍는 다운컷(DownCut)으로 장타를 생산하기가 어렵듯, 켄 그리피 주니어의 낮은 공에 대한 감각은 그의 어퍼컷 스윙만큼이나 공의 궤적을 배트가 뚫고 지나가는 이러한 매커니즘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켄 그리피 주니어의 타격을 항상 `예술' 이라고 칭하곤 했는데, 그 예술을 지칭한게 바로 이 지점때문이었다.

                  ▲ 켄 그리피 주니어(위)와 배리 본즈(아래)의 배트그립 모습

끝으로 이 부분은 예전부터 쓰고 싶었지만, 이것만 한정해서 포스팅을 하면 글 분량이 나올것 같지 않아 망설였는데, 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언급해 볼까 한다.
타자가 배트를 쥐는 것은 모두 똑같을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미지의 배트 그립(Grip) 사진은 오늘 글의 주인공인 켄 그리피 주니어(위), 아래는 배리 본즈다. 켄 그리피 주니어의 그립장면은 배트를 뒤로 빼기 직전이며 본즈는 배트를 뒤로 뺀(파워포지션) 상황이기에 헷갈리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에서 이야기할 주제는 배트를 쥐는 양손의 위치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것이다.(빨간선으로 표시)

켄 그리피 주니어는 뒷손(왼손)의 정권부분과 앞손(오른손)의 손가락 굵은마디와 일직선상에 위치하게 배트를 쥐지만, 본즈는 뒷손과 앞손 모두 주먹의 정권부분이 일치할정도로 비스듬한 위치에서 배트를 쥐고 있다. 이것은 스윙시 배트의 이동과 그 속의 매커닉의 성향에 따라 다른데, 확신할순 없지만 필자의 추론으로는 켄 그리피 주니어는 스윙시 좀 더 크게 각을 그리며 배트가 스타트하는, 본즈는 아주 타이트하고 콤팩트하게 스윙을 이끌어내는 각자의 방법론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 몇명에게 이것에 관한 것을 물어본적이 있는데, 선수들마다 배트 그립을 잡는게 제각각이라서 뭐라고 단정지을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양손을 배트의 어떤 위치에 놓고 잡느냐에 따라 스윙에 미치는 영향이 조금씩은 차이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해줬었다.

이 세상에는 반드시 다시 돌아오는게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내일, 두번째는 세금, 그리고 마지막은 켄 그리피 주니어의 골드글러브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바로 그것이다.
외야수로 활약하며 멋진 수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켄 그리피 주니어는, 어쩌면 그의 파인플레이가 선수생활의 커리어를 갉아 먹었던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부상은 호수비를 펼치다 생긴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경이로운 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볼수 있었다 라는 자부심으로 그에 대한 존경심을 대신할까 한다.


사진/ MLB.com

윤석구(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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