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클락이 쓰리런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 히어로즈]


이쯤되면 무섭다는 표현이 어울릴듯 싶다. 시즌전 다크호스 정도로 여겨졌던 히어로즈의 전력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다. 그 중심에는 무서울만큼 연일 폭발하고 있는 `홈런쇼'에 있다.

히어로즈가 삼성과의 주중 3연전을 스윕하며 개막전에서 롯데에 패한 후 4연승을 내달렸다.
반면 삼성은 팀 연패를 끊으러 나온 선발 배영수가 5이닝동안 피홈런만 3개를 허용하며 7실점. 팀 타선이 초반부터 리드를 이끌어준 점수를 지키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초반 분위기는 삼성이 주도했다. 1회초 `무서운 신인' 김상수의 2루타와 강봉규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삼성은 계속된 1사 1,2루에서 박진만의 적시타로 2-0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1회말 공격에서 정성훈이 떠난 핫코너를 책임지고 있는 황재균이 좌측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추격에 나선다.
2회초 삼성은 1사 3루에서 우동균의 적시타로 3-1로 달아났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분명 삼성쪽이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3회말 강정호의 솔로 홈런과 이택근의 희생타로 간단히 3-3 동점을 만들어낸다.

박빙의 승부는 5회말에 결정됐다.
5회말 히어로즈는 강귀태의 내야안타와 유격수 실책, 김일경의 희생번트에 이어 이택근마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1사 만루의 황금찬스를 잡는다. 이어 첫 타석에서 홈런을 쏘아올린 황재균이 희생플라이를 치며 역전에 성공하더니 계속된 2사 1,2루 찬스에서 올시즌 히어로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클락이 중월 쓰리런 홈런을 쳐내며 사실상의 승부를 결정짓는다. 배영수의 3구째를 걷어올린 이 타구는 맞는 순간 홈런이란걸 직감할만큼 정확하게 노려친 홈런포였다. 단숨에 7-3.

삼성은 6회초 강봉규의 1타점과 7회초 밀어내기 득점까지 올리며 2점차까지 추격하지만 7회말 강정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후 8회말엔 오승환마저 브룸바에게 초대형 솔로 홈런을 헌납하며 결국 5-9로 패. 대구 개막 2연승의 기쁨을 뒤로 한채 3연패에 빠졌다.

히어로즈 선발 마일영은 5.1이닝동안 피안타를 8개(탈삼진 4개,4사구 3개)나 얻어 맞으며 다소 부진했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시즌 첫승을 거뒀으며 9회에는 마무리 황두성이 세타자를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히어로즈를 리그 단독 1위에 올려놓는다.

반면 삼성은 믿었던 배영수가 홈런포에 무너졌음은 물론 오승환마저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듯 보여 주말 KIA전이 상당히 부담스러울것으로 전망된다.


                   [후배들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황두성 이숭용/ ⓒ 히어로즈]


히어로즈, 우리는 안타수가 아닌 홈런으로 승부한다


이날 삼성이 때려낸 안타수가 12개. 6개의 4사구를 얻어낸 공격력까지 감안할때 5득점은 썩 만족스럽지 못한 점수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어느정도 선방이 가능하면 충분히 승리를 거뒀다 해도 모자람이 없는 점수인것도 이상할게 없는 점수다. 반면 히어로즈가 쳐낸 안타수는 단 7개. 4사구 3개를 포함하면 겉으로 보기엔 빈타에 허덕였을거란 착각이 들만큼의 빈약한 공격력이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수치상으로 나타난 이 기록을 싸그리 무시하며 무려 9점이나 뽑아냈다.. 바로 화끈한 홈런쇼 덕분이다.

황재균(솔로),강정호(솔로),클락(쓰리런),브룸바(솔로). 이날 히어로즈는 4개의 홈런으로만 6점을 뽑았는데 삼성 박진만의 결정적인 실책을 제외하더라도 무시무시한 장타력은 공포 그 자체였음은 물론 상대를 주눅들게 하기 충분했다. 특히나 홈런을 쳐낸 이 4명의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시즌 초반 히어로즈 돌풍이 단지 미풍에 그치지 않을거란 예상이 가능할 정도다.

정성훈은 잊어라. 히어로즈 3루는 내가 책임진다.

올해 프로데뷔 3년차를 맞은 황재균은 벌써 2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커리어 2년동안 때려낸 그의 홈런수가 고작 3개인 점을 감안할때 놀라운 수치다. 작년시즌 117경기에 출전해 기록한 타율이 .239 장타율은 채 3할(2008- .288)이 되지 않은 선수였다. 시즌 초반이지만 그가 때려낸 2루타도 2개나 된다.

