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가 키시 타카유키와 히라오 히로시를 앞세워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4 : 1로 격파하고, 일본시리즈 챔피언의 향방을 마지막 7차전까지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5차전에서 9회에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클로저인 마크 크룬에게 홈런을 쳤던 히라오 히로시는 1회초 2사 만루에서 주자일소 2루타를 친데 이어서, 3 : 1로 쫓기던 5회에는 솔로 홈런을 치면서 혼자서 4타점을 올렸다. 타선에서 히라오 히로시가 원맨쇼를 펼쳤다면, 마운드에서는 4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두었던 키시 타카유키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강타선을 완전히 농락하였다.
1회부터 4회까지 선두 타자가 출루한 요미우리는 2회에 무사 1, 3루에서 카메이 요시유키의 2루타로 1점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2회에 1점을 만회한 후에 계속된 무사 2, 3루와 4, 8, 9회의 1사 1, 3루에서 득점타가 나오지 않은 것이 요미우리 자이언츠로서는 뼈아팠다.
역대 일본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간 경우는 17번 있었는데(1차전 무승부로 8차전까지 간 1986년은 제외), 그 중에서 2승 3패로 뒤지다가 2연승을 거둔 경우는 9번 있었다.
(본 포스팅은 2008 일본 프로야구 일본시리즈를 맞이해서 [윤석구의 야구세상( http://blog.daum.net/rocker69 )]과 [YAGOORA( http://yagoo.tistory.com/ )]가 공동 기획한 것으로, 전반부는 선수들의 활약상 등에 대한 간단한 멘트가, 후반부에는 경기에 관해 서로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포스팅을 기획한 주된 이유는 일본 프로야구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정보의 제공과 다양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있다.)


야구라 - 말할 필요도 없이 타선에서는 히라오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1회 1사 만루에서 고토가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또 한번 득점력 빈곤을 보일 것 같은 장면에서 3타점 2루타를 날렸다. 또한, 3 : 1로 추격을 당하던 5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서서 솔로 홈런을 치면서, 추가 득점을 올린 장면이 사실상 이 경기의 맥이었다. 사실 1회초에 친 2루타의 경우에는 요미우리의 좌익수가 라미레즈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었다. 하지만, 2, 3, 4회는 물론이고, 5회에 히라오의 홈런 후에 잡은 1사 1, 3루에서 단 한점도 뽑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옆구리 통증 속에서도 선발 출장을 강행한 나카지마나 삼진 대신에 사사구 3개를 얻은 나카무라, 히라오와 함께 3안타를 기록한 사토 등도 승리의 수훈갑이었다.

윤석구 - 요미우리는 이날 경기에서 3번의 대량득점 찬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 3번의 황금찬스에서 고작 1득점을 올리는데 그쳐 팀 패배의 결정타를 제공한다. 2회말 라미레즈-이승엽의 연속안타 이후 카메이의 2루타로 1점을 뽑았으나 이어진 무사 1,3루 찬스를 후속타 불발로 놓치면서 불운이 시작됐다. 4회말 또다시 라미레즈의 안타와 이승엽의 볼넷으로 찬스를 잡았지만 선발 호아시에 이어 등판한 키시의 구위에 눌리며 득점에 실패하는데 6차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이닝이었다. 마지막 기회였던 8회말 1사 1,3루 찬스에서는 라미레즈의 내야플라이 그리고 이승엽이 6회에 이어 또다시 삼진을 당하며 결국 1득점에 만족하고 말았다. 선발 호아시를 상대로는 해볼만 했지만 4차전에서 완봉패의 수모를 안겨준 키시가 올라온 이후에는 요란할것처럼 보였던 방망이는 이내 침묵을 지켰다. 9회말 대타 아베의 2루타와 카토의 안타가 터지긴 했지만 후속타자들이 모두 삼진을 당하며 또다시 키시의 높은 벽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야구라 - 타선에서 히라오가 있었다면, 마운드에는 키시가 있었다. 3 : 1로 앞선 4회 1사 1, 3루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키시는 사카모토와 츠루오카를 범타와 삼진을 처리하면서 단 1점도 실점하지 않았다. 8회와 9회에도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이했지만, 후속 두 타자를 범타와 삼진 등으로 처리하면서, 4차전의 완봉승에 이어서 14와 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가히 '하느님, 부처님, 이나오님, 키시님'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윤석구 - 초반부터 타카하시의 공이 좋지 않았다.1회초 쿠리야마의 안타 이후 나카지마와 나카무라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리더니 결국 이날 경기의 히어로인 세이부의 6번 히라오에게 좌중간 싹쓸이 2루타로 3점을 헌납했다. 니시무라는 시리즈 초반에 비해 확실히 힘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5회초 선두타자 히라오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는데 그 공은 그냥 홈런을 치라고 던져준 공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제구력은 물론 공 자체에 힘이 없었다. 타선의 역전을 기대하며 올린 야마구치는 본연의 역할은 완수 했지만 결국 경기초반에 실점을 허용했던 투수진들의 난조로 빛바랜 호투에 그치고 말았다.

