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두산)은 2003년 순천 효천고를 졸업했다. 당시 LG에 2차 1지명으로 입단한 이성열은 타고난 신체조건과 매우 와일드한 타격자세, 그리고 파워까지 갖춘 근래에 보기드문 대형포수감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다.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포수 우투좌타'의 독특함까지. 한마디로 LG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흥거포로서의 기대가 매우 컸던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게 프로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조인성과 김정민이라는 걸출한 선배들이 지키고 있는 안방은 좀처럼 그에게 포수미트를 허락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의 타격은 투박하다 못해 거칠다는 느낌이 들만큼 보완해야할것 투성이었다. 보통 대형타자감이라고 평가받는 선수들이 프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아마시절에 취했던 타격동작을 프로에 와서 바꿔버리는 문제. 또하나는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이 지닌 타격기술의 근간이 사라져, 자꾸만 타격폼을 변화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일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타격은 도구를 이용해 플레이를 하는 구기종목중 가장 어려운 운동이다.
그래서 타격은 타자의 몸속으로 녹아들게 하는게 가장 중요하며 익숙해지는데까지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성열이 입단할때부터 지금까지의 타격자세 변화를 보면 매우 복잡하다. 어느 하나의 타격동작이 몸에 익숙해질때까지의 시간이 부족했고, 그것이 반복될수록 자신이 지닌 장점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두산으로 이적해온 이후부터 특히, 올 시즌에는 이제 어느정도 자신만의 타격노하우가 생겨난 느낌이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이성열의 타격에 관한 것이다. 이성열은 김현수가 4번으로 타순을 이동한 후 3번타자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의 상위타순 배치는 매우 뜻밖이었지만 김경문 감독 특유의 뚝심을 감안해보면 그렇게 놀랄만한 것이 아니었음은 물론, 지금의 이성열이라면 그 몫을 충분히 해낼수 있을거라고 본다.

오늘은 이전과는 다른 형식으로 글을 전개해볼까 한다. 질문자는 없지만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 질문과 답변을 동시에 하는, 인터뷰 형식이다.

― 이 타격장면은 인터넷에서 많이 떠돌아 다닌다. 이성열이 LG에 있을때의 모습인데 이것을 올린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타격동작이기 때문이고, 또하나는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왜 그가 그렇게나 많은 헛스윙 삼진을 당했는지를 알수가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까 아직 여물지 않은 신인급 타자에게 너무나 가혹한 타격동작의 옷을 입힌것 같아서 안타까움이 들었다.

― 어떤 점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나? 그리고 헛스윙 삼진이 많은 이유를 이야기해 달라

이 영상은 내가 만든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영상에서는 이성열 타격의 전과정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든다. 이 당시의 이성열 타격동작을 상기해 보면 아마 처음 준비자세가 오픈스탠스였을 것이다. 그리고 앞발을 자신의 뒷다리 쪽으로 이동한 후 스트라이드(Stride)를 했는데 이 영상에서는 스트라이드를 하기전까지의 모습이 담겨져 있지 않다. 유추해 보자면 이성열은 보편적으로 토우 탭(Toe-Tap)타법을 하는 타자(SK 박정권과 같은)들과는 달리 타이밍을 잡기 위한 앞다리의 터치가 매우 크게 이동했다가 거기서 다시한번 롱 스트라이드로 이어진다.

아름답다고 한 이유는 매우 넓은 보폭을 내딛는 롱 스트라이드(Long Stride)임에도 불구하고 스윙시 배트가 돌아나오지 않으며 특히 중심이동(Weight Shift)이 좋다. 홈런으로 연결한 이 타격은 배트와 공이 만나는(meet point) 지점이 타자 앞무릎 앞쪽에서 이뤄졌기에 타격의 시작과 끝까지의 과정에서 밸런스와 타이밍이 제대로 만들어졌다. 홈런을 생산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포인트 지점은 내딛었던 앞다리의 무릎 앞쪽이다. 타자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은 차이점이 있겠지만 그리고 공의 로케이션에 따라 설명을 달리해야할 부분도 있겠지만 이 영상에서의 타격장면은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아름답다.

그런데 왜 아름답다고 하면서도 헛스윙이 많을수 밖에 없냐고 언급했냐면... 첫째는 롱 스트라이드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과, 그것에 따른 극심한 체중이동으로 인해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문제점, 덧붙여 타자에게 볼카운트가 불리할시 변화구를 공략함에 있어 약점이 노출되기 쉬운 타격동작이기 때문이다.

