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우주최강의 타자로 메이저리그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는 정교함과 장타력을 모두 겸비한 위대한 선수다.

2001년 데뷔 이후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3할-30홈런-100타점 기록을 8년연속 이어갔음은 물론 올시즌 역시 현재까지(5일) 타율(.320)-홈런(43)-타점(116)을 기록하며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한 그 기간을 9년연속으로 이어가게 된다.  이치로(.333166)에 이어 현역 통산 타율 2위(.332937)를 달리고 있으면서도 엄청난 파괴력의 장타를 생산해내는 푸홀스야말로 `무결점 타자'의 표본인 것이다.


타격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푸홀스는 뚜렷한 약점이 거의 없는 타자다.
그와 승부를 하는 투수입장에서는 던질곳이 없을만큼 고통을 안겨주는 선수지만, 푸홀스 역시 자신의 힘으로도 어쩔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고의사구' 다.

8월이 끝날때 푸홀스가 기록한 볼넷 숫자는 98개다. 이중 푸홀스가 선구안을 발휘하며 걸어나간 볼넷은 59개다. 즉 39개의 고의사구를 기록한 푸홀스는 어쩌면 좀 더 많은 홈런을 쳐낼수 있는 기회를 상대투수들의 외면으로 빼앗겼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즌중 영입한 맷 할러데이가 4번타순에 고정되면서 푸홀스 뒤를 받쳐주고 있긴 하지만 박빙의 승부처에서 푸홀스가 등장하면 여전히 피해가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올시즌 한국에서 푸홀스 못지 않은 포스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는 투수들이 피해가지 않고 있다.



올시즌 LG에서 고향팀 KIA로 돌아온 김상현은 전무후무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김상현과 같은 케이스가 과연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는데, 그냥 지나가는 짧은 언급이었지만 일전에 일본의 모 구단에서 한국의 3루수중 영입대상 목록에 김상현을 살짝 언급한걸 보고 깜짝 놀랬다. 올시즌 김상현의 활약에 그쪽 야구관계자들도 놀랐던 모양이다.

현재까지 김상현은 34홈런 115타점을 기록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공격부분 2관왕이 확실해졌다.
아직까지 30홈런과 100타점을 기록한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시즌 MVP도 그의 몫이 될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김상현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 만만해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언제까지 가나보자. 라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지금 김상현은 이 모든걸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을 만큼 미친 선수가 된지 오래다.

찰리 라우 라는 전 메이저리그 타격코치는 `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면 곧 닥쳐올 슬럼프를 대비하라' 라는 멋진 명언을 남긴바 있다. 구기종목 중 가장 어렵다는 타격은 반드시 오르가즘과 내리가즘이 공존하기에 이`싸이클'을 무시할순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시즌 김상현은 현대야구 타격이론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찰리 라우의 지론마저 뒤엎어 버렸다.

지금과 같은 김상현의 타격페이스라면 충분히 고의사구를 내보낼만도 한데 여전히 상대하는 투수들은 그와 정면승부를 펼친다. 개인적으로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실제로도 김상현은 좀 만만해(?) 보이는 타격 매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김상현은 치려는 성향이 무척강한 선수다. 자신의 무릎앞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도 걷어 올리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조금 높은 공도 여지없이 배트가 나간다. 스트라이크 존과 공 한두개 정도 빠지는 공도 모두 건드리는 이러한 선수들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피해가기 보다는 `잡을수 있다' 라는 심리적 동요를 일으킬만 하다.

투수가 타자를 꼬셔야 하는 야구에서 지금 김상현은 타자가 투수를 꼬시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만 하다. 치려는 성향이 강한 김상현은 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루율은 떨어지는 편인데 어지간해선 걸어나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상현은 여타의 타자들이 가지지 못한 부분을 신체적으로 안고 있다.
바로 유달리 긴 그의 리치다. 신장도 크지만(188cm) 그의 팔길이 역시 신장 대비로만 놓고 보면 긴편이다.
올시즌 3번째 만루홈런을 터뜨렸던 장면(대 히어로즈)을 유심히 보면 만약 그공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두개 정도 빠지는 볼이었다. 하지만 김상현의 긴 리치를 감안하면 그 정도 코스의 공은 자신의 `히팅 존'에 해당된다. 이건 투수입장에선 정말 미치는 거다.


홈런이 나오기에 가장 이상적인 3가지 요건은, `저스트 미트'와 `스위트 스팟' 그리고 `노브를 길게 끌고 오는 기술' 이다. 저스트 미트는 히팅 포인트, 스윗트 스팟은 배트 손잡이에서 약 70cm 사이정도에 위치한 곳, 바로 공과 배트가 만나는 최적의 접점 부분이다.

