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시프트와 게스히팅

MLB * NPB 2008/02/22 00:00 Posted by 비회원

이승엽(당시 롯데 마린스)이 일본 진출 첫해 가장 부진했던 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그당시 기사를 토대로 이제와서 이야기 해보자면 가장 큰 문제가 된게 리그 부적응과 약점 노출 이 두가지다.
리그적응 문제는 아주 포괄적이고 복잡하며 말그대로 받아드리기엔 광대한 범위이기에 꼭 찝어 논할수는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타석에 들어설때 상대수비가 펼치는 시프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것이 가장 큰 부진의 원인이었다고 볼수 있다.
그럼 리그적응과 시프트는 어떠한 관계가 있었을까.

  
일본진출 첫해 이승엽의 시범경기를 놓고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이승엽의 약점은 크게 두가지였다.
바같쪽으로 형성되는 브레이킹 볼과 몸쪽 높은 직구가 바로 그것인데,특히 위닝샷으로 몸쪽 높은 빠른 공을 뿌리면 십중팔구 헛스윙을 한다는 자료는 당시 세이부 라이온스 감독이었던 이토 쯔토무에 의해 미리 발견되었다.
더군다나 당시 이승엽의 내면적인 상태, 즉 일본진출 첫해에 아시아홈런왕이라는 자존심과 빨리 뭔가를 보여주려는 조급한 심리적인 원인까지 파악했다는 이야기는 일본야구가 얼마나 치밀하고 섬세한 야구를 펼치는지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
위닝샷으로 몸쪽 빠른 직구를 뿌린다는 것은 불리한 볼카운터에 몰린 타자의 심리,그리고 눈에 들어오면 배트가 나갈수 밖에 없는 당시 이승엽의 심리를 역이용한 것이었다.
 
또한 당시 이승엽 타격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바같쪽 공을 결대로 밀어치지 못하고 무조건 잡아당긴다는 약점도 포함됐다.
그래서 생긴 용어가 `이승엽 시프트' 였다. 투수는 의식적으로 몸쪽으로 공을 뿌렸으며 수비수들은 센터라인을 중심으로 좌측을 포기하고 우측으로 이동시키는 그만의 시프트가 탄생된 것이다. 이러한 이승엽의 타격으로 인해 당시 바비 발렌타인 감독은 이승엽에게 밀어칠 것을 꾸준히 주문했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이승엽은 감독과의 불화까지 겪는 일도 있었다.(쓰레기통을 발로 차버린 사건)
 
타자의 타격성향에 따라 수비수들의 수비위치가 바뀌는 이 시프트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테드 윌리암스가 활약하던 당시 그의 극단적인 잡아당겨치기식 타격을 보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루 부드로 감독이 그를 잡기 위해 고안해 낸게 이 시프트의 원조라고 한다. 즉 `루 부드로 시프트'의 탄생이 그것인데 센터를 중심으로 내 외야 수비수들을 모두 우측으로 이동시키는(윌리암스는 왼손잡이 타자다) 수비 시스템이다. 우익수는 우측외야 라인근처,2루수는 내야와 우익수 중간으로 이동,중견수는 우중간으로 이동,유격수는 센터라인에,3루수는 유격수 자리로 이동시키는 수비방식이다.윌리암스가 혹여 밀어쳐 좌측 외야로 공을 보낼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대비하기 위해 좌익수는 제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 시스템은 지금에 와서도 종종 행해지고 있는데 데이빗 오티스(보스턴 레드삭스)는 자신에게 시프트를 거는 상대팀을 조롱하듯 3루쪽에 번트를 대고 살아남는 재치를 보인적도 있다.
그럼 당시 테드 윌리암스는 저런 수비시프트를 뚫고 어떠한 타격을 했을까.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타격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주구장창 우측으로 잡아당겼다고 한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 우측으로 잡아당기면 안타몇개는 손해를 보겠지만 홈런은 더 치기 쉽다.투수는 몸쪽으로 공을 던질것이고 나는 그걸 알고 게스 히팅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라고 말했다.

