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을 위한 야구는 없다

Korea Baseball 2011/01/29 08:08 Posted by 윤석구

이범호의 입단으로 이젠 보상선수를 누굴 선택할지가 KIA 타이거즈의 고민거리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보호선수 명단에서 이종범을 제외하더라도 한화에서 잡지 않을것이기에 그를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KIA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한국프로야구의 최고령 홈런왕은 래리 서튼(당시 현대)이다.
서튼은 2005년 만 35살(1970년생)의 나이로 35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에 올랐고, 102타점으로 타점왕까지 손에 넣었다.  일본프로야구의 최고령 홈런왕은 카도타 히로미쓰다. 카도타는 난카이 호크스(현 소프트뱅크) 시절이었던 1988년 만 40세의 나이로 44개의 홈런을 쳐내 최고령 홈런왕에 올랐다.

올해 한국 최고령 선수는 이종범(KIA)이다. 1970년생으로 벌써 우리나이로 42살. 어쩌면 올 시즌이 그의 33년 야구인생의 마지막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현역 선수들중 최고령 선수는 쿠도 기미야스(세이부)로 올해 무려 만47세(1963년생)다. 그가 프로에 데뷔한 해는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했던 1982년과 같다. 올해로 프로에서만 30년째 현역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친정팀인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10경기를 등판했던 구도는 1993,1999년 퍼시픽리그 MVP를 차지했던 전설적인 투수중 한명이다.



이왕 늙은(?)선수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좀 더 들어가보자.

현역 일본 투수들중 불펜이 아닌 선발투수 가운데 최고령 선수는 시모야나기 츠요시(한신)로 올해 만 43세(1968년생)다. 타자 중에서는 국내야구팬들에게도 너무나 유명한 가네모토 토모아키(한신)와 야마사키 타케시(라쿠텐). 둘의 나이는 만 43세(1968년)다.


보통 새로운 감독이 취임하면 가장 먼저 하는게 노장선수들에 대한 정리작업이다. 기량이 예전같지 않은 즉, 선발라인업은 고사하고 백업으로 쓰기에도 미심쩍한 늙은 선수들은 불안에 떨수 밖에 없는데 ‘정신적 지주’라는 미명하에 버리지도 못하고 데리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오랫동안 현역으로 뛴다는 것은 해당선수의 젊은시절이 화려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세월동안 팬들의 절대적인 성원,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 흔하게(?) 남용되는 ‘전설’ 이란 수식어도 붙여준다.


김병현의 입단으로 올 시즌 관심대상 팀으로 급부상한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4번타자는 야마사키 타케시다.
지난해 연말 라쿠텐 구단은 신임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취임하기전 베테랑 3루수 나카무라 노리히로를 미리 제거해 줬다. 

작년 여름부터 라쿠텐 감독설이 나돌았던 호시노는 과거 주니치시절 감독과 선수로서 함께 호흡했던 나카무라와 다시한번 해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먼저 구단에서 청소를 해준셈이다. 격세지감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나카무라는 팀내에서 오만방자한 선수로 낙인 찍힌지 오래다. 구단 내부사정이야 알수는 없지만 무엇이든지 구실을 만드려고 하면 못할것도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역시 절대권력은 선수가 아닌 구단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시노는 취임 후 비공개 석상에서 야마사키를 방출하겠다는(농담식으로) 말도 했었다. 그것도 야마사키 앞에서. 이뜻은 노장인 야마사키에게 분발을 촉구하는 메세지로 보이는데, 이 말속엔 뼈가 있다.
올해 43살, 그리고 지난해 28개의 홈런으로 이부문 리그 2위에 올랐던 야마사키지만 .239의 타율, 그리고 삼진왕(149개)의 불명예는 어쩌면 올 시즌이 마지막이 될수도 있다는 우회의 표현, 그리고 경고의 의미다. 더군다나 이와무라 아키노리,마쓰이 카즈오를 영입하며 중심타선이 보강된 라쿠텐이기에 결코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서쪽의 반쵸(대장)’ 가네모토 토모아키의 올 시즌도 결코 순탄지만은 않을듯 보인다. 어느 리그를 막론하고 노장을 위한 야구는 없기 때문이다.


한신의 가네모토는 지난해 어깨부상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외야 수비가 불가능해 주로 대타로 출전하며 전경기를 소화(?)한 그 역시 올해가 선수생활의 기로에 서있다.
가네모토처럼 전경기를 출전하고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는 부상이 있었음에도 왜 전경기 출전을 감행했을까.

이것은 당연히 지난 1999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던 전경기 출전기록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선수 개인이 아닌 팀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만한 일이었을까.


오사카의 호랑이로 불리며 많은 야구선수들이 존경할만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는 가네모토지만(그는 덕아웃에서도 담배를 피운다) 팀의 전력가치란 측면에선 전혀 도움이 못됐다. 지난해 그는 타율 .241 홈런16개(주전선수가 된 이후 최하)로 본인 커리어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올 시즌 가네모토가 외야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팀이 지난해와 같이 우승다툼을 하기 힘들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이젠 주전으로 쓰지 마란 뜻이다.


엊그제 KIA는 오갈데 없던 이범호를 영입하는 깜짝 쇼를 선보였다. KIA가 손놓고 있었다면 아마 올 시즌 이범호는 소프트뱅크의 2군경기장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며 허송세월을 보낼뻔 했다.

그런데 이범호의 KIA 입단이 낳은 후폭풍은 순식간에 한화로 보낼 보상선수 문제로 옮겨간 느낌이다.


18명의 보호선수 외 한명을 한화로 보내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이종범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어차피 보호선수로 묶어놓지 않더라도 비중이 큰 선수가 아니기에 한화에서 데려갈 확률이 희박하다는게 그 이유중 하나다. 물론 보호선수 명단은 전적으로 구단이 알아서 판단해야할 문제이다.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혹여 이종범이 보호선수 18인에 들지 못한다면(그렇다고 한화에서 데려가지 않는다해도) 구단의 의중이 명확히 반영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노장을 위한 야구는 없기 때문이다.


물러날때를 알고 떠나야 하는것인지, 아니면 이왕 은퇴시점을 놓친 노장 선수에게 올 시즌 한번의 기회를 더 줘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노인들은 아프면 서럽다고 한다. 야구로 한정한다면 노장선수는 기량이 예전같지 않으면 서러움이 들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이종범 역시 어쩌면 2011년 시즌이 그의 선수생활의 마지막이 될수도 있다. 노장선수 문제는 이래서 골치가 아프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사진/ KIA 타이거즈 & 산케이스포츠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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