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해본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컨디션은 최상이지만 지독히도 자신의 플레이가 되지 않는날, 하지만 컨디션이 나빠 걱정했지만 의외로 경기가 잘풀리는 날. 김선우(두산)가 꼭 그런날이었다. 최근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며 우려를 샀던 그는 비록 컨디션은 최상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33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시즌 13승을 거두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몸이 성한곳이 없다고 스스로 밝힌 김선우는 KIA 타이거즈와의 잠실경기(4일)에서 선발로 등판 5이닝 1실점(5피안타, 5탈삼진)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최근 팀의 연패를 끊음과 동시에 자신의 커리어 최다승을 기록했다.
경기는 두산의 일방적인 페이스였다. 두산은 1회말 선두타자 이종욱의 볼넷과 도루, 오재원의 안타에 이은 도루로 만든 무사 2,3루 찬스에서 정수빈 타석에서 포수 차일목의 포일로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곧이어 김현수와 최준석의 땅볼때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적시타 없이 3점을 획득하며 1회를 끝마쳤다.
3회초 김선빈의 적시타로 1점을 허용한 두산은 그러나 4회말 공격에서 양의지-고영민-이종욱의 연속 3안타로 만든 무사 만루 찬스에서 정수빈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날아나더니 곧이어 김현수의 좌월 쓰리런 홈런(시즌 21호)까지 터지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6회말 공격 1사 2루에서 오재원의 중전 적시타와 상대투수 폭투(박경태)에 이은 김현수의 중전적시타가 연달아 터지며 9-1까지 달아난 두산은 9회초 KIA가 최희섭의 투런 홈런(시즌 19호)으로 뒤늦은 추격을 했지만 승패와는 상관없이 9-3 대승을 거뒀다.
4회말 직전, 스코어 3-1은 아직 경기 초반이기에 승리를 장담할수 있는 점수차가 아니다.
그렇기에 혹여 선두타자가 출루를 한다거나 무사 1,2루 상황이 됐을시엔 틀림없이 보내기 번트로 1사 2,3루 상황을 만들어놓는게 보편적인 한국야구의 흐름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마치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실험이라도 하듯, 강공으로 밀어부쳤다.(개인적으로 이런 야구 굉장히 좋아한다)
당시 상황을 되돌아 보면, 양의지와 고영민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은 두산은 이종욱 타석때 강공을 선택했다. 이종욱은 기대대로 1,2루 간을 가르는 안타로 화답했고 오늘 상대팀 감독이었다면 1사 2,3루가 될 상황을 무사 만루찬스로 이어지게 했다. 만약 보내기 번트를 해 1사를 안고 경기가 이어졌다면 이후 오재원이 삼진을 당했기 때문에 2사 상황이 돼 정수빈의 희생플라이는 점수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타자 김현수의 쓰리런 홈런 역시 상황 자체가 설정되지 않기에 그대로 4회말이 종료됐을 것은 자명한 사실. 찬스를 무산시키며 3-1 점수 그대로 4회말이 끝났을수도 있었던걸 단숨에 7-1까지 점수차를 벌어지게 했다. 사실상 이 공격으로 인해 이날 승부는 끝이 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로 김경문 야구를 필자가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다.
언젠가 김경문 감독은 실패를 미리 염두에 두면 야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의심나면 선수를 쓰지 말고, 썼으면 믿으라 라는 글귀를 야구로 접목시킨 매우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다시한번 그걸 보여줬다.
2경기 연속홈런과 2년연속 21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김현수. 이날 경기에서 5타점을 쓸어담아 팀 승리에 결정적인 활약을 펼친 그의 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개인적으로 지난 6월말 김현수의 타격자세 변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타격자세는 세번을 되돌아 왔다. 기존의 타격동작(Pull lifting)→ 오픈에서 앞발을 안쪽으로 이동했다가 내딛는 동작(변형된 Toe tap)→ 타격자세 변화 이후 부진하자 다시 기존의 타격폼으로의 회기→ 다시 Toe tap 타법으로.
일반적으로 타이밍 매커닉인 스트라이드(Stride)를 하며 타격을 하는 타자도 단순히 앞발을 지면에서 이격시킨 후 내딛는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 유형과 대처하는 방법론이 모두 다르다.
앞다리를 수직으로 들었다가 내딛는 타자, 들었던 다리를 배터박스쪽으로 뻗으며 내딛는 타자, 타자자신의 뒤쪽으로 잡아 당긴 후 내딛는 타자 등등 이것만 해도 A4 용지 100장의 분량이 나올만한 글을 써야할 정도로 다양하다. 기존의 김현수는 어떠한 유형이었을까?
일전에도 이야기한적이 있지만 김현수는 풀 리프팅(Pull lifting) 그러니까 앞발을 자신의 뒤쪽(포수쪽)으로 잡아당겼다가 내딛는 스타일이었다.(좌측) 스트라이드시 이러한 리프팅은 소위 체중을 꼬는 동작(좋은 타격을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제대로 꼬았다가 파워풀하게 푸는 것이다) 즉, 로드포지션(Load position)시 배트를 뒤로 빼는 시간을 길게 가져간 후 배트가 발사 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타격부진으로 인해 6월말부터는 우측의 타격자세로 바꿨다. 하지만 시즌중 타격폼 변경이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원래의 타격스타일로 되돌아 갔다.