▶ 하느님, 부처님, 히라오님, 키시님
야구라 - 이번 일본시리즈가 경기내용은 좋지 않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 3승 3패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 이젠 정말로 단 한경기 뿐이다. 6차전에서 세이부가 승리한 이유는 팀이 올린 4점을 모두 쓸어담은 히라오의 활약과 키시의 완벽투에 있었다.
윤석구 - 그렇다. 요미우리로서는 타카하시의 초반 3실점이 결정적인 패배의 원인이었다. 이번 시리즈에 들어서 세이부의 타선은 홈런이 아닌 연속 안타로 득점을 뽑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1회초에 연속 안타로 인한 득점이 나왔다. 요미우리의 입장에서 1회초 3실점은 극복하기 힘든 점수였다.
야구라 - 초반 3점을 안고 시작한 세이부의 입장에서는 2회말 위기에서 1점만 허용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 분위기는 분명히 대량실점의 흐름이었다. 결국 찬스를 살린 세이부와 그렇지 못한 요미우리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고 본다.
윤석구 - 이승엽 이야기를 하지 않을수가 없는데 첫타석에서 안타를 치긴 했지만 4차전에서 3번의 삼진을 당했던 키시에게 또다시 2번의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비록 리그는 다르지만 거의 천적이라고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는 완패이다. 솔직히 경기 전 6차전 선발 오더를 보고 깜짝 놀랬다. 이승엽이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지 못할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지명타자제가 없는 센트럴리그 룰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아베가 부상으로 수비를 못하니 어쩔수 없이 빠지게 됐다. 솔직히 타니가 5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줄 알았다.
야구라 - 이승엽이 8회말에 드라마를 한번 쓸 줄 알았다. 원래 위기상황에서 해결하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난 타자가 아닌가. 3점을 뒤지고 있던 8회에 기회가 왔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루킹 삼진이었다. 5번자리에 타니가 나올 것이라고 본 윤석구님의 예상이 결과적으로 빗나갔지만, 키시의 공을 생각한다면 타니가 선발로 나왔더라도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윤석구 - 이승엽이 머리 싸움에서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8회말에 삼진을 당한 마지막 공 이전에 몸쪽 높은 직구가 들어왔는데 그냥 지나쳤다.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지점은 약간 안쪽 코스의 높은 공이었는데 이승엽이 타격을 했다면 배트에 맞는 지점은 가운데로 형성되는 공이었다. 그걸 노리고 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 공을 놓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라는 아쉬운 탄성이 흘러 나왔다.
야구라 - 이승엽이 이번 시리즈에서 전체적으로 부진한 건 맞지만, 컨디션이 살아날 때가 됐음에도 그 부진이 이어진 것은 키시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4차전에서 이승엽을 요리하는 장면에서는 전혀 대응책을 찾을수 없을 만큼 그야말로 천적 같은 투수가 아니었나 싶다.