먼저 롱 스트라이드시 발생할수 있는 문제점부터 언급해 보자. 지금은 그 정도가 덜하지만 프로초창기 시절만 하더라도 타자가 스트라이드 보폭을 크게 하면 잘못된 타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타격시 타자의 앞다리가 지면에서 이탈돼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공을 쫓아가는 시선의 불일치, 즉 핸드-아이 코어드네이션(hand-eye coordination)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더군다나 이성열은 자신의 히팅포인트를 앞다리 앞쪽에서 형성하려는(큰것을 노리는) 성향이 커서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처할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상체에 관한 부분은 아래에서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이 시절 이성열은 상체가 앞으로 쏠려 있는 경우가 흔했다. 프로 경험이 일천한 타자에게 이러한 타격을 권했던 코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이켜 보니 많은 부분에서 이성열과는 맞지 않은듯 싶다.

― 그럼 롱 스트라이드가 타격의 정확성 면에서는 좋지 않다면 일본 최고의 교타자라는 아오키 노리치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스트라이드는 앞발을 내딛는 것이지만, 그속을 들여다보면 이것 역시 하나로 대명사 할수가 없다.
보통 처음 준비스탠스에서 양다리 사이의 폭을 자신의 어깨넓이와 비교해 비스듬하게 잡는 타자들은 수직으로 다리를 이격시키는(Liftting)선수들이 많은 편이며, 그보다 넓은 양다리 폭의 준비자세를 지닌 타자들들은 앞다리를 대각선(알폰소 소리아노의 유형)으로 이격시켜 내딛는다는걸 흔히 볼수 있다. 후자쪽이 바로 아오키다.

하지만 여기에다 하나를 더 덧붙여야 할것이 있는데 스트라이드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 전의 동작 그러니까 처음준비자세에서의 스탠스(여기에서 말하는 스탠스는 오픈,클로즈,스퀘어가 아닌)가 어떠냐에 따라 또 달라진다. 쉽게 말하면 준비자세에서 상체를 웅크리는 크라우치 스탠스(Crouch stance)냐 아니면 세우는 업라이트 스탠스(Upright stance)냐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지금 아오키는 신인시절에 비해 전체적으로 몸을 웅크린 준비스탠스로 변화했다. 스트라이드 보폭이 넓은것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지만, 상체를 웅크림으로서 생길수 있는 변화에는 몇가지가 있다. 일전에 아오키가 일본 언론을 통해서도 밝힌바 있지만 상체를 세웠던 시절에는 낮은 공을 공략하는데 있어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높은 공에는 약점을 보여왔는데 지금은 높은 코스의 공을 공략하는데 있어 보다 수월해졌다고 밝힌바 있다.(이것은 스탠스 변화에 따른 것이 크다고 볼수 있다. 일전에도 이야기한바 있지만 상체를 세운 스타일의 선수들은 아래영역<로우볼>을 커버하려는 성향이 크며 반대의 스타일은 높은 공을 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전에 언급했기에 이쯤에서 생략)

그럼 이성열은 어떨까? LG 시절의 타격과 비교해 지금 두산에서는 타격동작의 근간을 거의 모두 바꿔버렸다.

▲ 이 영상 역시 필자가 만든 것이 아니다. 금일 관련 영상을 찾는 도중 발견했는데  헛스윙 후 배트를 두동강 내는 괴력은 무시무시하다.

― LG 시절과 지금 두산에서의 이성열이 달라진 부분은 뭐라고 보는가?

먼저 이성열은 위의 영상과 같은 타격을 매경기 그리고 매타석마다 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볼카운트에 따라서 스트라이드를 내딛는 보폭에 차이가 있고 어떤 타석에서는 짧게 앞발 끝만 지면에 터치한 후 스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보면 LG 시절때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우선,LG 시절때는 스트라이드 보폭이 컸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조족지혈 수준으로 짧아졌다.
또한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위치가 LG시절에는 자신의 귀 위쪽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발사됐지만 지금은 귀 아래까지 내려와 있는걸 볼수 있다.
이부분만 놓고 보면 지금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있는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스윙이 시작되기 전의 포지션 즉, 배트를 뒤로 빼 체중을 장전하러 가는 로드포지션(Load position)에서의 모습을 보면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가 스윙이 시작되는게 아니라 뒷팔꿈치를 자신의 등뒤쪽으로 짧고 자연스럽게 이동했다가 발사되는걸 볼수 있는데, 보편적으로 보면 이러한 스윙은 걷어올리는 소위 어퍼컷 스윙(Uppercut Swing)이 되기가 쉽다.

