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토론에 목말라 한다.
초저녁부터 시작한 술자리가 날이 새도록 이어질수 있는 것도 바라보는 방향이 같기 때문에, 반대로 다르기 에 가능한 일이다. 얼마나 많은 대화를 했는지 목이 쉬어 목구멍에 통증이 오더라도 피곤함을 모른채 설전을 펼칠수 있는, 이 야구야 말로 정답 없는 스포츠중 가장 난해한 종목이 아닐까 싶다.
최근 일주일동안 만난 사람들이 모두 야구와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한분은 전직 기자. 한분은 전직 야구선수. 또 한분은 비록 만나지는 않았지만 전문야구블로거와의 전화통화였다.
고향집에 한달에 한번 전화를 드릴까 말까 하는 나지만 엄청난 전화요금의 90%가 야구때문에 나올정도다.
전화기 밧대리 두개가 다 소모될 정도로 몇시간씩이나 오직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할수 있다는게 정말 마약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재가 바닥나지 않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들. 그게 바로 야구의 매력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중, 타격 매커닉(Hitting Mechanic)과 투구 매커닉(Piching Mechanic)에 관한 대화가 가장 어렵다.
여기서 어렵다는 것은 해당 분야가 정말로 방대한 이야기꺼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함부로 단언할수 없는것. 정답이 될수 없는 것들인지라 접근 방법 역시 조심스러울수 밖에 없다.
얼마전 추신수가 몇경기 부진하자 타격폼이 흐트러졌다는 모 게시판 글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승엽이 부진하자 타격폼이 문제라는 모 게시판의 글을 보며 역시 한참을 생각했다.
시즌 초반 이대호가 부진하자 "올시즌 이대호 타격하는것 보니까 틀려먹었다" 라는 글을 보며 또 한참을 생각했다. 대체 어떤 부분이 흐트러졌는지, 타격의 문제점이 뭔지, 또한 뭘 보며 틀려먹었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없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났던 분과 장시간의 통화를 했던 분들 모두 이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나라 야구팬들은 모두 전문가라서 그런다는 결론(?)을 내리며 껄껄 웃었지만 사실 이러한 보편적 문화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달간 포수의 전반적인 능력을 일컫는 `인사이드 워크' 즉, 큰 그림에서의 포수론을 습득하고 싶어 여러차례 자료를 찾아 헤맨적이 있는데 관련된 서적은 물론이거니와 이와 유사한 글 한조각 조차 찾지 못해 포기한 경험이 있다.
물론 타자에게 볼카운트가 불리한 경우, 예를 들어 2스트라이크 이후에 투수의 빠른 페스트볼을 백네트쪽으로 파울타구를 날리면 타자의 배팅 타이밍이 맞아가고 있다... 라는 것은 타격공부를 하면서 자연적으로 습득한 것이지만, 이걸 포수입장에서 이해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였다.
사실 포수에만 국한되어 야구 이야기를 하자면 할말이 없을정도다.
금일 SK와 히어로즈의 경기를 해설한 이순철 해설위원이 아주 솔직한 개인 의견을 밝혔는데
" 일주일동안 박경완 포수의 볼배합을 혼자 연구를 했는데, 정답을 못찾겠다."
평생 야구를, 그것도 현장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한 이런 분들도 포수능력을 제대로 파악한다는건 힘든일이다. 하물며 야구팬이 뭘 알아서?
타자가 삼진을 당하면 `배트 스피드가 느리다' `투수가 실점을 하면 포수 볼배합이 형편없다' 라는 말을 정말로 너무나 쉽게 한다. 그만큼 야구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기에 할수 있는 표현이지만 가만히 보면 관점의 차이를 떠나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야구팬이지 야구 전문가는 아니지 않는가.
타격과 투구의 매커니즘은 `타격 방법론'과 `피칭 방법론' 이다. 큰 그림에서 보면 단지 이렇게 표현할 뿐, 거기에서 더 들어가면 정말로 난해하고, 대입시키고, 예를 들고, 차이점을 발견하고, 특징들을 뽑아내고, 할것들이 무궁무진하다. 정말로 머리가 돌아버릴정도로 말이다.
팬들은 이런 방법론을 명확히 이해하면서 프로선수들에게 매커니즘 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그 선수 타격하는걸 몇번 봤는데 올시즌 3할 이상 기대하기가 힘들것 같다" 라는 글을 보고 쓴 웃음을 지은적이 있다. 물론 예상은 누구나 할수 있고 야구란 정답이 없는 스포츠이긴 하지만 왜 3할 이상을 기대하기가 힘든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격하는걸 몇번만 보고 그 선수의 성적을 예상한 글쓴이야말로 야구의 신(神)이 아닐까? 가끔 이런 글을 볼때마다 글쓴이 얼굴을 한번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고 하자 일주일전에 만났던 전직야구선수가 그러더라. "일부 야구팬들 신(神) 맞잖아요. 컴퓨터 앞에서만" 모두 크게 웃었지만 그순간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던 소주가 휘발유 같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사진/ 미네소타 트윈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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