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이란게 참으로 무서운가 보다. 올해 한국프로야구 2년차 외국인 투수 아퀼리노 로페즈(KIA)가 두산과의 경기(6일)에 선발로 나와 6.2이닝을 던지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벌써 올 시즌도 막바지로 접어든 지금 로페즈의 승수는 단 2승. 겉으로 드러난 승수만 보면 정말로 형편없는 성적이 아닐수 없다.


여름을 기점으로 로페즈가 연일 언론의 도마위에 오른것은 기대밖의 적은 승수 때문이 아니다.
유독 자신이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불펜의 난조로 날려버린 승리가 많았고 또 그걸 참지 못하는 행동이 비판의 중심이었다. 프로구단이 바보가 아니고선 이러한 행동을 그냥 둘리 만무하다.


결국 로페즈는 지난 7월 1일 구단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고 이후부터는 그러한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억대연봉을 받는 프로선수에게 500만원이란 돈은 적은 금액일수도 있다.
하지만 로페즈 입장에선 큰 돈이며 중징계다. 그도 이젠 선수생활의 말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그의 조국이 도미니카 공화국이란 점을 감안할때 그깟 500만원은 엄청난 500만원이 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그간 로페즈가 보여줬던 일련의 행동을 달갑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부분도 분명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뛰고 있는 남의 나라 선수를 가르켜 “용병”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야구 용어가 참으로 오묘한게 뭐냐면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야구언어의 대부분은 ‘전쟁’에서 비롯된 것들이 부지기수다. “홈런포, 대포 한방, 소총수(똑딱이)”,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타격시 파워를 축척 하는 포지션에서 사용하는 ‘Load’ 라는 단어도 정확히 말하면 총알을 장전한다는 의미에서 파생된 단어다.


용병에 관한 언급을 하며 야구를 전쟁용어로 빗댄것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로페즈는 용병이 맞다. 승부의 세계 즉, 야구는 곧 전쟁과도 다름이 없을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더 큰 의미에서 보자면 용병은 돈을 받고 전쟁터에 참가하는 군인이다. 하지만 이것을 야구로 대입하면 어폐가 있다. 용병은 돈을 받고 전쟁에 뛰어든 고용된 병사다. 다만 야구에서의 용병은 자신의 값어치에 따라 돈을 받는 금액이 다르기에 언제 퇴출될지 모를 위기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 간 용병이 죽지 않고 전쟁이 끝나길 바라듯, 야구에서의 용병 역시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고 꾸준히 활약하는게 최우선의 목표일것이다. 그건 바로 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포츠에서만큼은 용병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게 바람직하지 하다고 본다.
같은 전쟁터지만 그 쓰임새에 따라 발을 내딛었던 목표점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용병이란 단어보다는 외국인 선수라고 주로 표기를 한다. 어차피 프로스포츠는 돈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행은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의 계약은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 +옵션이란게 있다.
이 옵션은 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기에 구단과 선수만 알고 있는 기밀사항에 해당된다. 보편적인 인식의 기준으로 봤을때 로페즈 역시 1승당 얼마의 금액을 받는 식으로 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그런데 올 시즌 로페즈는 2승에 머물고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성질도 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벌금이다. 물론 로페즈가 보여준 그간의 행동을 옹호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문제는 본문 첫머리에서도 언급 했지만 지금의 로페즈는 벌금을 맞은 이후 추태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문제가 됐던 6일 경기도 알고 보면 전혀 문제될게 없다. 그가 7회말 마운드에서 물러난 이후 역전을 허용했지만 로페즈는 과거처럼 행동을 하지 않았다. 로페즈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덕아웃과의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때문에 벌어진 일을 ‘니가 그러면 그렇지’ 라는 선입견을 덧칠해 마치 진실인냥 끄집어내 난도질을 하는 일부 블로거의 글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6일 경기의 진실은 7회까지 로페즈가 던지겠다고 이미 약속된 상황. 하지만 7회말 덕아웃에서 소리가 나자 로페즈는 자신을 교체하려는줄 알고 괜찮다는 사인을 보낸것이다. 이게 전부다.
별일도 아닌것을 가지고 MLB에서는 어떻고 하는 해설위원의 오버도 이상했지만,  마치 로페즈는 4강 싸움을 하고 있는 팀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식의 어이없는 블로거의 글도 이해가 힘들었다.
또다시 말하지만 그동안 로페즈의 행동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과 이후의 행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그리고 6일 경기의 내부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글을 쓰는 배짱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덧붙여 MBC 스포츠 플러스 관계자에게 부탁하나 하고 싶다.
왜 여타의 케이블 방송과는 달리 투수가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물러나거나, 승부처에서 타자가 삼진 아웃을 당하고 들어가면 집중적으로 해당 선수들의 얼굴을 끈질길 정도로 잡아주는지 모르겠다. 실책하고 들어온 선수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건 8개구단 공히 해당된다. 경기가 역전되자 덕아웃에 앉아 있는 로페즈의 모습을 그렇게나 오랜시간 잡아준것은 혹시 로페즈가 또 의자를 던질지 모르기 때문에 그걸 포착하기 위한 준비때문이었는가? 별것도 아닌 6일 경기를 “로페즈의 도를 넘는 행동.. 4강 싸움의 최대 걸림돌” 이란 글이 나오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이다.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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