 
이 천재적인 타자의 진면목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수비수가 없는 좌측으로 가볍게 밀어치면 얼마든지 안타를 생산할수 있었지만 투수가 자신의 몸쪽으로 공을 던진다는걸 알고 노려쳤기 때문이다.
수비 시프트와 게스히팅은 이렇듯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게스히팅이라는 이 타격기술도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변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아니 변했다기 보다는 변할수 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다는 말이 더 옳은 표현일것이다.
게스히팅이란 미선선점을 뜻하는 말이다. 상대투수가 어떤 구질의 공을 던질것인가를 미리 계산해 내며 타격을 하는 방식인데,투수와 타자의 일대일 대결에서만 국한해 표현하면 이렇지만 투수를 상대하는 타자역시 여기에서도 여러가지 제반사항이 뒤따르게 된다. 즉 이전타석에서 투수는 나에게 어떤 공으로 승부를 했는지,그리고 주자가 있는지 없는지 상황판단도 필요하며(주자 유무에 따라 투수가 던지는 공의 종류가 틀려지기에) 현재 게임스코어가 어떤지,주자의 발이 빠른지 느린지 등등 이 모든것을 종합해야 나올수 있는 데이타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야구가 생긴지 얼마되지 않았을때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종류는 직구,커브가 고작이었다. 지금처럼 변화구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당연히 지금의 타자들이 과거의 타자들보다 게스히팅을 하면 성공시킬 확률은 떨어지게 된다. 투수들의 공 구질이 다양해져 그만큼 미리선점을 하기가 힘들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야구를 들여보면 현대야구에서 게스히터 라고 불리우는 타자들은 점점 줄어들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 되버렸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타자들은 노하우가 있기에 어느정도 커버가 가능하지만 신인급 타자들은 오직 자신의 눈과 타격기술로만 타격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뒤따르게 된다.
신인타자들이 삼진이 많은 이유는 타격기술도 기술이지만 바로 이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것이 가장 크다고 본다. 게스히터와 경험의 관계가 아주 밀접하다고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끝으로 글의 주제와는 다소 어긋나지만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데 있어서 간과하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글을 끝맞칠까 한다.
우리가 타자들의 헛스윙 삼진을 보고 비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벌어질때마다 욕을 할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밖에 할수 없었는지를 이해 하면서 야구를 보면 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역 시절 무던히도 잡아당기는 타격을 고집하면서도 엄청난 고타율을 기록했던 테드 윌리암스]

 
한가지 예를 들어 설명을 해보자.
A 라는 팀은 6번까지는 장타력이 있는 타자들인데 7번타자부터는 장타력이 형편없는 타자들로 채워졌다고 가정을 해보자.
한점이 뒤진 이 팀이 9회 마지막 공격을 펼치는데 2사후 6번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6번타자의 볼카운트는 투스트라이크 쓰리볼이다. 이젠 공 하나만 잘 고르면 출루를 할수 있는 상황까지 온것이다.그런데 이 6번타자는 투수가 던진 6번째 가운데 높은 공을 무지막지한 풀스윙으로 공략하다 그만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만다.경기는 종료되었다. 이럴 경우 이 타자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온갖 욕설이 난무할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공 하나만 더 참을성 있게 기다렸으면 1루로 걸어나갈수 있었는데 왜 배트를 휘두르냐는 원망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이 타자는 결과론적으로 봤을때는 실패했지만 야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옳바른 결정을 했다.그건 2사에서 똑딱이 타자들이 자신의 뒤에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동점을 얻기 위해 필요한 연속안타보다는 자신의 장타 한방으로 동점을 만드는게 확률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이건 야구가 가지고 있는 특성,즉 한팀이 1득점을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지만 번번히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시즌 30홈런을 치는 타자에게 큰것 한방을 기대하는것이 연속안타로 1득점을 얻는(그것도 2사후)것보다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에게 주로 취하는 수비 시프트와 또한 그걸 역이용해 내며 게스히팅을 하는 타자들.
어쩌면 테드 윌리암스는 넘버 3의 송강호가 말한 최영의 처럼 소뿔 뿌러질때까지 무식한 타격을 고집했지만 그걸 역이용하는 능력이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타자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게스히팅 능력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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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괴벨스와 같은 인간이 있다. 다만 남자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뿐...사람들의 인지부조화가 만들어 낸 희대의 괴물이지.. 뭐 그렇다고.. KCN 야구해설위원 & 광주 MBC-R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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