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류현진(한화)의 모습이라면 일본에서 군침을 흘릴만한 요소를 충족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마찬가지로 올 시즌 이대호(롯데)의 경이적인 타격페이스는 일본야구에서 외면할 이유가 없다.
류현진이야 본인 스스로도 일본을 거쳐 빅리그에 도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고, 실제로 류현진을 탐내는 구단도 있다.
아직 류현진에겐 해외진출 기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타자가 아닌 투수라는 이점이 있에 때가 되면 그의 염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포지션 플레이어 즉, 야수들은 일본내 12개 구단의 팀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제반사항이 뒤따르기에 투수보다는 제한적이다. 그리고 실력 외적인 운때도 맞아 떨어져야 한다.
김태균(지바 롯데)이 일본야구로 뛰어들수 있었던 것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의 맹활약 때문이었다. 사실 일본에선 이전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 즉, 2008년까지만 해도 이대호가 훨씬 더 유명(?)한 한국타자였다. 올림픽을 통해 이대호의 모습을 충분히 관찰했음은 물론 일본에선 좀처럼 보기드문 체격조건까지, 한마디로 이대호는 어딜가나 튈수밖에 없는 타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호보다 먼저 FA 된 김태균은 지금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대호는 2011년까지 한국에서 뛰어야 FA 자격이 된다. 벌써부터 이대호의 일본진출을 논한다는게 우스운 일일수도 있지만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태균의 일본진출은 이대호 입장에서 보면 뿌리칠수 없는 자극제라는건 사실이다.
김태균의 WBC 활약은 분명 그가 해외진출을 함에 있어 유리한 여건을 만든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김태균의 지바 롯데행이 이뤄졌다고 할순 없다. 그것은 김태균 역시 시기적절한 “운때”가 맞물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해를 끝으로 지바 롯데는 외국인 감독인 바비 발렌타인이 물러났다. 대신 발렌타인 감독시절 수석코치였던 니시무라 노리후미가 감독직에 올랐는데, 니시무라는 현역생활은 물론 코치와 감독까지 오로지 한팀에서만 몸담은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할수 있다. 일단 김태균은 지바 롯데의 감독교체가 그의 FA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이 그에게 찾아온 첫번째 행운이다.
왜냐하면 니시무라 감독이 진단한 지바 롯데의 가장 문제점은 4번타자의 부재라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바 롯데의 4번타자는 올해처럼 특정선수의 차지가 아니었다. 전반기때는 이구치 타다히토와 오무라 사부로, 그리고 오마츠 쇼이츠가 번갈아 가며 4번타순에 들어섰는데, 실질적으론 미국에서 유턴한 이구치 몫이었다.
하지만 이구치는 후반기들어 급격한 타격페이스 하락을 보이며 4번타순에 들어서는 경기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오마츠가 4번타자로 시즌 끝까지 경기에 투입됐다. 결국 이러한 팀 사정으로 인해 신임 니시무라 감독은 강력한 4번타자를 원했다. 당시 구단 수뇌부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니시무라의 김태균 사랑은 대단했다.
오마츠가 지바 롯데에 입단할 당시까지만 해도 일본야구 전문가들은 그의 타격능력을 굉장히 높이 평가했다. 심지어 오 사다하루는 “ 제2의 마츠나카(현 소프트뱅크)는 오마츠가 될것이다.” 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하지만 오마츠는 나름 제몫을 해주고는 있지만 기대했던것만큼 홈런타자의 전형은 아니다. 만약 오마츠가 전문가들의 기대치처럼 정말로 마츠나카의 재림과 같은 활약을 보여줬더라면 김태균의 지바 롯데행도 없었을 것이다. 이것 역시 김태균이 일본에 진출할수 있었던 두번째 운적인 요소에 포함된다.
