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이 기나긴 무홈런, 그리고 최근 4경기 연속 무안타의 악순환을 끊었다.
교세라 돔이 아닌 고베시 스카이마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원정경기, 김태균은 3회초 1사 1루 찬스에서 상대 선발 코마츠 사토시와 6구까지 가는 접전끝에 우월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는 속담처럼 김태균의 부활포는 공교롭게도 올 시즌 재기를 노리는 코마츠로부터 뽑아낸 홈런이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이래서 야구는 재미있다. 김태균이 18호 홈런을 터뜨린게 지난 6월 29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상대 투수 스기우치 토시야)전이다. 39일만에 터진 이 한방은 그동안 말도 못할정도로 마음고생을 한 김태균의 부진을 털어낸 홈런이었음은 물론, 지바 롯데 팀으로서도 매우 뜻깊은 갈증해소다.
이날 경기에서 김태균은 홈런 포함 5타석 3타수 3안타(볼넷2)를 기록, 타율을 .272(종전 .266)까지 끌어올렸다. 그동안 체력적인 부담감이 눈에 보일정도로 발목을 잡았다면 이날 경기는 가벼운 배트로 바꾼 후 곧바로 홈런이 터져나왔고, 안타가 모두 강한 라인드라이브성이라 이젠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릴 일만 남은듯 보인다.
왜 4번타자가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후반기 들어 이구치 타다히토-김태균-오마츠 쇼이츠로 이어지는 지바 롯데의 클린업 트리오는 마치 집단 전염병이라도 걸린듯 부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금일 경기는 김태균의 홈런 뿐만 아니라 이구치까지 투런 홈런을 쏘아올리며 이날 팀이 올린 4점을 3,4번 타자가 모두 합작했다.
오마츠는 5타석 2타수 1안타, 볼넷을 무려 3개나 얻어냈다. 앞선 이구치와 김태균을 상대로 진을 뺀 투수들의 집중력이 오마츠까지 그 영향을 미친것. 이래서 4번타자는 눈에 보이는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어차피 지바 롯데는 이 세명의 선수들이 터지지 않으면 시즌을 포기해야 한다. 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들과 비교해 투수력이 매우 취약하기에 믿는 구석이라곤 타력밖에 없다.
지바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퍼시픽리그 꼴찌(4.21)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는 야구의 법칙을 이팀은 묘하게도 선발 투수들의 페이스가 사이클이 있을 정도로 그 기복이 심한 편이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완봉)를 거둔 투수는 올 시즌 도중 요코하마에서 지바 롯데로 현금 트레이드 되어 온 좌완 요시미 유지.
요시미의 이날 완봉은 2007년 6월 이후 3년, 그리고 팀을 옮긴 후 처음으로 올린 완봉승이다.
최근 2번의 선발 등판에서 채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던 요시미의 이번 승리는 그의 전매특허인 다양한 변화구의 완급조절이 되살아 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만 하다. 그리고 이빨 빠진 팀의 선발 로테이션도 그가 있음에 한시름을 놓게 됐다.
그러려니 하면 훗날 반드시 뭔가가 발견되기 마련이다. 무슨 말이냐면 타자의 타격동작은 한 시즌을 치르면서 미세한 부분까지 포함하면 끈임없는 변화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날마다 특정 한 선수의 타격하는 모습만 보면 그 미세의 변화를 감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필자는 일부러라도 특정 선수의 타격하는 장면을 안볼때가 있다.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김태균이 이에 해당한다.
일전에 이곳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는 김태균의 타격과 관련해 한국시절과 지금 일본에서의 타격폼이 다르다는 글을 쓴적이 있다. 아마 김태균이 한참 홈런을 생산하던 5월달로 기억된다.
이때의 김태균의 타격모습을 보면 처음 준비 스탠스에서 반족장 정도 짧게 내딛던 스텝까지 생략하며 거의 제자리에서 앞발 뒷꿈치만 들었다 놓으면서 스윙을 가져갔다. 이렇게 되면 스윙시 양 다리 사이의 폭이 이전보다 좁아져 상체가 다소 서있게 되는데 그쯤 김태균 스스로도 밝혔듯이 이렇게 변화한 이유는 배트가 컨택트 지점까지 최단시간에 도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금일 유심히 지켜본 김태균은 다시 한국시절의 타격자세로 되돌아 갔다. 원래대로 반족장 정도 짧게 앞발을 내딛는다. 대신 투수의 공을 기다리는 동안 거의 정적이었던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스스로 리듬감을 타고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또한 준비자세에서 상체를 클로즈한 각도를 더욱 극심할 정도로 닫아 버렸다. 투수정면에서 보면 등번호 52번의 앞자리인 5까지만 보였는데 이젠 52 백넘버 전체가 다 보일정도다.
