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시즌 이후 이종범은 올시즌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최선을 다할거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2년간 그가 보여준 성적은 한때 `야구천재'라는 수식어가 무색할만큼 녹슨 방망이로 추락했기에 이대로 끝낼수 없다는 절박함과 오기가 묻어나오는 각오였다.
원래 타자들은 배팅슬럼프가 오면 타격자세를 수정한다. 그리고 아주 좋았을때의 감을 되찾을려는 노력을하는데, 이건 한참때의 이야기다. 나이가 들고 힘이 부치기 시작하면 아무리 예전의 좋았던 타격으로 돌아갈려고 해도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야 일시적인 슬럼프가 오면 가능한 일이지만 세월의 탓을 해야하는 지금은, 그때의 감만 가지고는 예전과 같은 폭발력을 다시 선보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종범은 작년시즌 이후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된 팀 마무리 훈련에 자원해서 참가를 했을뿐만 아니라 괌과 미야자키에서 실시한 동계훈련에서도 나이에 맞는(?) 타격폼 수정에 심혈을 쏟았다.
11일 삼성과의 시범경기는 지난 겨울동안의 변화를 알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에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부활 이종범' 이란 생각이 먼저 떠올랐으며 가장 중요했던,그리고 그가 2년동안 부진했던 타격동작의 변화를 체크할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60번째 Batting Theory 시간에는 이종범 선수의 변화된 모습,그리고 KIA의 4번타자 경쟁을 하고 있는 팀내 젊은 선수들과 더불어 삼성의 박석민 선수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 이종범이 변한것 -
1) 준비자세에서 방망이의 위치, 그리고 스윙 스타트
전성기 시절 이종범의 주특기는 누가 뭐라해도 벼락같은 배트스피드였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조건과 파워를 갖춘 거포 선수들에 비해 다소 외소한 체격을 가진 그가 리드오프로서 많은 장타를 쳐낼수 있었던것은 빠른 배트스피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배트스피드는 어느순간부터 사라져 버렸으며 한번 잃어버린 그 스피드는 좀처럼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겨울동안 그가 테이크 백(Take Back-백스윙)의 간결함과 인사이드-아웃사이드 배팅(inside-outside batting)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거란 예상을 시범경기를 통해 필자가 접할수 있었다. 작년시즌 이종범은 배트가 귀 뒤쪽까지 가 있는 준비자세였다. 그러므로 인해 뒷팔꿈치는 뒷쪽으로 당겨져 있었으며 그만큼 방망이의 헤드가 돌아나오는 시간이 길었다. 단타형 타자인지 거포형 타격자세인지 분간이 안되는 동작이었는데 그건 아마 이종범 스스로도 고민을 많이 했을것이다.
왜냐면 백스윙이 짧게 돌아나오기 위해서는 팔꿈치가 옆구리에 붙여져 나와야 하는데 뒷팔꿈치는 귀 뒤쪽으로 당겨져 있어 배트가 스타트 되었을때 짧게 나오지 못하고 각이 크게 벌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과의 시범경기때 이종범을 보니 이러한 고민을 단숨에 날려 버린듯 아예 팔꿈치 위치를 아래로 내려버렸다. 그러므로 방망이 위치도 같이 내려왔으며 백스윙이 짧고 콤펙트하게 나오는것이 눈으로 봐도 여실히 느낄수 있었다. 문제는 인사이드-아웃사이드 배팅의 고민이다. 인사이드-아웃사이드 타격이란 타자가 파워포지션으로 전환해 배트가 스타트 될때 순서가 되는 타격용어다.
일반적으로 배트 스타트는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inside)이 먼저 출발을 하고 배트 헤드가 나중에 돌아 나오는(outside) 것이 정상인데, 지금 이종범이 바뀐 타격준비동작은 백스윙이 짧아졌기에 배트 스피드는 빨라졌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배트 헤드부분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바같쪽 공 공략은 한결 수월해지겠지만 대신 배트가 너무 일찍 스타트 되어 앞쪽 어깨가 너무 빨리 열리는 단점이 노출될수 있다. 자기 몸의 중심에서 히팅 임펙트를 잡기가 힘들어진다는 말이다. 그래도 지금의 수정폼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제 바뀐지 얼마되지 않는 타격폼이기에 아직은 시범경기를 통해 적응해야 할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종범은 바같쪽 공에 대한 대처가 굉장히 민첩해 졌으며 타구를 때리는 간결함과 스피드가 작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인상을 삼성과의 시범경기를 보면서 필자는 느꼈다.
