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야구시리즈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준결승전이 시작됐다.
우리 상대는 미인들의 천국인 베네수엘라. 야구와 미인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던 베네수엘라는 야구강국임에는 틀림없다.
예상 분석, 특히 국제대회와 같은 단기전을 예상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이미 여러 언론 매체에서 베네수엘라 전력을 분석해가며 절대로 이길수 없는 팀, 혹은 단기전은 모른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걸 보니 베네수엘라의 전력이 막강하긴 한가보다. 하지만 단기전에서의 야구는 모르는것. 제 1회 WBC에서 우리가 미국을 이길거라고 예상했던 이는 거의 없었다. 당시 미국 언론의 경기전 평가는 `한국전은 워밍업 정도에 불과' 하다는 혹평이 대체적인 주류 반응이었다. 하지만 손민한의 투구에 헛방망이를 돌려대던 그들의 모습은 야구가 단지 이름값으로만 되는 운동이 아니란 것을 보여준 반증이기도 했다.
패하면 핑계들이 나오고(우리처럼 전지훈련을 안했다는둥), 시즌전이라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였다는(우리는 시즌중인가) 말들도 본토야구에 대한 그들의 자존심 이상의 의미는 없다. 이번 베네수엘라전도 마찬가지다. 1번 그레고 블랑코(중견)- 2번 호세 로페즈(2루)-3번 바비 어브레유(우익)-4번 미겔 카브레라(1루 or 지명)-5번 매글리오 오도네즈(좌익)-6번 카를로스 기옌(지명 or 1루)-7번 멜빈 모라(3루)-8번 헨리 블랑코(포수)-9번 세자르 이스추리스(유격) - 이상 한국전 선발출전 예상선수 -
타자라인의 면모를 보면 전원 메이저리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또한 이들은 이번 WBC 들어 이름값의 허울뿐이 아닌 7경기에서 6승 1패(1 라운드 미국전 패배후 5연승중)를 달리고 있는, 그 네임밸류값에 맞는 활약을 펼치며 2라운드에서 1위로 4강에 진출했다. 맞상대하기가 싫을정도다.
이런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국은 당초 예상했던 선발투수에 류현진(한화)아닌 윤석민(KIA)을 예고했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단기전의 승패를 예상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지만 김인식 감독의 윤석민 선발 결정은 옳바른 판단이다고 본다. 거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WBC 직전 윤석구의 야구세상이 김성한 수석코치와 인터뷰를 했었는데(일전에 포스팅을 함) 윤석민은 아시아라운드보다는 우리가 4강에 올라간 이후에 더 쓸곳이 많은 투수라고 했다.
당시에 필자는 이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 하지만 이젠 알것 같다.
대회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관심사는 대 일본전이었다. 그리고 김광현과 류현진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김광현은 올림픽에서 두번씩이나 일본을 상대로 호투를 펼쳤으며 류현진 역시 좌타자가 즐비한 일본대표팀을 상대로해 여타의 투수들보다는 비교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김광현 대신 봉중근이 일본전에서 주가를 올렸고 류현진이 멕시코전에 선발로 등판했지만 한국이 자랑하는 이 투수들은 모두 좌완이다. 김성한 수석코치 말대로 이젠 국내 최고 우완투수중 한명인 윤석민의 진가가 결승전 길목에서 빛을 발할 시점이 찾아온 것이다. 우타자들이 즐비한 베네수엘라 타선을 맞이해서 말이다.
150km를 넘나드는 페스트볼, 140km대에 이르는 슬라이더, 110km대의 커브와 120km대의 서클 체인지업까지,윤석민이 국내리그에서 보여준 대표적인 구종들이다.
윤석민은 평소 편안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가슴속에는 능구렁이 서너마리를 품고 살정도로 영악하기 그지없는 두뇌피칭이 뛰어난 투수다. 특히 "셋업 피치" 능력이 뛰어난데, 셋업 피치는 투수가 위닝샷을 던지기전에 타자를 유인하기 위해 던지는 일종에 타자의 시선을 유도하는 볼이다. 윤석민은 우타자와 상대시 주로 바깥쪽 슬라이더를 위닝샷로 던진다. 즉 슬라이더를 던지기 전 우타자 몸쪽에 높은 페스트볼로 타자의 배팅 타이밍을 빠르게 한 이후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는 투구패턴이다.