이것은 두가지의 추론을 통해 앞으로 그의 타격성향이 바뀔 것을 암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예상 밖에 할수 없는 추론에 불과하지만, 필자의 생각엔 상체의 클로즈를 이전보다 더 닫아놓은 것은 파워를 더욱 장전하는 것과 같기에 전체적인 스윙의 각도가 이전보다 커질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앞발을 지면에서 이격시키지 않는 타격스타일, 그리고 처음 그립위치 그대로에서 배트가 나가는 스타일이기에 뒷팔꿈치가 돌아나온다거나 하는 의미의 큰 스윙은 아니다. 이것은 자신의 배팅공간을 좀 더 크게 그려 배트가 공을 커버하는 범위가 다양해질 것이란 장점, 그리고 좀 더 뒤쪽으로 배트를 미리 뺀 상태 즉, 그립 탑(Grip top) 지점에서 바로 찍어내듯 스윙을 하겠다는 의미다. 얼만큼 체력적인 부담 없이 강력한 상하체 로테이션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동안 터지지 않았던 홈런포가 이전보다는 자주 터진다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할듯 싶다. 지켜보라.
금일 김태균에게 홈런을 허용한 투수는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우리 이대호(롯데)에게 홈런을 얻어맞은 투수다. 물론 그 홈런을 제외하면 한국타선을 초라하게 만들만큼 빼어난 투구를 했지만 지난해부터 서서히 맛이 가고 있는 중이다. 코마츠는 2008년 리그 신인왕에 빛나는 전도유망한 투수중 한명이었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에도 뽑혔을 만큼 전문가들로 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었다. 당시 한국과 맞붙은 2라운드 조1위 결정전에서 코마츠는 선발 우츠미가 물러난 후 마운드에 올라 삼진을 5개나 잡아내며 국내팬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바 있다.
이제 29살에 불과한 그의 나이를 감안할때 1년 반짝 활약후 급작스럽게 평범한 투수가 됐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매우 신기한 일이다. 2008년 15승 3패 평균자책점 2.51 지난해 1승 9패 평균자책점 7.09의 성적으로 미루어 올해가 재기의 해이지만 기복이 심한 모습은 여전하며 최근 등판한 경기에서의 성적도 내세울것이 별로 없다. 모처럼 승리투수가 됐던 지난 7월 31일 경기(라쿠텐전)후 이번 롯데 마린스전을 통해 본연의 모습을 회복할 것을 다짐했지만 최근 부진에 빠졌던 김태균과 이구치에게 각각 투런홈런을 허용하며 3.2이닝만에 물러나며 패전투수가 됐다. 덕분에 한쪽은 슬럼프에서 벗어났고 그 자신은 오카다 감독의 신임을 더욱 잃어버린 경기가 됐다.
이날 경기 승리로 지바 롯데는 7연패 후 연승을 달리며 팀 순위도 4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오릭스와 순위 자리를 바꾼것. 1위부터 5위까지 촘촘히 승차가 맞물려 있는 퍼시픽리그의 판도는 앞으로 어떤 팀이 리그 우승을 차지할지,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할수 있는 3위까지를 허락할지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다. 김태균의 타격페이스가 상승 한다면 지바 롯데의 3위 수성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물론 투수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뒤따르겠지만..
다시 홈런 손맛을 본 김태균의 맹타를 기대해 보자.
사진/ 일본야구기구 & 화면 캡처
윤석구 (http://hitting.kr/)
야구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그동안 거친 락음악을 듣다 최근 빠지게 된 오아시스 밴드 음악을 듣고 이런 세상이 또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네요. Don't look back in anger 라이브 떼창의 진수라고나 할까.
그동안 야구에만 빠져 살다보니 오아시스 음악을 이제서야 알았다니.. 전통적인 하드락은 내지르는데서 감동이 오지만 브릿팝은 절제된 느낌에서 감동이 오는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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