시즌전 김시진 감독이 황재균에게 바란것은 작년시즌까지 정성훈이 지키고 있던 3루 공백을 메워줄거란 기대뿐이었다. 정성훈과 비교해 기량은 물론 경험 역시 상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재균은 수비는 물론 배팅능력까지 덤으로 첨부시키며 히어로즈 초반돌풍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았다. 황재균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해준다면 올시즌 히어로즈의 4강진출은 어렵지 않을것이다.

한국 최고의 유격수를 꿈꾸는 강정호

무등중학교-제일고등학교. 이 계보에서 탄생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는 현 삼성 감독인 선동열이다.
강정호 역시 무등중-제일고 출신이다. 강정호는 올시즌 첫 홈경기인 삼성과의 목동 3연전에서 모교 선배앞에서 9타수 4안타(홈런 2개) 3타점 4득점을 쓸어담았다.

4사구 역시 3개나 얻어내며 팀 득점의 물꼬를 열었는데 그가 올린 타점과 득점 모두 알토란 같은 것들이다. 작년시즌 히어로즈의 유격수를 맡으며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인 그는 올시즌 수비는 물론 공격까지 업그레이드 하며 작년시즌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아마시절 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평가받았던 강정호는 분명 히어로즈의 미래임엔 틀림없다.

한화에서 버림받았던 덕 클락, 다시 날다

클락은 작년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독수리 둥지에서 마음껏 날것 같았던 성공한 외국인 타자로 분류됐었다.
한화 다이나마이트 타선의 중심선수로 장타력은 물론 외야수비실력까지 겸비한 클락이 남긴 성적은 타율 .246 홈런 22개다. 전반기에 믿을수 없는 성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시즌 중반 무릎부상 여파에 따른 타격밸런스를 찾지 못한 것이 후반기 부진의 이유였다. 

기동력과 주루센스까지 갖춘 클락은 부상이 사라진 올시즌 히어로즈에서 다시한번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있다. 비록 타격의 정교함은 떨어지는 편이나 장타력만큼은 인정받아온 선수였다는 점을 감안할때, 이번 삼성전에서 쏘아올린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 올시즌 그의 방망이에 불을 당기는 촉매제가 될것으로 보인다.

               [오릭스 버팔로스 시절 클리프 브룸바의 타격연속장면/ ⓒ 일본야구기구]

더욱 무서워진 클리프 브룸바의 괴력

2003년 한국프로야구에 입성한 이후 2004년까지 뛰다 2005~2006년까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활약, 그리고 2007년에 다시 한국무대로 넘어온 브룸바의 올시즌 행보가 심상치 않다.
5게임을 치룬 현재 홈런 3방으로 김태균과 공동 1위며 타점은 무려 11개로 유일하게 두자리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브룸바는 누가 뭐라해도 현재 한국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타자중 최고의 클러치 히터이자 파워히터다.
1년전쯤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 브룸바의 타격분석을 간단히 한적이 있지만 올시즌 브룸바의 타격은 더욱 간결해졌다. 어쩌면 그 간결함속에서 선천적인 파워까지 혼합됐다는 말이 더 어울린 표현일지도 모른다.

한족장 클로즈 스탠스 → 더더욱 간결해진 파워포지션 → 짧은 레그 스텝 → 허리가 리드를 이끄는 회전이 바로 그것이다. 금일 브룸바의 타격영상을 1시간동안 돌려보면서 일본시절과 비교를 해봤는데 예전에는 타격전 배트를 뒤로 이동하는 파워포지션이 스텝직전 크게 가져갔는데 지금은 이 부분이 아주 짧아졌다. 작년시즌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이부분에서의 짧아짐은 테이크 백(Take-Back=백스윙)과도 큰 연관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홈런을 재생산해 내고 있다. 타격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략해도 충분할만큼의 그의 선천적인 파괴력 덕분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올시즌 타율에서는 김현수 그리고 홈런에서는 김태균의 아성에 가장 위협적인 타자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과의 2차전(8일)에서 낮은 공을 걷어올려 벼락같은 홈런으로 연결하는 대목에선 전율이 일어날 정도였다.


덧) 당초 롯데와LG전 경기 글을 쓴다고 했는데 히어로즈와 삼성 경기로 급수정했네요.
그리고 글이 늦게 올라온 이유는 본문에서도 밝혔지만 브룸바 선수 타격영상(오릭스 시절,작년,금일경기)을 1시간 정도 느린 프레임으로 계속해서 돌려봤기 때문입니다. 저 지금 피곤에 쩔었습니다.
브룸바 선수는 언젠가 시간이 되면 `타격의 과학, 스탠스에 따른 타격방법론' 시간에 자세히 언급하고 싶습니다. 참 매력적인 선숩니다.


사진/ 히어로즈 & 일본야구기구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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