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꽤 매력적인 팀이다.  야구 경기를 보다보면 어느새 두산을 응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때마다 놀라곤 하는데, 이것은 틀림없이 두산야구가 필자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경기 후 외계인이나 알아들을듯한 고영민의 철학적인 인터뷰도 그렇지만 두말할 필요도 없이 “김현수”가 써내려가고 있는 환상적인 타격기술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어느새 두산하면 김현수를 먼저 떠올릴 정도의 팀이 됐다.


그동안 이곳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는 김현수와 관련된 포스팅을 여러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특히 그에 대한 타격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했기에 특별히 쓸말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오늘은 좀 다른 것을 주제로 이야기 해볼까 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발전을 기대하는 김현수를 위한 개인적인 바람과 그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다.


미국과 일본야구를 보면 부러운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이들의 야구역사를 감안하면 뭐가 안부럽겠냐만. 그중에서도 특히 야구 기술적인 진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는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김현수는 틀림없이 한국최고의 타자다. 물론 그 위에는 이대호를 위시해 대단한 선수들이 버티고는 있지만 올해로 23살이 되는 김현수의 연령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훗날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 뛰어드는 날이 반드시 왔으면 싶다. 그의 미국진출을 염원하는 것은 개인적인 바람도 있지만 어쩌면 한국야구가 지금쯤(그때쯤) 어느수준에 와 있는가를 가늠해볼수도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구대성과 이상훈은 일본을 경유해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김현수는 일본을 거치지 말고 다이렉트로 미국진출을 했으면 싶다. 그때가 되면 투수가 아닌 타자로서는 최초일듯 싶다.


야구기술은 시대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이와 발맞춰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변화구라곤 커브볼 밖에 없었던 초창기 야구가 지금은 그 수를 헤아릴수도 없을만큼 다양한 구종이 개발됐다. 투수의 변화구 구종에 대한 다양성만큼이나 타격 역시 이에 대처하기 위해 엄청난 기술적인 진일보가 뒤따른건 당연하다.


예전에 투수의 특정 구종을 치는 타격방법론을 본적이 있다. 물론 이것은 국내에서 본게 아닌 일본야구의 한 컬럼을 통해 접한 것이다. 글의 주제와는 다소 어긋나지만 간략하게 언급하자면, 커브는 허리로 쳐라라는 단순한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이론이다. 커브는 타자가 예측만 하고 있으면 쉽게 안타를 칠수 있는 구종중 하나다. 왜냐하면 패스트볼 계열의 변화구는 타자입장에선 볼끝이 살아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지만 커브가 도달하는 최종지점은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타자가 커브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예측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피드 변화에 타이밍을 놓쳐 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커브가 지닌 휘어짐 그리고 떨어지는 것에 대한 어려움보다 본질적인 면에선 더 어려운 부분이다. 커브가 하늘에서 떨어지든, 땅으로 와서 더 땅쪽으로 떨어지든 어차피 공이 도달하는 최종지점은 포수 미트를 기준으로 배터박스 언저리다. 즉 커브가 휘거나 떨어지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타자가 서있는 배터박스 근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커브를 대처하기 위한 근본적인 것은 스피드 변화에 대한 타이밍을 잡아가는게 원론적인 커브 대처 방법이란 뜻이다.


실제로 투수가 던진 커브볼을 느린 프레임 영상으로 잡아보면 타자앞에서 급작스럽게 공이 떨어지는것 같지만 이미 투수손에서 떠날때부터 공이 굽어진다는걸 알수 있다. 아마도 포심패스트볼이란 강력한 속구 없이 커브만 던지는 투수가 있다면 그라운드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변화구의 스피드는 자주 접하면 타자 눈과 감각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현수는 시즌 도중 타격폼을 수정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현 시대에 이르러 타격의 기술적인 부분 즉 매커닉(Mechanic)의 발전이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타자자신만이 알수 있는 감각마저도 분석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일전에도 이곳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도 간략하게 언급한적이 있지만 이것은 지금 이순간에도 야구의 기술적인 발전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김현수는 현재 습득하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무엇을 더해야 더욱 발전해 나가는 선수가 될수 있을까?


김현수는 두산의 1군 주전선수이기에 경기를 치르면서 터득한 노하우는 무궁무진 할것이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부분은 많다. 좌투수에게 유달리 약한 것이라든가, 시즌중 바뀌는 타격폼 등으로 인해 언젠가 한번은 지독한 슬럼프를 겪을 날이 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김현수는 미완에서 완성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김현수가 좌완 투수에게 약한 것을 보완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좌우 투수에 따라 사용하는 배트, 더 정확히 말하자면 투수에 따라 배트 무게를 달리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이것은 지난해 필자가 썼던 알버트 푸홀스의 배트 사용에 대한 것을 모방한 것이다. 그 글을 못보신 분이 더 많기에 이것과 관련해 간단히 언급해 보자.


푸홀스는 좌우 투수에 따라 배트무게가 다른 것을 사용한다. 우완투수와 상대시 푸홀스는 920g 무게의 캐나다산 단풍나무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선다. 반면 좌완투수를 상대로 해서는 그보다 10g이 무거운 930g의 배트를 쓴다. 이것은 뭘 의미할까?


