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라면 모르겠지만 그와 반대되는 상황에서의 눈물은 슬픔의 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 `남자의 눈물'은 남들 앞에서 보이면 안되는것. 부끄러운 것, 그리고 남자답지 못함이 일반화된 정서가 된지 오래다. 더군다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소위 스타들의 눈물은 엄청난 파급효과까지 불러일으키는데 13일 박찬호의 눈물이 그러했다.
박찬호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각 포털에 올라온 관련 댓글을 보면 "힘내라, 이해한다, 그동안 고생했다." 라는 위로의 말 외에 `그 나이를 먹고도 눈물이나 질질 짜니? ' `남자답지 못하게 눈물이나 흘리고 있다' 라는 소위 "악플"이라고 하는 댓글도 발견할수 있었다.
이게 `악플' 이었을까? 일반적 시각에서 보자면 분명 악플이 맞지만 난 그전에 `눈물' 이란 단어의 의미부터 생각해 봤다. 저 악플의 주된 내용이 눈물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어릴때 싸움을 하게 되면 먼저 우는 사람이 진다. 그시절엔 그게 진리였으며 만약 눈물에 더해 코피까지 쏟는다면 처절한 패배자가 되는 부끄러운게 되버린다. 남자다움은 눈물을 쉽게 흘리지 않는것은 물론 아들을 가진 부모들마저도 어릴때부터 그렇게 주입을 시킨다. 인간의 `감정표현'중 하나인 눈물은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남자들에겐 불필요한것이 된지 오래다. 슬퍼도 속으로 참아내야 하며 남들 앞에서는 절대로 보이지 않아야 하는 남자의 눈물. 참 서글프다.
그렇기에 남자가 공개된 자리에서 눈물을 보인다는건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얼마나 슬펐으면 남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 이게 보편적인 한국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방송에도 나온적이 있지만 야구본토인 미국에서 박찬호에 대한 편견과 무시는 우리가 생각했던것 이상이었다. 눈물젖은 빵(햄버거지만)을 곱씹으며 마이너리거 생활을 했던 박찬호의 그시절의 일화중 씹고 있던 껌을 박찬호에게 뱉어버렸다 라는 대목을 보고 마음이 싸늘해졌다. 지금의 박찬호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시당하기가 싫어 그때마다 대응을 했다는 박찬호지만, 그역시 혼자있을때면 수없이 많은 눈물을 몰래 훔쳤을것이다.
공개석상에서 박찬호가 눈물을 보인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면제를 받았던 박찬호는 1999년 4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치며 퇴소하는 자리에서도 눈물을 흘렸었다. 박찬호는 훈련소에 있는동안 조교를 비롯한 간부들의 따뜻한 배려에 고마움의 눈물이라고 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낯선 미국땅에서 잊고 지낸 `한국의 정'을 훈련기간동안 느꼈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추측해본다.
당시 박찬호의 눈물에 대한 반응도 이번 기자회견 직후에 달린 일부 `악플'과 별반 다를점이 없었다. '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박찬호가 눈물이라니' '현역갔으면 대성통곡을 했겠구만' 은 물론 일부 여성들중엔 `늠름하고 강한 사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실망이다' 라는 댓글도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모두 일치하는 반응이 나올수는 없겠지만 그 당시 박찬호의 눈물은 `남자답지 못함'을 첫번째 화두로 삼은거라 볼수 있다. 한국남자는 감정표현중 하나인 `눈물' 마저도 마음편하게 흘릴수가 없는것이다.
이번 박찬호의 기자회견에 대한 악플을 보면 국가대표 은퇴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박찬호 공백에 따른 대표팀전력 여부) 남자=눈물 에 대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틀에 박힌 고정관념과 보편적 주입식 가치관이 한사람의 눈물마저 곡해해버린 일부 악플러들에게 한마디만 하고 싶다. `남자가 울어도 멋지다는걸 박찬호가 보여줬으니 우리도 슬플때는 참지 말고 울자' 라고.
물론 악플러의 눈물이 얼마나 멋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한국야구위원회, 한국재경신문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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