윤석구 - 키시는 정말로 무서운 투수다. 지난 4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완봉승을 거뒀기 때문에 로테이션상 7차전에 선발 등판할 걸로 예상했지만 와타나베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야구라 - 세이부의 입장에서는 6차전에서 패하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7차전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선발 호아시를 빨리 내린 것도 어찌됐던 꼭 잡아야 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좌타자 몸쪽에서 떨어지는 커브볼과 바깥쪽 꽉찬 직구 제구력에 요미우리 타자들이 전혀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요미우리는 1회부터 4회까지 매이닝 선두타자가 출루했지만 고작 1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때 3~4점 정도 뽑았다면 키시의 등판은 없었을 것이다.
▶ Again 1983 vs '승짱'의 부활
윤석구 -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키시를 상대로 한 요미우리 타선은 지독한 '변비 환자'였다. 선발투수 못지 않게 5.2이닝을 던진 키시에게 6차전을 패한 것이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한다. 7차전에서 키시와 상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 향방은 바로 이 점에 있다고 본다.
야구라 - 그래도 7차전에서 1이닝 정도는 나와서 던질것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니 투수력만 놓고 봤을때는 키시를 써버린 세이부보다는 요미우리가 더 유리할수도 있다. 하지만 7차전은 선발투수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총력전이다. 에이스 와쿠이도 분명 모습을 들어낼 것으로 본다.
윤석구 - 그렇게 따지면 요미우리도 마찬가지다. 우츠미가 선발로 등판할 것이 확실한데, 경우에 따라서는 5차전 선발투수였던 우에하라도 투입될 수 있다. 세이부에게 약한 그레이싱어와 오늘 선발투수였던 타카하시를 제외하곤 투수전원이 대기상태일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오늘 경기에서 '믿을맨' 오치를 아꼈다는 점이다.
야구라 - 아마 7차전에서 세이부의 선발은 니시구치와 이시이 중에 한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니시구치를 선발로 등판시키고 이시이를 불펜으로 기용했으면 한다. 요미우리에 비해 불펜이 약한 세이부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좌완 투수를 불펜에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윤석구 - 이승엽의 이야기로 마지막 정리를 하자. 작년 시즌에 요미우리가 주니치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일본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자 야쿠르트의 라미레즈와 요코하마의 크룬 등을 데리고 왔다. 당시 와타나베 회장이 불같이 진노한 것도 부진했던 이승엽에 대한 우회적인 비난이었다. 요미우리가 7차전을 승리해서 우승을 차지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세이부가 우승한다면 또다시 희생양은 이승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말 걱정스러운 부분이 아닐수 없다.
야구라 - 이승엽이 이대로 부진한 채로 시리즈를 끝내더라도, 그의 몸값을 생각하면, 다른 팀으로 갈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 하지만 팀내 입지는 물론 쏟아지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컨디션이 안좋아 보이는데, 최소한 요미우리가 7차전에서 승리하면서 우승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다면 이승엽의 부진도 그렇게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승만 한다면 살생부 등으로 요미우리가 내홍을 겪을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개인적으로 세이부를 응원하고 있지만, 이승엽이라는 이름 석자에 어울리는 활약을 7차전에서는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석구 - 하라 감독이 이승엽을 얼마나 아끼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냉정하게 말해서 오늘 경기에 이승엽이 선발 라인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젠 이승엽이 하라 감독에게 보답할 차례이다. 7차전에서 어떻게든 기대에 부응해야 할 상황이다. 박빙의 흐름에서,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서 '승짱'의 한방이 나와서 그가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말이 나와야만 한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금까지의 부진은 잊혀지지 않겠는가. 7차전에서 양 팀의 멋진 승부, 그리고 이승엽의 한방을 고대한다.
By 윤석구의 야구세상( http://blog.daum.net/rocker69 ) & 야구라( http://yagoo.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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