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트리플 크라운 vs 타자 트리플 크라운. 둘중에 가치로만 따진다면 어느쪽이 더 위대한 기록일까?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정규시즌 동안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이 세부문 1위를 차지한 투수, 타자 트리플 크라운은 타율-홈런-타점 1위를 기록한 타자를 일컫는다.
선수생활 동안 단 하나의 타이틀도 수상하지 못한채 은퇴하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특화된 전문성으로 하나의 능력치에 좀 더 집중하는 추세인 현대야구에서 한 시즌동안 가장 중요한 세가지 부문에서 타이틀 홀더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야구가 지닌 본질적인 성질로만 봐선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게 더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올해로 29년째인 한국프로야구에서 투수부문 트리플 크라운은 모두 5차례가 나왔다.
선동열(현 삼성감독)이 해태시절인 1986, 1989-1991(3년연속) 총 4번, 그리고 지난 2006년 류현진(한화)이 그 주인공들이다. 타자부문 트리플 크라운은 2차례가 나왔는데 1984년 이만수(현 SK2군감독)와 2006년 이대호(롯데)다. 투수와 타자 모두 단 2명에게만 허락한 대기록이다.
야구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한국프로야구라서 표본이 적다. 그럼 이웃나라 일본프로야구는 어떨까?
일본은 과거 단일리그제 시절까지 포함해서 투수는 총 18차례(17명), 타자는 총 11차례(7명) 트리플 크라운이 배출됐다. 양대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50년 이후부터를 기준으로 하자면 투수부문은 센트럴리그에서 6차례, 퍼시픽리그는 8차례(니시테츠 라이온스의 전설적인 투수, 이나오 카즈히사가 1958,1961년 두차례 달성) 총 14차례(13명)다.
반면 타자는 투수에 비해 트리플 크라운의 달성횟수가 떨어진다.
센트럴리그에서는 4차례의 트리플 크라운이 있었지만 이걸 달성한 타자는 단 두명뿐이다. 2년연속(1973년,1974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오 사다하루(요미우리)와 역시 2년연속(1985년,1986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일본야구 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는 랜디 바스(한신)가 그 주인공들이다.
퍼시픽리그는 총 6차례 트리플 크라운을 배출했는데 역시 이 기록을 달성한 타자는 4명에 불과하다. 일본야구 사상 최고의 포수로 공히 인정받는 노무라 카츠야(1965년 난카이 호크스, 전 라쿠텐 감독)와 부머 웰스(1984년 한큐 브레이브스), 현역시절 총3차례(1982년,1985년,1986년)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위대한 타자 오치아이 히로미츠(당시 롯데 오리올스, 현 주니치 감독), 그리고 2000년대 퍼시픽리그 최고 타자중 한명인 마츠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가 지난 2004년에 각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들이다.
현재까지 트리플 크라운은 투수부문에서 2006년 사이토 카즈미(소프트뱅크), 타자부문은 마츠나카 이후 6년째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없다. 투수는 타자에 비해 롱런할수 있는 여건(부상에 따른)이 제한적이기에 어떻게 보면 타자보다 트리플 크라운 배출자가 적어야 정상이지만 보다시피 이나오 카즈히사의 2차례 달성을 제외하면 한번 이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선수가 타자에 비해 많다.
다시 국내로 돌아와서, 선동열이란 거함을 제외하면 투타 모두에서 한차례 이상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아직 없다. 그런데 2006년에 이어 투타에서 똑같은 선수끼리 트리플 크라운은 물론 정규시즌 MVP를 놓고 다시 경쟁을 하고 있다. 바로 류현진과 이대호다.
현재까지(19일 기준) 류현진은 다승 공동 1위(12승)-평균자책점 1위(1.67)-탈삼진 1위(138개)를 달리고 있으며 이대호는 타율 1위(.360)-홈런 1위(28개)-타점 2위(84개)를 기록중이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4년만에 다시 투타 모두에서 트리플 크라운 달성자가 배출될것이 유력시 된다. 물론 류현진은 다승 부문에서 그와 공동 1위를 기록중인 김광현(SK)과 켈빈 히메네즈(두산)를 따돌려야 하며, 이대호 역시 현재 96타점으로 경이적인 페이스 타점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팀 동료 홍성흔(롯데)을 따라잡아야 이 기록의 완성점을 찍을수 있다.
하지만 설사 류현진이 다승왕을 놓치더라도 그리고 같은 조건으로 이대호 역시 타점왕을 홍성흔에게 양보하더라도 ‘정규시즌 MVP’는 류현진 보다 이대호에게 수여하는게 맞다고 본다. 똑같이 투타에서 각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을시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6년에는 류현진이 MVP를 수상했지만 그건 루키로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는 프리미엄이 컸지만 희소성만을 놓고 보면 올해는 이대호가 MVP를 차지하는게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투수의 타이틀은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닌다. 그렇기에 결코 다르게 그 능력치를 부여할순 없다.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 투수는 평균자책점이 뛰어날수 밖에 없다. 탈삼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타격은 그렇지가 못하다. ‘에버리지(AVG) 유형의 타자’와 ‘그레이드(Great) 유형의 타자’는 그 성질부터가 다르다.
즉, 좋은 타격의 기준은 각각의 특성에 맞게 혹은 타자의 유형에 따라 지도받는 기술론이 다를뿐더러 실제로 그라운드에서 ‘맞추다(Contact)’와 `때리다(Hitting)’ 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완벽함을 추구할수 있는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가지 부문에서 모두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타자가 있다면 투수의 그것보다는 당연히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올 시즌 이대호의 위대함이다.
아이러니 한건 역대 타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두명의 선수들인 이만수와 이대호가 그해 정규시즌 MVP를 차지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1984년 이만수는 최동원이라는 당대 최고의 투수가, 2006년 이대호에겐 루키로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류현진이란 괴물때문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타자의 능력에 비해 유독 투수의 값어치를 높게 평가하는 한국야구의 고질적인 병폐(?)에 따른 인식의 차이도 이젠 좀 눈을 돌려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다시한번 언급하지만 류현진과 이대호가 투타에서 모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더라도, 그리고 다승왕과 타점왕을 각각 놓쳐 두부문의 타이틀만 얻더라도 정규시즌 MVP는 이대호의 차지가 돼야 한다. 그것이 야구가 지닌 본질성에 훨씬 부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남은 시즌 일정의 38%동안 어떠한 변수가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지만 이글은 현재와 같은 페이스가 이어진다는 가정에서 언급한 것이다.
사진/ 한화 이글스 & 롯데 자이언츠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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