배트가 공과 키스를 하게 되면 진동이 발생하게 되는데 배트에 진동이 심하면 배트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빼앗겨 공에 전달하는 힘을 잃게 된다. 하지만 스위트 스팟 부분에 공을 맞추게 되면 진동이 덜해 타자자신이 가지고 있는 파워전달이 훨씬 용이해져 좋은 타구를 날릴수가 있다. 어떻게 보면 타격이란 `스위트 스팟' 부분에 정확히 맞추기 위한 것. 이라고 정의해도 될만큼 기술론의 총집합체인 것이다.


김상현은 흔히 바깥쪽 핀포인트 지점이라고 일컬어 지는 스트라이크 존에서도 더 멀어지는 공을 담장넘어로 보낼수 있는 타고난 신체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는것이다. 김상현의 포인트지점이 바로 스윗트 스팟 지점과 만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코스에 오는공, 또는 김상현 무릎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홈런으로 연결하는 김상현의 타격기술도 빼놓을순 없다. 이런 코스의 공을 정확히 가격하기 위해서는 특히 배트 손잡이 아랫부분 즉, 둥그런 모양의 노브(Knob)를 최대한 끌고 나와야 한다. 상체가 쏠리지 않고 뒤에 남겨놓은(Stay Back) 상태에서 이러한 배트 드레그를 가지고 있는 김상현이라면 놔두면 볼이 되는 공도 기여코 쳐내서 홈런으로 만들어낼수가 있다.

이젠 치려는 성향이 강한 김상현을 만만히 보며 정면승부만을 선택할 일이 아니다.
그와 상대하는 투수들도 지금 그의 페이스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였음을 깨달았을터.  박빙의 승부처, 또는 위기의 순간에서 김상현이 타석에 들어서면 `고의사구'로 내보내야 할때다.



둘째, 이젠 LG 시절의 김상현이 아니란 사실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타자유망주를 평가할때 막연히 `포텐셜'이 터진다, 또는 그렇지 않다 라고 확정시키는데 이것 역시 함부로 대명사해서 평가할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것 역시 두가지 부분으로 나눠 기대치를 충족할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교타자형'과 `거포형' 선수의 차이점을 망각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타격에 센스가 있는 교타자형 선수는 키워내기가 편하다. 그들은 상당부분 신체조건이 떨어지지만(이종욱,정근우,이용규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택트' 능력만큼은 기대치를 가질만하다.
우선 이들은 배트를 짧게 쥐는 타자들이다. "배트를 1인치 짧게 쥐는데도 불구하고 타율이 1푼이상 상승하지 못한 타자는 교타자로서의 재능이 없는 선수" 라는 말이 있다.


배트를 짧게 쥔다는 것은 스윙의 이동경로가 원활해진다는 점, 그리고 배트를 컨트롤할수 있는 기술이 더욱 발달해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이 거포형 유망주보다 더 빨리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크고 희소성 역시 드문편이 아니다.

하지만 김상현 처럼 `거포형' 유망주들은 그렇지가 않다.
LG 시절 김상현은 끝내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지 못하고 KIA로 트레이드되어와 빛을 보고 있다.
볼카운트가 불리하더라도 자신의 스윙을 가져가야 하는(지도자들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런 선수들은 당연히 타율이 떨어질수 밖에 없다.

또한 그레이트 스윙(Graet Swing) 즉, 짧은 스윙이 아닌 큰 스윙을 해야하기에 정교함을 동시에 갖춘다는 것도 힘든 일이다. 당연히 교타자 유망주들보다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결과가 충족되지 않으면 선수 본인은 물론 겉에서 지켜보는 팬들 역시 조급함이 커지게 된다.


김상현 스스로도 밝혔듯이, `이번에 못치면 2군으로 내려간다' `이번 경기에서 실수하면 벤치로 물러난다'의 심리적 요인도 거포형 선수들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발이라도 빠르면 그것에 특화된 야구를 하면 되지만 대부분의 슬러거형 선수들은 이런것도 없다.

이건 김상현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리고 조금만 더 기회를 주면 거포로서 성장이 가능한 선수들이 각팀에 있다. 감독 목숨이 파리목숨보다 못한 국내 현실의 어두운 부분이라고 하긴 지나친 비유일까?

LG 시절 김상현은 타석에서의 여유가 없는 조급함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갉아먹었던 것이다.
이적 후에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밑바탕이 돼 지금의 모습이 가능해졌지 않나 싶다.
야구는 멘탈적인 요소가 그 중요성의 한가운데에서도 핵심적인 사항이다.
지금 김상현은 타석에서 조급해하던 LG 시절의 그 모습이 아니다.


사진/ St.Louis Cardinals & KIA 타이거즈 제공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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