타격은 매우 미세한 것에 따라 영향을 받는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구기종목중 하나다. 당연히 10g의 배트무게에 따라 타구질은 물론 타자자신이 느끼는 감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푸홀스가 좌우 투수별로 배트무게가 다른 것을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과학적인 부분이 담겨져 있다. 우타자인 푸홀스가 우완투수를 상대할때는 좌투수에 비해 투수가 던진 공을 관찰할 시간이 짧다. 이건 다른 타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우타자가 우투수에 비해 좌투수에게 보다 더 강한 이유중 하나다.
그렇기에 우투수를 상대할시 보다 빠른 배트스피드를 내기 위해서는 930g보다 10g이 더 가벼운 920g 무게의 배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좌투수는 우투수에 비해 투수가 던진 공을 관찰할 시간이 더 여유롭고 길다. 그래서 푸홀스는 평소 배트무게보다 좌타자를 상대로 해서는 10g이 더 무거운 배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김현수가 가장 좋아하는 타자중 한명으로 알려진 푸홀스이기에 이것과 관련(좌우투수에 따른 배트무게)해서 모방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물론 당장은 어렵겠지만 익숙해지면 좌투수를 상대로 해서 지난해보다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거라고 기대해 본다.


한국에 김현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같은 좌타자인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가 있다. 6년연속 3할타율을 기록중이고 현역선수들중(2,000타수 이상) 통산 타율 1위 (.336)에 올라와 있는 타자다.
그동안 김현수도 타격폼을 수정해가며 발전을 해왔지만 아오키의 변화하는 모습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시쳇말로 도무지 만족이란 없다는 느낌이다. 필자가 왜 이말을 하냐면 매우 소소한 것일지라도 그 모든것을 놓치지 않고 타격과 연결하는 아오키의 마인드를 김현수가 본받으란 의미다.


               현재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타자중 한명인 아오키 노리치카의 변화한 타격자세


2005년 신인왕,타율왕,최다안타왕을 차지했을 당시 아오키의 타격은 소위 말하는 업라이트 스탠스(Upright -Stance)였다. 하지만 장타를 늘리고자 전체적으로 몸을 웅크리는 즉 크라우치 스탠스(Crouch-Stance)로 바꿨다. 이 차이는 이후 진행될 스윙궤적에 변화를 줘 타격시 몸이 보다 빠르고 힘차게 회전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인시절에는 허리를 편 스탠스때문에 스윙 궤적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는 다운컷 스윙(Downcut)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다운컷과 레벨의 중간쯤의 궤적이 됐다.


또한 업라이트 스탠스가 지닌 약점 즉 이 스탠스는 공을 바라보는 위치가 높기에 낮은 공을 치려는 성향이 본능적으로(마이크 슈미트가 쓴 타격서적을 보면 이 대목이 있다)강해져 떨어지는 변화구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만 해도 아오키는 좋은 에버리지를 기록했지만 삼진도 많이 당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준비자세에서 몸을 웅크리면서 부터는 삼진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더니 지금은 삼진을 좀처럼 당하지 않는 타자로 완전히 진화를 끝마쳤다. 이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3할대 중반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했던 선수가 타격폼을 바꿨다는 모험도 중요하지만 그 바뀐 타격폼속에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점이 더 와닿기 때문이다.


원래 선수들은 실전타격과 자신의 노하우에는 밝지만 타격이론적인 것은 잘모르는 경우가 많다. 많은 이론을 알 필요 없이 자기자신만 잘하면 별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오키는 여타의 선수들과는 전혀 다르다. 아오키는 실전은 물론 이론적으로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선수다.

아오키는 2009년까지만 해도 검은색 배트를 사용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하얀색 배트로 바꿔 사용하더니 3년만에 타율왕(.358) 타이틀을 되찾은 것은 물론 일본야구 역사상 최초로 개인통산 두번째 200안타(209개) 시즌을 만들었다.


아오키가 검은색 배트를 하얀색으로 바꾼 이유가 걸작이다. 야간경기가 많은 프로야구 습성상 어두운색 배트 즉 검은색은 타격시 공을 쫓아가는 궤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하얀색 배트에 비해) 느낌이었는데 흰색으로 바꾸면서 스윙궤적이 확연할 정도로 잘 보였다는게 그 이유다.


이게 지난해 아오키가 자신의 한 시즌 최고타율을 기록한 모든 원인은 아니겠지만 이 선수는 이만큼 자신의 발전을 위해 쉽게 지나칠수 있는것까지 자신의 옷에 맞추려 한다는 것이다. 김현수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는지 알수 없지만 아마 아오키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 2012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아오키와 역시 언제가 될지 모를 김현수의 미국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부단히 채찍질하는 아오키의 이러한 부분은 김현수가 닮을 필요가 있다.


김현수는 아직 젊기에 타격과 관련된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눈과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고 좋은 것이라면 모방을 해보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봤을때 푸홀스와 아오키 정도라면 김현수가 롤모델로서 본받아야 할점이 매우 많다. 앞으로 이 23살의 야구천재 김현수가 써내려갈 전설에는 또 어떤 것들이 숨겨져 있을지 그리고 당장 올 시즌엔 어떠한 감동을 전파할지 주목해 보자.



P.S/ 이런식의 또다른 Batting Theory 글은 어떠한지 독자님들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사진 * GIF/ 두산 베어스 & MBC SPROTS= 윤석구의 야구세상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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