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를 즐기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타자는 누구일까.
각자 응원하는 팀이 다른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아마도 매니 라미레스 정도라면 충분히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라는 수식어에 대부분 동의 할것이다.
보스턴 우승의 한을 풀어준 선수이자 메사추세츠 지역 팬들의 영웅이었으며 실력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로 유명한 그는 분명 팬들이 좋아할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다. 통산 성적은 물론 찬스에 강한 그의 스타일 역시 인기상승에 한몫을 하고 있으며 야구를 하기 싫어하는듯 보여도 할건 다하는 그의 플레이가 팬들의 기호(?)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거쳐 보스턴 레드삭스 그리고 얼마전 우리의 박찬호가 소속되어 있는 LA 다저스로 이적한 라미레스는 몇년동안 계속된 다저스의 4번타자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고 있다.
비록 작년시즌에는 100게임 동안 20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는데 그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큰 경기의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낯설지 않는 명불허전 그대로의 활약을 펼쳤다.
 
통산 2,082 경기(9월 5일 현재)에 출전해 그가 올린 타점이 무려 1,701개다. 클리블랜드 시절인 1999년에는 147경기만을 출장하고도 게임당 1점이 넘는 165타점을 기록한적도 있다. 괴짜의 이미지 만큼이나 엄청난 클러치 능력이라고 밖에 볼수 없는 성적이다. 물론 타자의 득점과 타점은 팀의 선수구성 그리고 팀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면이 있긴 하다. 강타자들이 즐비한 팀이라면 그만큼 타점을 올릴 기회도 많을 뿐만 아니라  상대하는 투수가 피해가기도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미레스의 타점 추이를 보면 이러한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막강한 이미지를 팬들에게 심어준 선수다. 다른 부분은 차치 하더라도 `타점 생산 능력' 만큼은 현존하는 타자중 최고의 선수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듯 싶다.
 
메이저리거 16년차인 매니 라미레스의 통산성적이 타율 .314 홈런 520개 출루율 .410 장타율 .592 다.
그럼 라미레스는 타격의 어떠한 부분에 장점이 있길래 이처럼 오랫동안 아름다운 기록을 만들어 갈수 있었을까. 이번 Batting Theory 88번째 시간은 지난 시간에 약속한대로 `타점 머쉰' 매니 라미레스가 주인공이다.
 
야구에서 에버리지(AVG)형 타자 그리고 그레이트(Great) 히터형 타자는 배트의 그립을 잡는 모양새 그리고 배트의 무게및 배트 그 자체의 생김새도 각기 차이가 있다.
또한 타격동작의 다름도 이와 관련이 아주 깊다. 다소 복잡하지만 라미레스의 타격의 비밀을 시작하기전에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먼저하고 들어가야 한다. 오늘 글의 핵심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 전형적인 라이너 히터인 이치로의 타격동작 ]
 
에버리지형 타자의 전형이라고 할수 있는 매리너스의 이치로는 스트라이드를 길게 내딛는 타자다. 또한 내딛는 거리만큼 체중을 직선으로 이동해 배팅을 한다. 공을 맞추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타격을 하는 타자다.
이런 유형의 타자는 타자자신의 시선 즉 공이 오는 방향의 어느부분을 점으로 찍어서 배팅을 하는게 아니라 선을 그리며 자신의 배팅공간 앞에 놓고 타격을 한다.
 
이와 반대개념의 선수로는 켄 그리피 주니어 그리고 알버트 푸홀스를 예로 들수 있는데 켄 그리피는 스트라이드를 짧게 하지만 푸홀스는 하지 않는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것은 스트라이드 유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므로 패스하고 이야기 하자면 이 선수들은 자신의 배팅공간을 미리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강력한 파워배팅을 한다. 즉 타자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을 가격할때 체중을 지나치게 앞으로 이동하지 않고 자신의 미트포인트 지점에서 점을 찍어놓고 배팅을 한다는 말이다.
 
야구의 교과서적인(거듭 말하지만 필자는 야구에서 교과서적이란 말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측면에서 국내 선수중 예로 들자면 LG 트윈스의 이대형은 자신의 배팅공간 이상을 넘어서 히팅 존 앞으로 날아오는 공의 선을 보고 타격을 한다. 흔하게 말하는 공을 받혀 놓고 친다는 선수와는 전혀 다른 배팅개념이다.
이런 타격성향을 가진 타자들에게 장타를 기대하기란 힘들다. 또한 지나친 체중이동으로 인해 떨어지는 변화구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질수 밖에 없다. 공을 때리는 타점 지역을 점으로 보지 않고 선으로 보면서 타격을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치로는 손목+배트 컨트롤과 투수의 유형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므로 오랫동안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대형은 쉽지가 않다.
 
자 그러면 라미레스는 어떻게 히팅포인트 지점에서 컨택트를 할까.
 

[매니 라미레스 타격연속동작]
 
보스턴 시절 라이벌 팀답게 양쪽 팬들의 선수사랑으로 비교가 됐던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라미레스는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타격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에이 로드는 앞다리를 대각선으로 높이들면서 처음 스탠스보다 대략 한족장 앞으로 앞발을 딛는데 반해 라미레스는 거의 수직으로 다리를 들었다가 처음 스탠스상태의 앞발 위치보다 반족장 정도 내딛으면서 배팅타이밍을 잡는다. 오늘 글을 주제가 이 두선수를 비교하는 시간이 아니므로 이쯤에서 각설하고..
 