물론 항간에서 그의 슬라이더를 두고 가끔 몰리는 경향이 있어 홈런을 허용하기 쉬운 공이라고는 하지만 작년시즌 윤석민이 허용한 피홈런수는 고작 9개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대표팀의 봉중근(작년시즌 13개 피홈런)과 류현진(작년시즌 12개 피홈런)보다 적은 피홈런 숫자다.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좌타자보다는 특히 우타자들을 상대해서 그 위력이 더 뛰어난 지금까지 KIA 타이거즈에서의 피칭이었다.
또한 좌타자를 상대해서는 좌우 코너웍, 특히 타자 바깥쪽 사이드 핀포인트를 걸치는 제구력이 강점이다. 물론 서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썪어 던지며 타자를 유인하기도 하지만 국내리그에서 좌타자를 상대로 해서 결정구는 주로 바깥쪽 페스트볼이었다. 그 공을 던지기전, 우타자와 마찬가지로 몸쪽 높은 코스로 윽박지르는 페스트볼로 타자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하는것도 마찬가지다.
바비 어브레유를 제외하고 베네수엘라의 중심타선이 모두 우타자라는 점에서 볼때 좌완 류현진 보다는 우완 윤석민이 안성맞춤형 투수라고 본다.
또한 치려는 성향이 강한 중남미 선수들의 타격성향과, 불같은 성미, 그리고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야구 스타일로 봤을때 현 대표팀 우완투수중 완급조절 능력이 가장 뛰어난 능구렁이 윤석민만한 적임자도 없다.
개인적으로 금번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은 국가대표 투수로 2%가 부족한 상대선발 카를로스 실바라는 점을 감안할때 우리팀의 초반 득점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시즌 62세이브 투수인 K-로드가 나오기전에 반드시 팀이 리드를 하고 있어야 승산이 있다는 말이다.
이번 결선 토너먼트부터는 선발투수 한계투구수가 100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윤석민에게 많은 이닝을 던지게 하지는 않을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윤석민 외에도 그들이 자주 상대해보지 못한 잠수함 투수인 정대현과 변화무쌍한 투구폼이 특기인 `스네이크 페스트볼' 임창용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대회에서 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정현욱 이승호와 같은 투수들도 있지만 말이다. 상대타자들이 한 투수의 투구패턴에 적응할때쯤이면 귀신같은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아내는 김인식 감독의 불펜 운영능력 역시 우리가 믿는 구석중 하나다.
지금까지 나열한 글은 그냥 일반론적인 경기전 예상일뿐이다. 본문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국제대회와 같은 단기전에서 경기승패를 예상한다는 것은 바보와 같다는 필자의 평소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꺼낸것은 이번 준결승전 윤석민의 선발투수 투입은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되었기에 언급을 해봤다. 왠지 윤석민에겐 지난 대회 미국전의 영웅인 `손민한의 재림' 느낌이 난다. 손민한이 켄 그리피 주니어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듯 윤석민이라고 못하란 법이 없다. 작년시즌 AL 홈런왕인 미겔 카브레라도 사람이다.
사진/ Yahoo.com
윤석구 (http://hitting.kr)
'Korea Baseball' 카테고리의 다른 글
| WBC 일본우승, 하지만 추악스럽던 나카지마의 매너 (61) | 2009/03/24 |
|---|---|
| WBC 한국, `단기전 마술사' 들의 향연 (31) | 2009/03/22 |
| 김인식 감독, 윤석민을 선발 투입한 이유 (44) | 2009/03/21 |
| 끈질긴 일본 또 살아 남았다 (36) | 2009/03/19 |
| 한국 WBC 우승? 미국 나와라 (18) | 2009/03/18 |
| WBC 한국, 김태균의 힘은 어디까지인가? (35) | 2009/03/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