[동계훈련 가기전 모습, 이때보다 팔꿈치 위치는 더 내려왔으며 앞다리를 드는것도 더 짧아짐]
2) 과거-투수쪽으로 스트라이드, 현재-제자리에서 리듬만 맞추는 스트라이드 변화
이종범의 하체 중심이동도 작년과 비교할때 변해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처음 앞발위치에서 반족장 정도 투수쪽으로 나가면서 스트라이드를 짧게 했던 이종범은 이제는 거의 제자리에서 타이밍만 잡는다는 느낌으로 다리를 든다.
이런 변화는 배팅 타이밍을 잡기위한 그만의 변화로 보인다. 작년에 이종범은 그렇치 않아도 백스윙이 컷는데 다리까지 내딪으면서 타격을 하니 상하체 모두 따로 놀아 날카로운 방망이 회전이 불가능하게 했다.
스트라이드란 배트가 스타트 되기 이전에 끝내야 하니 간결하게 하는게 좋은데 이걸 파워도움닫기의 측면으로 이용한 이종범이 잘못판단한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내딪는 왼발의 타이밍 이후 크게 돌아나오는 방망이의 리듬에 불협화음이 일어 났다는 말이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이종범은 이걸 모두 바꿔버렸다. 과거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거리면서 배팅타이밍 리듬을 잡던 이종범은 아니지만,대신 앞다리를 살짝 들면서 타이밍을 잡는 방법으로 바꾼 것이다. 나이에 따른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젠 과거처럼 상체를 웅크리면서 타격을 할수도 없고, 상체가 업라이트 형태로 갈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상 배팅 타이밍을 잡는 그만의 노하우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는데 이종범은 이걸 알아차린듯 했다.
장담은 금물이지만 지금 이종범의 나이와 체력적인 요건을 함안할때 아주 탁월한 타격폼 수정이며 그가 겨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알수 있었다. 겨우 한경기(필자는 11일 경기밖에 보지 못했다)를 놓고 설레발이 될수 있겠지만 아무튼 작년과 비교했을때 확실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 KIA 김주형과 나지완, 삼성 박석민 -
필자는 젊은 거포형 선수를 굉장히 좋아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각팀은 젊은 대형타자감들이 있음에도 기대대로 성장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첫번째 이유이고, 야구의 인기회복을 위해서는 젊은 홈런타자들이 빨리 출현을 해 시즌내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홈런 레이스를 펼쳐야 한국프로야구 인기가 회복될거라는 나름의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박석민 타격동작, 배팅장갑을 끼지 않는 한국의 블라디미르 박석민이 되길]
박석민- 지난 올림픽대표팀 상비군에서 그는 놀라운 방망이 솜씨를 선보였다. 군입대전까지는 파워가 다소 부족한 선수라 보였는데 어느새 힘도 부쩍 붙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상무에서 홈런1위를 차지한 이유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KIA와의 시범경기에서 눈여겨 보니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박석민은 앞다리를 상당히 높이 들면서 타격을 하는 선수다.문제는 체중이동 방식인데,앞다리를 들면서 배팅 타이밍을 잡는것까지는 좋은데 스트라이드 된후 몸통회전력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나 ! 둘 ! 까지 리듬을 잡으며 다리를 들때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스트라이드 된 이후 포지션 체인지가 부자연스럽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직 프로 1군 경험이 적어서인지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에 방망이가 나가는 성급함도 엿보였다. 빨리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인 원인도 있었겠지만, 삼성 선동열 감독은 올시즌 박석민을 풀타임으로 기용하겠다고 했으니 한게임 못쳤다고 서두르지 말고 자신의 리듬감을 찾으려고 노력을 할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박석민은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에 형성되는 공은 여지없이 장타로 연결하는 힘은 분명 입대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이다. 프로입단 후 필자는 박석민과 이야기할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와 비교했을때 지금이 훨씬 성장해 있는 선수다.
나지완- 일단 나지완 개인으로 봤을때는 팀을 아주 잘 골랐다고 본다.만약 유남호나 서정환 감독이 지금 KIA 사령탑이라면 시범경기때부터 4번타자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시기적으로 그리고 팀 여건상 시기적절한 프로입단이다. 작년 야구월드컵때 타격하는 모습하고 이번 시범경기에서의 타격을 보니 한가지 바뀐게 있었다. 월드컵때는 뒤에서 앞으로 체중을 이동하면서 타격을 했으며 스트라이드를 크게해 앞발을 내딪었는데 지금은 노 스텝(노-스트라이드)로 타격을 한다.
일반적으로 노 스트라이드로 타격을 하는 선수는 파워가 뛰어난 선수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중에 하나다. 스탠스를 미리 넓게 잡고 파워 도움닫기가 필요없이(큰 백스윙,스트라이드)쳐야 하기에 선천적으로 힘이 부족한 선수들은 쉽게 따라하기 힘든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탠스 넓이상 변화구를 치는 능력이 뛰어나게 된다. 파워자체는 나무랄때가 없는 선수고 타석에서 적극성도 있어 보였다. 한가지 필자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그렇게 노 스트라이드로 타격을 하다가도 어느순간에는 앞다리를 또 들면서 타격을 하기도 한다. 분명한것은 그가 장타를 쳤을때는 모두 다리를 들면서 타격을 했을때 나왔다는 것이다.
