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후쿠도메를 잡으러 왔다

Korea Baseball 2009/01/09 02:24 Posted by 윤석구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을 두달여 앞둔 8일 대표팀 출정식이 열렸다.
`아오키에게 복수하고 싶다' 라며 일본킬러 답지 않은(?) 멘트를 날린 김광현(SK)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 스왈로즈)에게 얻어맞았던 안타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는듯 하다. 불타는 승부근성의 이면에는 일본 최고의 교타자를 잡아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김광현보다 더 큰 출사표를 던진 선수가 있으니 다름아닌 김병현(소속 없음)이다. - 개인적으로 "미치도록 그리웠던 얼굴이다." - 정말 오랜만에 그 모습을 들어낸 김병현이다.

올림픽에서 김광현은 아오키에게 적시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한국이 일본을 물리치는데 있어서 결정적 수훈을 세웠던 선수다. 하지만 김병현은 김광현과는 입장이 다르다.지난 2006년 WBC 준결승전에서 후쿠도메 코스케(시카고 컵스)가 김병현에게 남긴 생채기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WBC 대회 내내 부진했던 후쿠도메는 김병현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쳐내며 팽팽하던 승부를 뒤집어 버린 장본인이다. 후쿠도메의 한방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진 홈런이었으며,한국이 일본에게 거둔 2승도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직도 김병현은 그 당시를 잊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후쿠도메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는 그의 발언은 `깡다구' 자체가 삶인 그의 자존심상 그냥 지나칠수는 없는일.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낸 그의 모습만큼이나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당차 보인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던 지난 2003년 김병현은 선발전향후 3번째 경기였던 콜로라도전이 천추의 한으로 기억될것이다. 6회 프레스톤 윌슨이 타구를 친후 방망이가 두동강 나면서 김병현의 복숭아뼈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병현은 방망이에 맞은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고 방방뛰었으며 마운드로 올라온 팀 트레이너에게 별것 아니라며 주위를 안심시켰다. 6회를 다 끝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김병현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부상이 심각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김병현의 부상정도를 체크하러 갔던 트레이너의 말을 빌리자면 `복숭아뼈가 심하게 부어올랐다. 예상외로 심각하다' 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후 3차례 더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지만 좋지 않은 성적은 물론 드닷없이 부상자명단에 오르게 되는데 당시 이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말들이 오고갔다. 당시 애리조나 팬들과 팀 동료들은 이런 김병현의 모습을 보며 비난을 퍼부었는데 방망이에 맞았던 시합 이후 세경기나 더 출전했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경기를 뛰다 아프다고 한것은 핑계가 아닌가 싶어서였다. 나중에서야 오해가 풀렸지만 당시 김병현은 부상을 참고 뛰는것을 투지라고 생각했었다. 한국식 야구정서에 익숙했던 것이다.
당시 김병현의 말이 더욱 걸작인게 `광주일고 3학년때 좌익수를 보던 도중 라이트빛에 가려 순간적으로 공을 놓치는 바람에 얼굴에 공이 강타당한 적이 있다. 그때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했다.

짧지 않은 김병현의 빅리거 생활을 두단계로 나열하자면 당시 시합에서의 부상이 향후 그의 투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투구시 축이 되는 오른발 부상은 복귀 후 구위감속과 4사구 남발이 더욱 심해졌고 실제 피칭에서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1999년 마이크 피아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첫 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엄청난 센세이션을 몰고온 `언터처블' 김병현의 몰락도 결국은 선발전환 실패와 도망가는 피칭으로 인한 4사구 남발이 원인이었다.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의 악몽, 국내언론 `Good Day'와의 소송문제, 손가락 욕설 파문사건, 변화구로 타자의 낭심을 강타했던 장면' `제프 켄트에게 일부러 공을 맞추고 당당히 다가가던 모습' ` 공 9개로 이닝을 끝마친 삼구삼진' `어릴때 만화를 많이 봐서 그랬을것(이치로의 30년발언 후 모언론 인터뷰에서)' - 이치로의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 `스캇 브로셔스,데릭 지터,티노 마르티네스의 홈런' ` 고개를 숙이며 주저 앉았던 장면'
김병현 하면 가장 먼저 필자의 기억속을 끄집어내는 장면들이다. 아주 파란만장 했던 선수이자 시니컬한 그의 마인드를 엿볼수 있는 장면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이 김병현의 전부는 아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시피 그는 정말로 엄청난 공을 뿌려대던 BK 였기 때문이다.

랜디 존슨: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데니스 에커슬리의 전성기에 버금가는 공을 던진다.내가 저 나이때는 마이너리거였다.

밥 브렌리 감독: 지금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치기 힘든 투수다. 그는 스스로 얼마나 뛰어난 투수인 줄 모르고 있다. 계속하는 말이라 듣기 피곤하겠지만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김병현은 최고다.

에릭 오웬스: 도대체 공평하지가 않다.
그의 공은 마치 먼지를 일으키며 날아오는 것 같다. 그 김아무개(Kim guy·김병현을 지칭)를 리그에서 추방시켜야 한다. <베이스볼 위클리 인터뷰>

크레이그 비지오: 아예 상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그럴 수 없다면 삼진이라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그의 공을 치려고 해도 마음은 따라가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감독에게 타순에서 빼달라고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비록 짧은 전성기였지만 지금에와서 이들의 말을 돌이켜 보면 정말로 고개가 끄덕여질만큼 김병현의 구위는 대단했다. 랜디 존슨이 언급한 데니스 어커슬리는 토니 라루사 감독(현 카디널스)이 오클랜드 감독시절 그 유명한 `라루사이즘'의 전문 마무리투수가 아닌가? 2007년을 끝으로 은퇴한 통산 3,000안타의 주인공인 비지오도 저런 말을 했구나. 라는게 새삼스러울 정도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개인훈련에만 몰두해온 김병현인지라 WBC에서 그의 활약이 엄청나게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팀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물론 젊은 나이(1979년생)의 선수가 일찍 사장될까봐 우려스럽다는 표현이 필자의 더 정확한 본심일 것이다. WBC에서 원포인트 릴리프로서의 역할만 해주면 그걸로 만족한다.

하지만 지난대회에서 후쿠도메에게 졌던 빚을 반드시 갚겠다는 그의 `깡' 이 야구팬들을 설레이게 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과의 아시아라운드에서 한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고 상상해보자. 후쿠도메 타석때 김병현 스스로 자청해서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발생할수 있을까? 대회가 끝나면 비하인드 스토리쯤으로 치부되겠지만 김병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선수다.


덧) 개인적으로 김병현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의 얼굴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글을 쓰는 이순간 행복해 미칠지경이다. 가능하다면 인맥을 총동원해서 WBC 시작전까지 김병현 선수 인터뷰를 해볼까 생각중.(의외로 쉬울듯)


사진/ 경향신문   MLB.com   보스턴 레드삭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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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괴벨스와 같은 인간이 있다. 다만 남자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뿐...사람들의 인지부조화가 만들어 낸 희대의 괴물이지.. 뭐 그렇다고.. KCN 야구해설위원 & 광주 MBC-R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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