또한 1루수 후쿠우라 카즈야의 나이도 팀 체질개선을 원했던 니시무라 감독의 복안과 맞물렸던 것도 김태균을 필요로 했던 이유중 하나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김태균의 지바 롯데 입단은 세가지 운적인 여건이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그렇다면 내년시즌 후 일본진출을 노리는 이대호는 어떨까? 그 역시 일본무대에 뛰어들기 위해선 실력 외적으로 어떠한 운적인 부분이 반드시 뒤따라와야 한다. 그런데 이대호에겐 이것 외에 한가지가 더 필요한게 있다. 바로 자신보다 먼저 일본땅을 밟은 김태균이 어느정도의 활약을 보여줄수 있느냐가 이대호를 선택하는 기준점이 될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는 이미 실력이 검증된 선수를 영입하는게 기본이다. 물론 요즘 일본야구가 시코쿠-규슈 아일랜드 리그와 같은 곳으로 전도유망한 어린 외국인 선수를 보내 훗날을 대비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대호와 같은 선수를 그곳으로 보냈다 나중에 써먹을 요량으로 그를 데려가는 구단은 없을 것이다.
올해 김태균은 그의 일본진출이 확정될때 예상했던만큼의 성적은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딱 그정도선이다. 비록 20홈런을 기록하곤 있지만 2할 6푼대의 타율은 강력한 4번타자를 원했던 지바 롯데의 기대와는 동떨어진다. 일전에도 이야기한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내년시즌이야말로 김태균의 실력여부를 정확히 가늠할수 있다고 보기에 아직 그의 활약을 놓고 왈가왈부 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한 시즌 경험(일본 특유의 여름철 무더위나 장거리 이동에 따른 것들의 경험)을 바탕삼아 내년에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냐에 김태균 자신의 성공유무 뿐만 아니라 이대호의 일본진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뜻이다. 혹여 김태균이 내년시즌 기대치에 밑도는 활약을 하게 되면 ‘ 김태균이 실패했기에 이대호도 마찬가지 ’ 라는 인식을 일본야구에 심어줄수도 있다.
이것은 김태균의 불행이자 이대호의 불행이기도 하다.
한가지 다행인점은 비록 내년시즌이 남아 있긴 하지만, 1루수 거포가 필요한 구단이 보인다는 점이다. 일단 돈 많은 요미우리 자이언츠라면 이대호를 노려볼만 하다.(개인적으로 요미우리 가는걸 반대하지만) 올해로 이승엽과 계약 기간이 끝나는 요미우리가 이승엽을 잡을 확률은 털끝만큼도 안된다.
요미우리는 올해도 그렇지만 내년에도 마땅한 1루수(거포)가 없는 실정이다. 한가지 추론적인 시나리오는 주로 3루수로 투입되고 있는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오가사와라도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된다.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다.)를 1루수로 돌리고 신인 오타 타이시가 그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2012년이 되면 오가사와라의 나이는 40살(한국나이)이 된다. 필자의 생각이지만, 요미우리가 최근 몇년간의 행보처럼 미래지향적인 구단 운영(돈으로 싹쓸이 하지 않는)을 한다면 이대호에게 눈길을 줄것은 확실하다고 보는 편이다.
돈이라면 남부럽지 않을 소프트뱅크 호크스 역시 이대호의 일본진출해가 되는 2012년쯤엔 1루수 자원이 필요하다. 올 시즌 현재 이팀의 1루수는 베테랑 코쿠보 히로키. 코쿠보 역시 2012년이면 42살이 된다. 이젠 나이때문에 해마다 장타력이 감소하고 있는 코쿠보는 아마도 소프트뱅크가 세대교체를 단행한다면 그가 첫번째 타켓이 될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한다면 그 어떤 구단보다 그의 영입에 적극적일 팀으로 소프트뱅크를 꼽고 싶다.
하지만 이러한 각 구단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덧붙여 이대호가 보다 쉽게 일본진출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김태균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이대호의 미래는 김태균이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최근 김태균은 확실히 전반기보다 못한 모습이다. 너무 섣부르게 그를 평가하는 것도, 그리고 너무 쉽게 일본야구를 재단하는것도 올바른 모습들이 아니다. 다만 지난해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 그의 일본진출 확정 소식에 ‘김태균의 어깨에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훗날 뒤를 이을 후배들의 몫까지 걸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라고 언급했듯 이젠 정말로 김태균 혼자만의 성공유무에만 국한된게 아닌 상황이 됐다.
사진/ 지바 롯데 마린스 & 롯데 자이언츠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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