그리고 금일 경기에서 필자가 지켜본 김현수의 타격은 6월말에 변경했던 타격동작으로 다시 복귀했다. 오픈 스탠스에서 앞발을 배터박스쪽으로 짧게 터치를 한후 내딛는 소위 토우 탭 타법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정석적인(사실 야구에서 정석이란 말은 없다) 토우 탭 타법은 미리 넓게 스탠스를 취한 후 앞발을 안쪽으로 이동해 터치를 한후 내딛는 방식(SK 박정권처럼)인데 김현수는 나름의 타이밍을 잡기 위한 변형된 토우 탭이라고 할수 있다.
우측 영상(6월말)에서 보이는 타격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앞발의 이동과정중 그 연동성에 의한 배트헤드의 움직임이었다. 앞발의 첫 터치후 내딛는 과정에서 배트헤드가 투수쪽으로 급격하게 이동했다가 나오는데,장타자들에게서 흔히 볼수 있는 장면(일전에 이것과 관련된 포스팅을 했었기에 설명은 생략)이긴 하지만, 필자의 추론으론 스윙의 폭이 커지는 단점도 있었을거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하체 이동에 있어서만큼은 달라진 부분을 발견할수 없었지만 처음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위치가 그때와는 달라져 있었다. 저때까지만 해도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의 탑(Grip top) 위치가 뒷쪽 귀옆에 있었지만 금일 경기에서 본 김현수의 그립은 자신의 얼굴쪽(좌측 광대뼈 근처)에 가까이 위치해 있었다. 필자의 추론과 타격론을 기반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이러한 그립의 위치변화는 하체 이동시 배트를 뒤로 빼는 동작을 일부러 크게 하지 않으려는데 있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과거처럼 미리 그립 탑 위치가 뒤쪽으로 위치한 상태에선 배트 발사시 스윙의 폭이 커지게 돼 이부분을 간소화 시키기 위해서다. 쉽게 말하자면, 그렇지 않아도 배트를 뒤로 빼는 동작이 커져 있어 타이밍은 물론 간결한 스윙이 힘들었던 것을, 지금은 배트를 쥐고 있는 처음 위치에서 하체의 이동에 따라 배트를 짧게 뺏다가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타이밍을 잡는 것은 선수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알수가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시즌중 바꿨다가 원래대로 회기 그리고 다시 처음 바꿨던 지금의 타격폼으로 되돌아 오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어진다. 실제로 그의 성적 변화의 추이를 봐도 얼만큼 이 과정에서 간결하고 파워풀한 스윙을 찾기 위한 노력을 했었는지 알수 있다.
금일 경기에서 고영민은 9번타순에 배치됐다. 김동주가 빠지는 바람에 9번부터 3번까지의 타순이 발빠른 타자들로 채워졌던 것. 언론에선 김경문 감독과 고영민은 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봐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선수들의 시즌 성적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 아닌데, 오늘 고영민의 성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부진한줄은 알고 있었지만 타율이 고작 .207 그것도 홈런6개 전부였다.
글러브 통째로 2루로 던지는 카리스마(?)와 엄청난 서전트 점프력, 그리고 정석에서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나 있는 그의 변태와 같은 타격폼 때문에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선수중 한명이었는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고영민이 테이블 세터에 포진돼 있어야 두산의 타선은 살아난다. 올해 두산은 여러가지로 꼬인 시즌이었다. 만약이란 단어를 덧붙이자면, 이재우와 김상현의 전력 이탈, 좌투수에게 극심할 정도로 약해져 버린 김현수, 이현승의 부진, 지금은 이원석마저도 부상에서 이탈해 있다. 하지만 어느팀이나 부상 선수는 있기 마련이다. 이들이 있었다면 2위는 충분 했을거란 위안은 수긍할만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영민의 부진이 매우 뼈아팠다고 본다.
특히 3위로 쳐진(거의 확정) 이후부터는 매우 루즈한 경기들의 연속이었다는 점은 우려를 살만하다.
하지만 이제부턴 포스트시즌 체제로 돌아섰기에 그동안 선수들이 느꼈던 압박감은 어느정도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금일 KIA전에서의 플레이가 그걸 증명해줬다. 지난해와는 달리 김선우와 히메네즈의 원투펀치가 있기에 단기전에선 그 어느때보다 위력이 배가 될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영민이 빨리 제자리로 되돌아와 한다. 그동안 김경문 감독의 쓴소리가 여러차례 있었던 건 결국 고영민의 부활이 팀의 운명을 좌우할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어떻게 타격시 상체가 위로 들리는 스웨이(Sway) 현상은 고치기가 힘들까? 그의 남은 시즌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의 맹활약을 간절히 바란다.
사진/ 두산 베어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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