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인지 악연인지 모르겠다. 일본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1조 패자전에서 쿠바를 5-0으로 물리치고 다시한번 한국과 조 1위 결정전을 치루게 됐다.
지난 아시아라운드까지 포함하면 벌써 4번째 한-일 전이다.
이미 2라운드 1차전에서 쿠바를 6-0으로 물리친바 있던 일본은 쿠바의 자해공갈과 같은 자폭으로 어부지리 승리를 거뒀는데 `아마 최강' 쿠바 야구에 실망을 금할수가 없었던 한판승부였다.
4회 아오키의 안타에 이은 이나바의 2루타로 1사 2,3루 기회를 잡은 일본은 오가사와라의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볼을 쿠바 중견수 세스 세페다가 놓치면서 간단히 2득점에 성공한다.
5회에 나카지마의 볼넷과 아오키의 적시타로 3-0으로 달아난 일본은 7회 나카지마의 희생타와 9회 아오키의 적시타등을 묶어 이번 대회 쿠바전에서만 2연승, 벼랑끝에서 살아남았다.
일본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라쿠텐 골든 이글스)는 6이닝동안 피안타 5개만을 내주고 1볼넷 2탈삼진으로 쿠바 강타선을 잠재우며 승리투수가 됐고 이후 9회까지는 좌완 스기우치 토시야(소프트뱅크 호크스)가 경기를 매조지 했다.
일본은 그동안 장타없이 4안타(23타수)에 그쳤던 스즈키 이치로가 모처럼만에 멀티히트(3루타 포함)를 기록하며 5타수 2안타를 쳐냈으며 `타격기계' 아오키 노리치카는 5타수 4안타(2타점)로 맹활약, 변함없는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줬다.
이날 쿠바가 쳐낸 5개의 안타가 모두 2사 이후에 터져나왔음은 물론 경기집중력마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올림픽 이후 다시한번 신기의 플레이를 기대했던 필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4강 진출에 실패한 쿠바는 1979년 이래 30년만에 국제대회에서 3위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동안 쿠바는 49번의 토너먼트 국제대회에서 38연승은 물론 이 기간동안 올림픽 우승만 3차례와 은메달 2차례를 기록했었다. 자국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일부 빠지긴 했지만 갈수록 정보력 싸움이 되어가는 현대야구 흐름을 뒤쫓지 못한것도 이번 대회 부진의 원인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싶다.
1조 1위 결정전만 남겨두고 2라운드가 모두 끝난 지금 이번 WBC에 참가했던 16개국중 4팀의 준결승 국가가 정해졌다.
아시아의 한국과 일본, 그리고 반대편 조의 베네수엘라(1위)와 미국(2위).
[WBC 참가국중 우리는 몇팀이나 상대했을까/ ㉧ WBC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이번 대회는 경기방식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대회전 우리가 우려했던 일본과의 5번대결은 정말로 현실화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한국시간) 4번째 대결은 물론 만약 준결승전에서 우리와 일본이 미국과 베네수엘라를 물리친다면 다시한번 결승전에서 맞상대가 가능해진다.
한국이 이번대회에서 상대한 팀은 대만,중국,멕시코,일본 4개팀이다. 대륙별 라운드 즉, 아시아라운드는 조별예선이란 개념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해는 하겠지만 본선에 올라와서는 우리는 같은 조의 쿠바를 만나지도 못했다. 일본 역시 멕시코와 경기를 치루지 못했음은 물론 쿠바와 한국전만 2경기씩 리턴매치만 치루게 됐다. 조별 풀리그로 경기를 치뤄 성적이 가장 좋은 1,2위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룰이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흥이로운 대회가 되었을텐데 아쉽기만 하다.
어찌됐던 한국은 다시한번 일본과 상대하게 됐다.
우리 입장에서는 조 1위 결정전을 이겨야 할까? 참 복잡하게 생겼다.
결승전이 우리시간으로 다음주 화요일(24일)에 열린다. 22일부터 열리는 결선 토너먼트에서 한국이 조 1위로 올라가면 미국(23일)을 만나게 된다. 이번 대회만 놓고 보면 5연승을 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보다는 미국이 더 편하다. 하지만 조 2위로 진출했을 경우에는 막강 베네수엘라(22일)를 만나긴 하지만 이 경기만 이기면 월요일(23일) 하루를 쉴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했던 국가들에게 비해 이 두팀 모두 막강한 전력이기에 휴식일을 거론할 정도로 한가한 편은 아니지만 경기양상에 따라 투수소모라는 변수가 걸려있어 민감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가 준결승전 상대로 미국을 선택한다면 내일(금) 대 일본전에서 반드시 이겨 조 1위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내일 경기는 큰 의미가 없는 경기다. 불필요하게 총력전을 펼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질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이번 대회들어 2승 1패로 앞서 있음은 물론 한번 더 일본의 자존심을 꺾어 3승 1패의 절대적 우위를 확정시켰으면 하는 바람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 정서 문제도 무시할수 없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걱정과는 달리 내일 한일 양국의 선발투수는 장원삼-우츠미 테츠야로 결정됐다.
이번 대회들어 선발로 뛴적이 없는 장원삼이 선발로 나선다는 것은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란 뜻으로 해석할수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팀에서 스승과 제자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하라 타츠노리가 아니였다면 절대로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을 우츠미를 선발로 예고했다는 점이 그렇다.
내일은 모처럼 긴장감 없는(?) 한-일 전을 볼수 있게 됐다.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는 모양이다.
대회 경기방식의 패자부활전(더블 엘리미네이션)의 룰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우리는 내일 경기에서 일본을 반드시 이겨야 할까? 나도 잘 모르겠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사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홈페이지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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