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우타자보다 좌타자가 유리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희소성' 과 `1루 베이스까지의 거리' 는 야구에 있어 절대적인 유리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좌타자는 특화된 포지션 밖에 들어갈곳이 없기 때문에 좌타자의 성공확률을 낮게 보던 시절도 있었다. 좌타자가 수비할수 있는 곳은 내야포지션중 1루 밖에 없으니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그런데 야구의 기술적인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뤄진 1990년대 중반(국내야구로 한정)부터는 같은 값이면 우타자보다 좌타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프로야구의 젖줄이라고 할수 있는 아마 야구, 더 밑으로 내려가면 유소년 야구에서도 방망이에 재능이 있는 꼬마선수가 나타나면 오른손잡이인데도 좌타자를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본래 왼손잡이인 선수를 우타자로 전환하는 사례는 거의 없지만 우투좌타인 선수는 이젠 쉽게 찾아볼수 있을 정도이며 성공한 선수들도 꽤 많다. 원래 왼손잡이였던 선수를 우타자로 전환해 한시대를 풍미한 선수는 현재까지 이종범(KIA)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더 있으면 댓글로)
우선 좌타자가 주는 희소성의 무서움을 타이틀 홀더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미국이나 우리나라에 비해 아직까지도 `타율(Average)'에 대한 가치를 여타의 것들보다 중요시 하는 일본에서 좌타자의 득세는 지금까지도 유효한 편이다. 일본 퍼시픽리그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1년연속 타율 1위를 모두 좌타자들이 차지했다. 이기간중 스즈키 이치로(7년연속 1위)가 포함돼 있기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고 할지 모르지만 2005년 우타자 와다 카즈히로(현 주니치, 당시 세이부)가 타율왕에 오른 후 2006년에는 좌타자 마츠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와 2007년 역시 좌타자인 이나바 아츠노리(니혼햄)가 또다시 타율 1위에 등극하며 원점으로 돌아왔다. 2008년 이부문 1위였던 릭 쇼트(우타자-라쿠텐)는 외국인 타자라 제외하면 작년시즌 타율 1위인 우타자 츠치야 텟페이(라쿠텐)의 타이틀 획득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해주고 싶다.
센트럴리그라 해도 별반 다를게 없다. 2000년에 타율왕을 차지한 킨죠 타츠히코(요코하마,한국명-김용언)는 스위치타자이기에 제외시키더라도 이후 2001년 마쓰이 히데키(좌타자-에인절스)와 2002년 후쿠도메 코스케(좌타자-컵스)가 연이어 이부문 1위에 올랐고, 2003년 이마오카 마코토(한신)가 우타자로서 타율왕을 차지한 후 2008년 우치카와 세이치(요코하마)가 등장할때까지 연속해서 좌타자들이 이부문 타이틀홀더였다. 작년시즌 우타자인 알렉스 라미레즈(요미우리)가 타율 1위에 올라 최근 2년연속 양리그는 모두 우타자가 타율왕을 차지한 보기드문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흔치 않는 `우타자=타율왕'의 공식은 지금 일본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앞으로도 양리그에서 동시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국내야구 역시 역대로 보면 상대적으로 우타자에 비해 그 수가 적음에도 좌타자들이 타율왕에 등극한 횟수가 더 많다. 하지만 홈런왕은 이승엽(워낙 독보적이라 제외)을 제외하면 좌타자들보다 우타자들이 더 많았다. 당장 생각나는 선수만 해도 초대 홈런왕,김봉연(해태)을 위시해 이만수(삼성) 김성한(해태) 장종훈(한화) 김상호(두산) 박경완(SK) 심정수(삼성)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 김상현(KIA)뿐이다.(타이론 우즈 제외) 이 선수들중 김성한을 제외하면 빠른발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이 차이는 체격조건이 좋은 선수들을 굳이 좌타자로, 또는 스위치 타자로 돌려세워 1루까지의 거리를 좀더 가까이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 동갑내기인 우치카와와 아오키. 먼저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오키지만 지금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우치카와의 정교함이 업그레이드됐다. 향후 일본야구를 대표하는 좌-우 타자들이 아닐까?
