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라이언킹’ 이라고 수식어를 붙이는게 어울릴법 하다.
이승엽(35)이 8년동안의 일본생활을 마치고 4일 귀국했다. 이승엽의 국내복귀가 이슈의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없는 동안 진정한 홈런타자의 출현이 거의 없었던 한국야구에 또다시 홈런 광풍이 몰아칠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아직 이승엽의 팀은 정해져 있진 않지만 내년시즌 친정팀 삼성 라이온스에서 뛰는게 확실시 된다.

이승엽은 일본진출 직전해인 2003년 56홈런을 기록한바 있다.
비록 리그 수준은 달랐지만 ‘아시아의 홈런왕’이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8년을 뛰면서 이승엽다운 모습을 보여준 시즌은 3시즌에 불과했다.


지바 롯데 시절인 2005년에 바닷가 맞바람을 뚫고 30홈런(지바 롯데는 이승엽 이후 아직까지 30홈런 타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을 쳐냈고,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해온 첫해(2006년) 41홈런을 쏘아올린바 있다. 이듬해인 2007년에도 30홈런을 기록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딱 3년(2005-2007)이 일본에서 이승엽이 나름대로 이름값을 해낸 시기라고 볼수 있다.


이후 이승엽은 굵직한 국제대회때마다 국가대표로 참가해 합법적 병역 브로커 역할을 했지만 일본에선 실패의 연속이었다. 개인적으로 손가락 수술 후유증(이라 쓰고 감각이라 읽는다)에 따른 문제점도 있었겠지만 그의 타격성향도 부진의 원인중 하나였다고 본다.


한국에서 이승엽은 이혜천을 비롯한 좌완 투수에게 약했다. 특히 좌투수의 바깥쪽 슬라이더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는데 이 공을 좌타자 입장에서보면 몸에 맞을것처럼 다가왔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멀리 도망가버리기에 앞쪽 어깨가 미리 오픈될수 밖에 없다.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할때도 일본의 좌완 투수에게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는데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지나친 타격폼 수정 때문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 예전에 썼던 글 참조 → → 
이승엽이 2년동안 부진했던 원인 있다 ]


타자가 타격폼을 자주 수정한다는 것은 타이밍 문제, 그리고 거기에 따른 복합적인(밸런스나, 중심이동 등)것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폼을 잃어버리면 좋았을때의 감각을 좀처럼 회복하기가 힘들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특히 이승엽은 유달리 타격폼을 자주 수정했는데 그 결과가 오랫동안 유지되는게 아닌 반짝 하고 그친 경우가 많았고(2008년 이후) 이것은 한국과는 다른 스트라이크 존도 문제였지만 특정 코스에 한번 약점을 잡히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흐트러졌다는데 그 원인을 찾을수 있다.

공을 자신의 배팅공간까지 끌어들여 공략할때는 초대형 홈런포가 시원시럽게 터졌지만 언제부터인가 자꾸 공을 마중나가서 스윙하려는 성향이 일본에서의 마지막을 부진속에 보냈던 원인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다시 돌아온 내년시즌 한국에서 어떠한 활약을 보일까.


개인적으로 30홈런은 기본으로 깔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첫번째 이유는 투수수준이다.
올해 오릭스에서 5선발 역할을 했던 투수가 니시 유키(10승, 평균자책점 3.03)다. 가정은 불필요하고 야구에서 IF는 성립되지 않지만 간접적 비교를 해보면 니시 정도의 투수가 당장 한국에서 뛴다면 선발 전력이 떨어지는 팀에선 1선발, 그리고 선발 전력이 좋은 팀에서 뛰면 2선발을 뛰어도 모자름이 없는 투수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한팀의 5선발 수준이 이정도라고 보면 전체적으로 봤을때의 투수수준이 어느정도인지를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이승엽은 이러한 리그에서 뛰었다.


두번째 이유는 포크볼이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고전했던 가장 큰 원인중 하나가 일본투수들이 위닝샷으로 즐겨사용한 포크볼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할수 있는 선수가 상대적으로 드물다.
포크볼이 단지 타자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대표구종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빠른 포심 패스트볼이 동반되지 않고선 위력이 반감될수 밖에 없다.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빠른 속구와 포크볼을 갖춘 투수가 적은 한국에선 오히려 이 포크볼을 주무기로 하는 한국투수들 역시 이승엽 입장에선 자신을 압도할수 있는 구종이 아닐수도 있다는 뜻이다.

세번째는 존을 커버하는 타격기술적인 면이다.
타격에서 존을 커버한다는 것은 자신의 히팅포인트를 하나로 설정하지 않고 다양한 존 공략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이 기준에서 보면 이승엽은 일본시절과 비교해 다른 타격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승엽의 전매특허였던 바깥쪽 존 공략(밀어쳐 넘기는)이 일본에선 먹히지 않았으나 한국에선 다시 되살아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모든 홈런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이승엽은 선으로 공을 보다 점을 앞에다 찍어놓고 스윙을 하는 타자다.

그 점을 찍기 위해 몸이 앞으로 쏠리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남아 있을뿐인데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구력,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이 다소 차이점이 있어 얼마든지 밀어쳐 담장을 넘기는 이승엽을 볼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여 이승엽이 살아났다고 말하는 것은 잡아당겨 홈런을 칠때가 아닌 밀어서 홈런을 쳐낼때다. 일본과 비교해 한단계 수준이 떨어지는 한국투수들의 공이 이승엽을 상대로 바깥쪽 존 공략에 있어 얼만큼 재미를 볼지도 미지수다.


물론 일각에선 이승엽이 한국에서 과거와 같은 활약을 하게 된다면 그만큼 일본과의 수준차이를 증명해준 꼴이기에 다소 아쉬울수도 있다는 반응이 있을줄 안다. 하지만 전체적인 야구수준은 아직 일본이 앞서 있는건 분명한 사실이다. 상위리그에서 뛰다 하위리그로 왔는데 이전(일본)보다 못한다는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간접 비교이기에 다소 무의미할수도 있지만 이병규(LG), 이범호(KIA)의 예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내년시즌 이승엽의 활약을 얼추 짐작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개인 통산 32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 부문 최다 기록을 갖고 있는 양준혁(351개)보다 27개가 모자른다. 내년 중반쯤이면 이 기록 역시 이승엽의 손으로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이승엽의 내년시즌이 기대되는 것은 홈런 기록도 기록이지만 어떠한 타격폼으로 시작할지가 더 궁금하다. 왜냐하면 과연 외다리 타격폼을 되찾을 것인가, 그리고 오픈 스탠스에서 짧게 앞발만 내딛고 칠 것인가 그리고 로드 포지션(Load Position)에서 배트 그립위치가 어디까지 올라갔다 스윙 스타트를 할것인가 등등, 일본시절과 비교될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한국에서 이승엽이라면 또다시 전설을 써내려 갈것들이 무궁무진 하다.





사진/ 연합뉴스 & 요미우리 자이언츠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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