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고현정은 `여신'으로 불리웠다. 지금 나이가 30대 중 후반 남성이라면 방안에 고현정 브로마이드 한장씩은 걸려있었을 정도로 그 시절 그는 사춘기 소년들의 절대적인 존재감이었다.
야구글을 쓰는 사람이 왠 드닷없이 고현정 이야기를 하느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해한다. 이글을 쓰고 있는 순간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하지만 어제 우연히 무릎팍 도사(사실 연예프로는 잘 보지 않는다)라는 프로그램을 보게됐는데 그녀가 나왔더라.
사는게 바빠서 잊혀졌던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랬다. 티끌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는 물론이고 필자와 동시대를 같이 살아온(우리가 좀 어리다) 그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만큼의 청순함을 아직도 간직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세상에 없지만 글쓴이의 고등학교 친구중에 고현정 하면 정신을 못차리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고등학생이나 되가지고 초등학생들(당시 국민학생)이나 사용하는 책받침을 가지고 다녔는데 그 책받침 모델도 고현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친구 방은 거의 고현정을 위한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고현정 사진으로 도배가 돼있을 정도였다. 방안 전체를 둘러싼 고현정 사진은 물론 책상,서랍 문고리,방바닥,창문, 심지어는 방안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고장난 텔레비젼의 브라운관도 고현정이 대신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런 친구를 보고 핀잔을 참 많이 했었다. 무슨 여자들도 아니고 그러냐면서.
처음에는 그러다 말겠지 했지만 날이 갈수록 고현정이란 한 연예인에 집착하는 친구를 보고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후 더이상의 핀잔은 하지 않았지만 그 시절을 떠올릴때면 그리고 `고현정' 하면 연예인에 전혀 관심조차 없는 필자 개인에게 또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름이다.

무릎팍 도사에 나온 고현정은 너무나 솔직해 보였다. 동료 남자연기자들에게 결혼하자고 했던 말을 서스럼없이 하는 모습도 그렇고 재벌가 아내로서의 생활패턴에서 오는 문제도 그랬다. 그시절로 다시 되돌아가도 그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던 말은 자세한 내막은 알수 없지만 연민의 정이 느껴질만큼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듯 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 했다' 그동안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을 한순간에 바꿔놓은 핵심적인 말도 포함됐다.




난 고현정이 이혼 이후 자식을 못보고 사는줄을 몰랐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남부럽지 않는 제반여건이 있더라도 행복의 조건은 그게 전부는 아닐것이다.  자기가 낳은 자식을 볼수 없다는 것은 행복한 삶이 절대로 될수 없기 때문이다.
뇌리에 인식됐던 이미지와는 달리 재미있게 말하려는 그녀의 모습뒤 갚춰진 슬픔.  잘 알지도 못하는 연예인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신선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녀의 털털한 모습에서 이질감을 없애버렸다고나 할까?

야구선수들도 잘못 알려진 그리고 출처없는 허무맹랑한 정보가 전부인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 혹은 선수에 대해 좋지 않은 기사를 보면 "찌라시" 라고 언론기사를 폄하하면서도 자신이 응원하지 않는 타팀 또는 선수에 관해 비슷한 기사가 나오면 "쓰레기" 라고 욕들을 한다. 연예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는것만큼 보인다지만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어떠한 고정된 틀을 만들어 놓고 함부로 대명사하는 몸씁짓을 하지 않았나 싶어 이번 무릎팍 도사 고현정편을 통해 다시한번 생각할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995년, 그러니까 필자가 군입대를 하던해에 고현정이 결혼을 했던걸로 알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집안으로..
당시 필자의 친구가 느낀 상실감은 대단했다. 그중 `재벌가 집안' 이란 것에 대한 괴리감을 술자리에서 토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그친구 역시 연예인의 겉만 보고 판단했던 무지의 극치였다고 본다. 고현정이 결혼하던 그해 사고사로 저세상 사람이 됐던 친구는 아마 지금 무덤속에서도 고현정이 `돈' 때문에 결혼을 했을거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덧) 어떻게 쓰다 보니 연예인에 대한 글이 돼버렸네요. 고현정 하면 옛 친구가 떠올라 그냥 막 기억을 끄집어내서 쓴글입니다.  야구글이 아닌점, 독자님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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