[KIA 타이거즈 나지완]
이건 뭘 의미하는 것일까. 일전에 박흥식 KIA 타격코치가 나지완을 평가할때 다리를 들면서 타격을 하면 중심이 무너지고 변화구에 대처하기 힘들기에 노 스트라이드로 타격폼을 바꾸겠다고 했다. 동계훈련이 끝나고 시범경기를 보니 진짜로 월드컵때와 비교했을때 나지완의 타격동작이 노 스트라이드로 바뀌어져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건 노 스트라이드로 타격할때 보다 다리를 들면서 타격을 할때가 훨씬 배팅이 좋다는 점이다. 선수는 다리를 들면서 타격을 하는게 편한데 코치는 그렇게 하지 마라고 했을수도 있다. 이건 필자의 추측이다. 11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마지막 타석때 빗맞은 중전안타를 칠때가 가장 대표적인 의심사례다. 타격을 한후 카메라가 조범현 감독을 비추었는데 못마땅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괜한 기우일지는 모르지만 선수와 지도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팀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나지완 본인도 자신에게 편안한 타격이 제일우선이라 생각하며 일관성과 융통성 있는 타격을 권한다. 분명 좋은 재목이기 때문이다. 시즌이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상대하는 투수들의 수준이 달라진다. 이걸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올시즌 KIA 팬들에게는 흥미있는 부분일것이다.
[2006년 어느날,김주형의 타격연속동작. 지금과 비교했을때 상전벽해 라고 할만큼 다르다]
김주형- 11일 삼성과의 시합이 끝나고 저녁늦은 시간에 필자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의 타격폼 변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안타깝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통화를 하다 프로에 입단이후 (2004년)그가 감독이 바뀔때마다 그리고 1군 2군 코치가 바뀔때마다 몇번의 타격폼 수정을 했는지에 대한 숫자를 나열해 봤는데 어림잡아 12번정도였다.(필자가 옛날 자료를 모두 뽑아내 보았다.그 자신은 몇번을 했는지 너무 많아서 기억을 못하겠다고 한다)
동계훈련 가기전 마지막 통화에서 이런말을 주고 받은적이 있다. ` 저는 다리를 들고 타격을 하는게 편한데 코치님이 바꾸라고 할것 같은데 시키면 시키는데로 해야죠' 이글을 쓰는 필자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김주형은 완전 노 스텝으로 타격동작이 바뀌어져 있었다. 작년시즌 한참 잘 맞을때는 앞다리를 바닥에 한번 짧게 대면서 제자리에서 타이밍을 잡고 타격을 했는데(이마저도 시즌 8월달에 또 바꾸었다) 동계훈련에서 돌아온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스탠스를 넓게 하고 노 스탭으로 타격을 하는걸 볼수 있었다. 물론 이 타격자세는 위의 나지완과 마찬가지로 변화구 대처능력 향상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타격동작이다. 이 동작은 힙턴의 파워와 몸통회전력 그리고 손목 힘이 없으면 쉽게 할수 없는 타격동작인데,김주형의 체형과 파워로 봤을때는 권장할만한 타격이다.
[2007년 6월 두산 랜들에게 홈런 치는 장면]
하지만 문제는 선수본인이 의문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Batting Theoy 시간에 자주 언급했던 것은 `어떠한 타격이론이나 방법론을 떠나 세상에서 가장 좋은 타격자세는 선수본인이 느끼기에 편한 자세다.' 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 말이 의미하는걸 너무나 잘알고 있다. 미야자키 동계훈련때 김주형은 일본 프로팀들과 연습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그리고 팀 자체에서 시상하는 우수타자상도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때는 잘쳤는데 왜 시범경기에서는 죽을 쑤고 있느냐고 말이다.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그때는 다리를 들고 쳤는데 지금의 노 스트라이드로 타격폼 바꾼지는 불과 몇칠 되지 않았어요." 다. 아직 이 타격자세로 바뀐지가 얼마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타격자세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으니 지금 시범경기를 치루면서 적응하라는 코칭스탭들의 배려도 있을거라 본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김주형은 걸리면 홈런일정도의 무시무시한 파워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와 비례해 작년시즌까지 삼진이 굉장히 많았다. 거포형 선수들이 삼진이 많긴 하지만, 동계훈련 기간 타격동작을 바꾼 이후 삼진율은 많이 떨어져 있다. 이 타격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지금 김주형은 로테이셔널 히터로 변신중이다. 시범경기 동안 적응을 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나타내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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