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소속 없음)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 선수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박찬호(필라델피아)가 듬직한 맏형같은 느낌을 주는 선수라면 김병현은 도통 갈피를 가늠할수 없는 그 무언가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 조그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거구의 빅리그 타자들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든 피칭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 그는 자존심과 깡다구, 그 자체의 삶을 살아온 선수다.

소속팀 없이 2년여를 맴돌았던 김병현은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가 유력했다. 박찬호의 불참으로 인해 빅리그 경험이 있는 투수기근 해결에 유일한 적임자였음은 물론 `타도 일본'에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탄할것만 같았던 그의 행보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대표팀이 전지훈련지인 하와이로 출발했던 지난 15일, 당연히 그곳에서 해후가 예상됐던 김병현의 모습은 찾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은 그의 대표팀 탈락을 언급했고 때를 같이해 온갖 말들이 무성해졌다. 어제(16일) MBC의 단독취재로 입을 연 김병현은 여권분실의 이유를 들어 자신의 불찰을 이야기했고 하와이 캠프 재합류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밝혔다.

항간에서는 개인훈련에 몰두해온 그의 행보에 대한 불신임을 언급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딱잘라서 쉽게 단정지을 문제는 결코 아니다. 다시한번 빅리그에 대한 도전, 그리고 이대로 끝낼수 없는 김병현만의 자존심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 김병현의 대표팀 탈락 소식이 전해지기까지 어떠한 일들이 있었을까. 또한 앞으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   여권분실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러나 김병현이 잘못한 것

김병현은 여권이 분실되는 바람에 약속한 날짜에 하와이 캠프에 합류할수 없었다고 밝혔다.
항간에서는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김병현의 경우는 여타의 선수들과는 다른점이 분명히 있다. 소속팀이 있는 선수들은 구단 매니저나 KBO관계자들이 각종의 잡일(?)을 대신해준다. 운동에만 전념할수 있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김병현은 소속팀 없이 개인훈련에 몰두했던 그동안의 행보를 봤을때 납득할만 하다. 이미 그는 빅리거 시절에도 비행기 탑승시간을 놓쳐 원정경기를 뛰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는 다른 그 무언가의 마인드가 있는 선수였다.

약속한 날짜에 하와이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탈락시킨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희대의 해프닝으로 남을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권분실때문에 국가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전후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판단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국가관을 가져야할 대표선수가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이러한 사건이 불거진 것도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개인훈련에 충실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대표팀 코칭스탭들은 물론 야구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몸상태나 공 구위에 대한 점검사항이 전혀 없었다는 것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표팀 출정식이 열린 다음날 수석코치인 김성한과 인터뷰를 했지만 뭔가 아쉬운 여운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김코치는 `하와이에 가서 김병현의 구위를 확인한 후 최종엔트리 합류 여부를 결정하겠다' 라고 했는데 아직 그의 기량점검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기회를 가져보지도 못하고 이대로 끝날수도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병현이 착각한것, 그리고 아쉬운 것

김병현이 소속팀 없이 무적선수로 막 시련이 왔을쯤 그에 대해 흥미를 가진 감독이 있었다.
바로 일본프로야구 치바 롯데 마린스의 바비 발렌타인 감독이다. 평소 김병현이 가진 기량을 높이 샀던 발렌타인 감독은 김병현이 이대로 선수생활을 끝내기에는 그의 나이가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훈련할곳이 없으면 롯데 구단에서 같이 훈련 해도 좋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기도 했었다. 

향후 다시한번 빅리그 도전에 꿈이 있었던 김병현에겐 훈련은 물론 여러가지 조언을 들을수 있었던 기회였던 셈이다. 돌이켜보면 정말로 아쉬웠던 순간이다. 물론 일본진출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어찌됐던 지금처럼 소속팀 없이 활동할바엔 차라리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으면 지금과 같은 처지는 아니였을거란 점에서 그의 선택이 큰 착오로 남아있는건 사실이다.

평소 그의 행동으로 봤을때 여권분실이 거짓말은 아닐듯 싶다. 그의 인생에서 야구를 빼고는 논할가치가 없는 선수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 모든걸 밝히지는 못했지만  필자가 김성한 수석코치와 인터뷰를 했던 내용중 가장 인상적인 말은 `확인' 이었다.
김병현의 상태를 알고 있는 야구인이 전무하다는 현실을 감안할때 하와이 캠프에서 직접 그의 투구를 확인한 후 대표팀 합류여부를 결정할것이란 것도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물론 이번 사건의 원인제공은 김병현 그 자신에게 있다. 그간 KBO와의 소통부재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여권사건이 그의 말처럼 실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러한 일이 있었든지 간에 코칭스탭들이 느꼈을 실망감도 크다는 것. 김병현이 반드시 알아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이대로 김병현을 내치기엔 안타까운 점도 분명 있다. 어찌됐던 하와이 캠프에 합류해 기량점검을 받고 난 후 그의 거취가 결정됐으면 하는게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후쿠도메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WBC를 통해 다시한번 메이저리그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던 김병현의 꿈은 이대로 좌절될 것인가? 아직 최종엔트리 제출기간(25일)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다.
부디 원래의 계획대로 그의 몸상태 확인 작업이 반드시 선결된 후 최종 결정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사진/ 경향신문 & 한국야구위원회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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