배트가 낮은 곳에서 출발을 하기 때문인데, 위의 영상처럼 높은 코스의 공을 때려내기엔 어렵지 않았나 싶다. 아마도 낮은 변화구를 예측하고 거기에 맞는 타이밍을 가져갔던 것으로 보이는데,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간 다음에 컨택트 지점에서 아웃사이드 배팅도 이뤄지지 않은걸로 봐서는 필자의 추론이 맞을것이다.

― 위의 타격영상을 보며 달라진 것을 말하는게 아닌 더 세부적이고 원론적인 매커닉(Mechanic)의 변화는 없는가?

세부적인 것은 먼저 질문에서 언급했다. 원론적인 면에서 봤을때 이성열이 LG시절과 비교해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뒷다리쪽에 무게중심을 두며 타격을 한다는 점이다. 뒤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걸 어떻게 알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이 생길수 있는데 컨택트 지점에서 이성열의 상체를 보면 된다. LG시절 이성열의 상체는 컨택트 지점에서 머리와 낭심을 기준으로해 세로선을 그어서 본다면 ↓(이렇게) 거의 일직선 형태로 상체가 위치해 있다면 지금은 /(이렇게)이와 같은 대각선 형태의 선이 그려진다.(이글을 읽는 여러분도 컨택트 지점에서 머리와 낭심까지의 가상의 선을 그어보시길)

컨택트시 상체가 지금의 이성열과 같이 대각선 형태가 되어 있는 타격스타일을 타격 전문용어로 `스테이 백(Stay Back)'이 되었다.. 라고 말을 하는데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로베르토 페타지니(현 소프트뱅크)가 바로 이와 같은 스테이 백 스타일의 선수였다. 보편적으로 보면 이러한 백 레그 로드(Back leg Load)형 스타일의 타자들은 여타의 타격스타일의 선수들에 비해 공을 좀 더 오래 볼수 있어 선구안적인 상승, 그럼으로 인해 타석에서 좀 더 많은 스윙기회, 그리고 거기에서 뒤따라 오는 출루율적인 면의 발전이 가능하기에 훌륭한 타자로 가는데 있어 지름길과 같은 매커닉(Mechanic)이라고도 볼수 있다.
이성열은 아직은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선수인만큼 들쑥날쑥한 출전이 아닌, 지금과 같이 꾸준히 타석에서의 경험을 쌓고 다양한 투수들의 공에 익숙해진다면 프로초년병 시절 지녔던 잠재력 폭발을 조만간 기대해도 좋을듯 싶다.

― 끝으로 올 시즌 이성열의 대략적인 타격성적을 예상한다면?

앞으로 예상 같은거 안하기로 했다. 오프시즌동안 최형우(삼성)와 박정권(SK)에 관한 타격글을 쓴적이 있다. `외국물 먹고 온 타자(최희섭과 같은)들을 제외하고 최형우와 박정권이 이승엽 이후 첫 40홈런을 칠수 있는 타자' 라고 했다가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 시즌 초반 최형우와 박정권이 부진하자 `박정권 아직 홈런이 하나도 없는데 미친 예상을 했다(여기서는 그나마 댓글을 순화해서 표현)' `최형우가 40홈런 못치면 니가 책임지고 사과할래?'(여기서는 그나마 댓글을 순화해서 표현) 등등. 물론 그런 댓글들은 모두 삭제했지만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과 다르다면 왜 다른지에 대한 언급이 없는 댓글에 이젠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양의지가 대형포수가 될 자질이 있다라고 쓴 타격분석 글에도 위와 같은 댓글들이 있었지만 역시 욕이 들어가서 삭제를 했다.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뿐이다. 선수에 대한 기대치를 표현하는(이유있는)글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그래서 이성열의 성적은 그냥 마음속으로 두고 싶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었다' 라고 할만큼 지금 이성열은 분명히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전도유망한 대형타자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성열은 물론, LG의 오지환,박병호 삼성의 3인방을 비롯해 한화의 김태완,최진행, SK의 박정권,최정,박재상 등등 수없이 많다.
일본은 NPB 팀수와 야구 인구수를 감안할때 갈수록 토종거포들의 출현이 감소하고 있다. 타격기술적인 면은 논외로 치더라도 파워 만큼은 우리가 일본의 젊은 타자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본다.
지금 김태균(치바 롯데)과 이대호(롯데)가 정점을 향해 달려고 있는 타자들이라면 본문에서 언급한 선수들이 대를 이어가야할 인물들이다. 까마득하게 보였던 일본야구와의 격차가 이들의 성장여부에 따라 그 격차를 좁힐수 있는 시간단축의 핵심에 놓여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진/ 두산 베어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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