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이다. 하지만 야구, 특히 단기전에선 적을 아는 것보다 ‘나를’ 아는게 더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이는 심리적 요인, 그리고 패넌트레이스 동안 맞상대를 해봤던 상대팀 선수와 감독의 패턴이 기억속에 이미 인식돼 있는게 크기 때문이다. 평상시엔 못느꼈지만 나와 똑같은 키를 가진 친구를 앉아서 바라보면 무척 커보인다. 자신이 앉아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양팀 모두 자신 만만해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앉아 있는 상태에서 상대팀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폭풍질주를 이어온 롯데의 상승세를 감안할때 이러한 심리적 압박감은 두산이 더 클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 시즌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된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승자는 두산이었지만 올 시즌엔 그리 호락호락 당할 롯데가 아니다. 지금동안 수많은 단기전을 보면서 느낀 것은 큰 경기는 정규시즌때의 성적이 바로미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3위와 4위, 그리고 각팀 투수력과 타력, 수비 등등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절대적 기준점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럼 여기에서 김경문 감독께 질문을 하나 던져 보고 싶다. 과연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 앞서 우려할만한 곳은 없는가, 그리고 상대 약점을 어떻게 파고들것인가다.
▶ 정재훈의 투입시기가 키포인트
마무리 이용찬의 공백은 생각 이상으로 김경문 감독의 머리를 복잡하게 할것으로 보인다.
히메네즈와 김선우가 주축이 되는 선발 투수들이 1,2차전에서 이닝을 길게 끌고 가지 못할 경우 불펜을 집단으로 가동하겠지만 누가 뭐라 해도 그 축은 정재훈이다.
전문 마무리 투수가 없는 팀은 설사 경기를 이기고 있다 하더라도 선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은 상상 이상이다. 양팀 모두 강력한 장거리포를 자랑하는 선수가 즐비하지만, 어차피 투수들이 총동원 되는 단기전에선 정규시즌에 비해 많은 득점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것은 두산이나 롯데 모두 마찬가지다. 한두점차 승부의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정재훈은 중간 투수로도 긴 이닝을 던진 경험이 많다. 그렇기에 정규시즌에서 이용찬과 같이 1이닝만 책임지는 경기패턴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가 없으면 마지막 이닝을 맡아줄 선수도 없다. 그렇기에 7회, 혹은 8회에 롯데의 어느 타선(상위,중심,하위)에서 정재훈을 투입하느냐 매우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루상에 주자가 없는 상황, 있는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정재훈을 단지 이용찬을 대신하는 투수가 아닌, 불펜+마무리 라는 개념에서 보다 폭넓고 한수를 더 앞서가는(다음 이닝시 상대팀 타순 등등) 개념에서 정재훈을 써야 할듯 보인다. 정재훈의 어깨에 두산의 운명이 놓여 있다.
▶ 중심타선은 불안적 요소만 따졌을때 두산이 더 낫다
20홈런타자 5명(김현수,김동주,최준석,양의지,이성열)을 보유한 두산 공격력은 롯데에 비해 꿀릴것은 없다. 이대호의 막판 부상, 가르시아의 징계로 인한 경기감각 회복 여부, 부상으로 한달이 넘도록 팀 전력에서 이탈했던 홍성흔 역시 아직은 제 모습이 아니다.(상태를 모른다) 모두 훌륭한 한 시즌을 보낸 공포의 타자들이지만, 지금 현재를 기준점으로 놓고 보면 그 공포감이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반면, 두산은 시즌 막판 완벽히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김현수의 상승세가 무섭다. 시즌중 두가지의 타격방법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그가, 결국엔 6월 말에 바뀐 타격폼(Toe-tap)으로 회기를 했는데 이 타격동작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김현수 이기에 기대를 건다는 쪽이 아닌 필자가 본 김현수의 바뀐 타격 스타일은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일을 낼것으로 감히 예상해 본다.
올 시즌 한단계 일취월장한 이성열과 에버리지와 장타를 모두 잡은 최준석,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믿음직스런 김동주를 제외하면 역시 양의지가 얼만큼 공수에서 활약할지도 관심거리다.
양의지가 마스크를 쓴다면 정규시즌과는 달리 타자 유형에 따라 직접 덕아웃에서 볼배합을 지시할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공격에서 양의지의 진가를 더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성열의 활약에 초점을 맞춰보고 싶다.
▶ 이대호가 3루수로 나올시, 이종욱의 역할이 중요
미리 상상을 해보자면, 김주찬의 2루 도루시 양의지가 그를 잡아낸다는 것은 힘들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종욱과 정수빈을 상대하는 강민호는 신인 양의지보다는 경험면에서 훨씬 더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재치가 뛰어나고 순간순간 임기응변 능력이 좋은 이종욱이라면 이대호가 3루를 맡을시 작은 야구로 흔들어 볼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두산이 큰 것 한방 보다는 잔야구를 통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것으로도 예상되는데, 공격력 강화에 중심을 둔 라인업을 롯데가 들고 나왔을시 이러한 틈새 공략은 빛을 발산할 가능이 크다고 본다.
아직 누가 2루수 주전으로 투입될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두산이 좀 더 수월하게 게임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고영민이 얼마만큼 해줄지가 주목대상이다. 2년연속 죽을 쑤고 있는 그지만, 이상하게 이선수는 전혀 기대감을 없애버릴수 없는 타자다. 그게 매력이라면 매력일수도 있지만.
시즌 후 타격시 상체가 스웨이(Sway)되는 버릇을 반드시 고쳐야 하는 고영민은 과연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날수 있을까? 워낙 뜬금없는 타자라 역시 뜬끔없이 기대해 보고 싶다. 오재원이 나와도 좋다.
※ 철저하게 두산 위주로 간단히 언급했다. 본래 필자 성향이 언더독(Underdog)쪽이라서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두산을 응원하기로 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이번 단기전은 롯데쪽이 좀 더 우위에 있는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뷰에 올라온 준플레이오프 예상 글 대부분이 롯데 위주(팬수가 많기에 당연하겠지만)라서 누군가는 두산을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부분도 있다.
이미 언론에서 언급한 전체적인 밑그림과 배치되는 글이었음을 밝힌다.
사진/ 두산 베어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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