▲ 이택근과 우치카와(요코하마) 그리고 푸홀스(세인트루이스)를 경배해야 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정교함과 장타력을 동시에 갖춘 국내최고타자 한명을 선택하라면 주저없이 김동주(두산)를 첫손에 꼽고 싶다. 타율왕은 한차례 차지했지만 홈런왕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를 선택하는 것은, 그가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선수라는 원론적인 이유에만 있는건 아니다.
야구는 운적인 요소가 다분한 스포츠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가 하면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둔갑하는 이율배반적인 운동이다. 또한 `간발의 차이'로 1루에서 아웃과 세이프가 교차해 자신의 에버리지와 출루율등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발이 느린, 더군다나 김동주와 같은 우타자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택근(LG)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서 한국대표팀 외야라인업을 보면 좌타자들의 천국이었다. 이종욱,이용규,김현수는 물론 작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때의 추신수도 좌타자다. 더 과거로 가면 이병규,장성호,정수근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택근은 우타자임에도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다. 다른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택근의 국가대표 승선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비록 지금까지 열린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주전으로서의 역할은 미흡했지만 향후 좌익수 한자리는 이택근이 맡아줘야 좀 더 짜임새 있는 라인업이 완성될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른 외야수와는 달리 좌익수는 외야라인 밖으로 오는 파울플라이를 처리할때 좌타자(좌투)보다는 우투가 그 유리함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왼손으로 송구하는 좌익수는 좌측 파울플라이를 잡고난 후 스텝의 전환 -몸을 반바퀴 돌려서 송구해야- 하지만 오른손으로 송구하는 좌익수는 달려가는 탄력을 이용함은 물론 몸을 돌릴 필요가 없다)
일본의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를 가르켜 현역 최고의 교타자라고 하지만 그는 좌타자다.
또한 그는 굉장히 빠른발까지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우타자보다는 에버리지 측면에서 이득을 보는게 많다.
이러한 것을 대입하면 우치카와(요코하마)가 타격의 본질적인 기술과 원론적인 매커닉(Machanic)이 더 뛰어난 타자가 아닐까 싶다. 야구는 좌투수보다 우투수가 더 많으며 그럼으로 인해 투수의 공에 반응하는 첫 시발점이 좌,우타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한 우투수 잠수함이나 사이드암에 비해 좌완 잠수함, 사이드암 투수가 거의 없다는 사실도 좌타자가 우타자에 비해 얼마나 큰 이익을 먼저 안고 타석에 서는지를 알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알버트 푸홀스나 라이언 브론(밀워키)과 같은 선수들도 이러한 것들을 대입하면 지금 받고 있는 찬사에 그 무언가를 첨가해 더욱 돋보임을 강조 받아할 선수들이다.
베이비 루스나 테드 윌리암스 그리고 배리 본즈와 같은 위대한 선수들은 좌타자였다.
얼마전 술자리에서 왜 푸홀스가 위대한 타자라는 것에 대한 토론을 한적이 있는데 필자는 그 첫번째 이유를 그가 우타자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바 있다. 브론 역시 마찬가지다. 굳이 과거의 선수들을 끄집어낼 필요 없이 우타자는 좌타자들에 비해 보여주고 있는 모습 그 자체 이상의 평가를 반드시 받아야할 이유가 있고 야구가 지닌 특성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초등학생이었던 1980년대에 해설자들은 이러한 멘트를 자주 하곤 했다. "발이 느린 이만수의 안타가 진정한 안타다" "장채근이 때린 모든 안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클린히트(Clean hit)다" 라고. 하지만 좌타자에게 이러한(발이 느리더라도) 표현을 한 전문해설자의 말은 들어본적이 없다.
사진/ 두산 베어스 & 일본야구기구, 산스포닷컴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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