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이범호의 페이스가 무섭다.
현재(25일 기준)까지 이범호의 성적은 타점 1위(24개), 홈런 공동1위(4개), 최다안타 공동 4위(23개)다. 찬스가 오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의 타점본능은 공포감마저 들 정도다. 이 정도면 KIA는 ‘신의 한수’라 일컬을 정도의 선수보강을 한 셈이다.

KIA는 10년간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장성호(한화)가 떠난 후 3번타자감을 찾지 못해 늘 고민했었다. 나지완을 비롯, 여러명의 선수들을 돌려서 써봤지만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지난해 오프시즌에서 일본에서의 거취가 불투명했던 이범호를 잡는데 성공한다.


최근 이범호의 맹타는 소속팀 KIA 입장에선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일부에서 제기 되고 있는 한-일 야구의 수준차이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일본에서 주로 2군에만 있었던 이범호가 올 시즌 국내로 복귀하자 말자 이러한 활약을 한다는 것이 한일 야구 수준차이의 바로미터가 될수 없다는 뜻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범호 정도(?)가 양국가의 야구수준을 판가름 할 정도의 기준점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해 이범호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48경기에 출전한게 전부였다.
타율 .226(124타수 28안타) 홈런4개, 타점은 8개에 불과했다.
10년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며 통산 타율 .265 그리고 한 시즌 평균 16개의 홈런을 쳤던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작 일본에서의 48경기(대타로 출전한 경기 포함)를 뛴 선수를 놓고 한일 양국의 야구수준을 운운하는건 말이 안된다. 애초에 이범호는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지 않았어야 할, 조금 더 서운하게 말하면 일본무대를 노크할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가 아니었다.


이범호의 일본진출은 어떻게 보면 상당한 운이 따른 요소들이 다분했다.

전년도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의 활약, 그리고 지난해 소프트뱅크가 처해 현실을 감안하면 ‘천운’이 따랐다는게 더 맞는 표현이다.

이범호는 소프트뱅크에서 ‘보험용’ 선수였다. 보험용 선수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한 것, 즉 주전선수들이 부상을 당했거나 전년도에 부상으로 이탈했던 선수들의 페이스 늦춰질 것을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포석에 불과했던 선수라는 뜻이다. 만약 일본이 우리처럼 외국인 선수 보유제한 쿼터가 2장뿐이었다면 이범호의 일본진출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범호가 소프트뱅크에 입단했을 당시 얼만큼 운때가 맞아 떨어졌는지를 살펴보면 입이 다물어 지지 않을 정도다. 소프트뱅크에는 마츠다 노부히로라는 수준급의 3루수가 있다. 오 사다하루 전 감독이 사령탑에 있을때 입단한 선수로 수비력은 떨어지지만 전도유망한 선수로 분류, 전폭적으로 그의 성장을 위해 밀어줬다.
하지만 마츠다는 2009년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또한 내야와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외국인 타자 호세 오티즈는 장타력은 뛰어나지만 내야수비만큼은 안심하고 맡길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 역시 수비보다는 타격에서 더 지향점을 찾는 선수였고 3루보다는 외야수로 서있을때가 더 돋보인 선수다. 여기에다가 소프트뱅크의 주포인 마츠나카 노부히코가 무릎수술을 받았던 것도 컸다. 마츠나카는 2009 시즌이 끝나자 말자 곧바로 수술을 받고 2010년을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회복이 늦어져 그해 동계훈련을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이범호는 소프트뱅크의 불안한 포지션(3루와 지명타자)을 대비하기 위한 보험용 이상의 의미가 없는 영입이었다. 하지만 그 보험의 만기기간도 지난해 5월말을 끝으로 소리소문(?) 없이 계약이 끝나버렸다. 소프트뱅크가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데려왔기 때문이다.

이후 이범호는 자연스럽게 2군으로 내려갔고 시즌 중반 이후부터는 거의 2군에서만 뛰다 일본생활을 종료했다.


혹자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 2군에서 뛴 선수가 국내로 복귀하자 말자 맹활약을 하는 것을 두고 양 국가의 야구 수준차이를 언급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준점은 1군에서 불과 48경기를 뛴 이범호가 아니라 김태균(지바 롯데)이 되어야 한다. 어차피 이범호는 국내에서 뛸 당시에도 최고와는 거리가 먼 타자였다. 김태균이 일본에서 어떠한 성적을 남기느냐가 보다 현실성 있는 한일야구의 수준차를 점검해볼수 있는 기준점이 아닐까?



그것은 여러가지 미래지향적인 것들도 포함돼 있어서다.

이범호가 일본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일본프로야구 구단들이 한국의 톱클래스 수준의 선수들을 등한시 할리는 없다. 어차피 이범호는 톱클래스와는 거리가 먼 선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김태균의 성공유무가 향후 있을 국내 선수들의 일본진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내시절 거의 무결점 타자라는 소릴 들었던 김태균이 만약 일본에서 실패를 한다면 훗날 일본진출을 노리고 있는 국내 선수들에 대한 일본내 인식은 시들어져 버릴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글을 끝마치며 문득 들었던 생각은 이범호에 대한 이러한 언급을 한다는것 자체가 아직도 한일 양국의 수준차이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꼴이다. 70년이 넘은 일본프로야구 역사, 그리고 30년의 한국프로야구.
어쩌면 이 차이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 KIA 타이거즈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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