라미레스의 히팅지점까지 타격 동작을 보면 앞다리와 뒷다리의 공간이 여타의 슬러거들에 비해 보폭이 좁은 편이다. 그건 이유가 있다.
글 본문에서 잠시 이야기 했던 켄 그리피나 푸홀스는 히팅순간까지 하체의 보폭이 굉장히 넓다.(물론 푸홀스는 처음 스탠스 자체가 넓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배팅존의 점을 그리며 파워배팅을 할수 있지만 라미레스는 선과 점의 개념으로 모두 염두에 둔 타격을 하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위에서 언급했던 이치로와 같은 유형의 타자들인 선의 개념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난 시간에 잠시 언급했던 라미레스의 배트스타트 부분을 언급하면 이해가 빠를것이다.
지금 일본프로야구 롯데 치바 마린스 감독을 맡고 있는 바비 발렌타인 감독은 과거 타격에 대한 강좌를 하는 시간에 라미레스와 관련해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매니 라미레스는 배트스피드가 빠른 타자가 아니다. 라미레스는 배트스피드가 빠른게 아니라 배트스타트(Swing Start)가 여타의 선수들에 비해 빨리 출발하므로 배트스피드가 빠르게 보인다.'
 
라미레스는 스트라이드 보폭이 짧은 타자다. 지나친 라이너 유형으로 체중을 이동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히팅포인트 지점은 상당히 앞쪽에서 이루어진다. 위의 이미지 파일에서도 보이다시피 그의 임펙트 지점은 이치로의 그것처럼 앞쪽에서 컨택트가 되는 것을 볼수 있다.
날아오는 공을 선의 개념으로 히팅포인트를 형성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배트스타트가 빠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건 히팅포인트 지점의 개념에서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스트라이드 시 체중의 움직임(로드포지션= 체중 적재)에서 런치포지션(적재된 체중 앞으로 발사)으로 이동하는 순간은 스트라이드를 하는 여타의 슬러거들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복잡하지 않고 아주 간결한 타격의 일련과정이 이루어지므로 상체가 흔들림이 없어 중심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비록 여타의 슬러거들에 비해 히팅지점은 다르지만 공을 받혀 놓고 친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의 간결한 타격폼 만큼이나 배트스타트 부분의 장점도 한몫을 한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다리를 들어 스트라이드를 하는 타자들은 투수의 공이 투수 손에서 떠남과 동시에 스트라이드를 시작해서 공이 타자와 투수의 거리 중간쯤이 오기전에 스트라이드를 끝맞쳐야 한다. 그렇지 않을경우 배트 스타트가 느려지게 되어 공을 맞추더라도 배트가 밀리게 된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와 상대한다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할것이다. 라미레스는 여타의 슬러거들에 비해 이부분에서 굉장한 장점이 있는 타자다.
 
히팅이 되는 순간 히팅지점이 앞에서 이루어지더라도 홈런을 때려낼수 있는것은 위의 파일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시선은 앞으로 고개를 숙이듯이 공을 응시하며 배팅파워를 완전히 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목 활용도 굉장히 뛰어난 장점인데 활로스로우(follow through) 시 뒷손을 놓기 전까지 손목을 되감는(롤링) 파워가 빠르면서도 강하다. 마치 젖은 빨래를 쥐어 짜듯 강하게 돌려버린다. 이 모든것을 자신만의 타격으로 만든 라미레스의 위대함이 엿보인다.
 
선수들의 타격, 더군다나 위대한 대타자들의 타격은 솔직히 분석할것이 없다. 다만 각기 다른 신체조건만큼이나 워낙 개성들이 뚜렷한 선수들이 즐비하기에 특성을 뽑아내는 역할만 할뿐이다. 물론 필자가 예전에 앤드류 존스는 엄청난 추락을 할거라고 예상했던 타격분석 글은 이전과 달라진 타격폼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그냥 이야기 하듯이 라미레스의 타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하나! 둘~! 셋!!' 이란 보편적인 배팅타이밍을 잡는 것이 아닌 그냥 `헛! 딱!!' 이다. 그만큼 라미레스의 배트스타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빠르며 타격폼 역시 간결하면서도 파워가 넘쳐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항상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라미레스는 이상태로만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은퇴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것이 확실하다. 도루를 성공시키고도 파울인줄 알고 1루로 돌아가다 어이없이 죽는 일때문에 심리치료까지 받았다는 소문도 있지만 어찌됐던 라미레스는 그 존재 가치로만 평가해도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다. 인기와 실력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의 매니 라미레스가 이제 해야 할일은 다저스를 우승으로 이끄는 일이다. 1988년 이후 아직 우승트로피가 없는 다저스를 우리의 박찬호와 함께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일본야구기구,   ESPN.com
 
*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제글의 제목과 글쓴이가 바뀌어져 있는 카페나 블로그를 볼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이글은 윤석구의 야구세상 에서 쓴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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