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이제 그만 놓아줘라

MLB * NPB 2008/12/24 23:36 Posted by 윤석구

내년 3월에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 대한 말들이 많다. 대회에 참가하는 어느국가를 막론하고 선수 차출에 관한 잡음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더불어 최강국중 하나인 미국은 올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1위인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가 불참한다. 최근 불참을 선언한 선수중에는 조쉬 해밀턴(텍사스)도 포함돼 있어 타선의 무게감이 더욱더 가벼워졌다.

더 큰 문제는 투수진이다. 내년시즌부터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되는 C.C.사바시아와 A.J.버넷을 비롯해서 '샌프란시스코 특급' 팀 린스컴과 로이 할러데이(토론토), 올시즌 '철벽마무리'였던 브래드 릿지(필라델피아)마저 잇달아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비교해 타선은 밀리지만 투수력은 우위에 있다던 세간의 평가가 무색해져 버렸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미국-일본전]

아시아라운드에서 우리와 불꽃튀는 명승부전이 예약된 일본 역시 다르지 않다. 이미 주니치 드래곤스 소속선수들의 불참에 이어 올시즌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구로다 히로키를 비롯해서 마쓰이 히데키(양키스)등도 불참한다. 마쓰이의 불참은 확실한 4번타자감이 없는 일본대표팀의 또다른 고민꺼리가 됐다.
얼마전 일본 '닛칸스포츠'에 오치아이 히로미쓰(주니치 감독)의 발언이 실린적이 있다. "WBC는 의무가 아니다"라며 올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우에하라 코지(요미우리)와 같은 선수의 대표팀 은퇴를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문화를 비판했다. 우에하라를 예로 든것은 주니치 소속선수들의 대표팀 차출거부에 대한 비난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승엽이 딜레마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시리즈가 끝난후 대표팀 합류를 고사한 그의 이름이 최근 김인식 감독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문불출하며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이승엽의 입장 역시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애국심이란 보편적인 잣대를 비롯해서 희생에 덧붙여진 영웅적인 이미지 고착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의 결론은 "이승엽 개인의사 존중" 이다.

익히 많은 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이승엽이란 존재는 대한민국 모델이다. 물론 외국에서의 평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크고작은 국제대회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은 "국민타자" 라는 명칭이 전혀 부끄럽지 않는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국가"라는 단어가 선수이름 앞에 들어가면 우리는 당연히 '희생'이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아니 희생을 강요 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겠지만 '개인의사'를 무시한 '희생'은 지금 이승엽이 처한 현실을 고려할때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거기에는 각기 다른 상황을 예로 들수 있다.

올림픽 참가 결정은 개인적인 의사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승엽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역전 홈런을 터뜨리기 전까지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오죽 했으면 한참 후배인 김현수에게 잘치는 방법을 가르켜 달라는 말까지 했을까. 당시 상황을 되돌리면 이승엽이 그런 말을 했던 이유가 있다. 시즌초반인 4월 14일 처음 2군으로 내려간 이승엽은 시즌절반이 지난 7월 25일에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복귀후 세번째 경기였던 27일 야쿠르트의 가와시마에게 시즌 1호 홈런을 뽑아냈지만 1군 외국인선수 엔트리 제한(4명)으로 인해 8월 3일에 애드리안 번사이드를 대신해 다시 2군으로 내려간다. 1군 등록후 불과 9일만이었다.

이후 이승엽은 2군에 있다 올림픽 대표팀에 참가를 했는데 그의 컨디션을 봤을때 그리고 향후 팀내 입지를 고려했을때 위험한 도박이었다. 즉 타격컨디션 자체가 최악의 상황에서 올림픽을 치뤘던 것이다. 금메달이란 결과로 되돌아오긴 했지만 냉정히 봤을때 당시 이승엽의 대표팀 합류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왜냐하면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어차피 2군에 머물수 밖에(당시 상황) 없었기 때문이다. 희생의 이면에는 당시 팀 상황도 이승엽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승엽]

WBC 불참선언 역시 개인적인 의사

일본시리즈에서의 부진은 이승엽 본인에겐 크나큰 상처로 자리잡았다. 노욕인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의 불편한 심기도 이승엽 때문이다. 이러한 팀내 입지를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이승엽은 일찌감치 몸만들기 선언하며 WBC 불참을 선언했다. 위기의식을 느낀것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올시즌 41세이브를 거둔 요미우리 마무리투수 마크 크룬은 겉으로 보기엔 나무랄데 없는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다소 기복이 심한 피칭으로 인해 전문 마무리투수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때를 같이해 니혼햄에서 4년간 102세이브를 기록한 마이클 나카무라라는 선수까지 시즌후 요미우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건 뭘 뜻하겠는가? 내년시즌 팀 승리를 매조지하러 나올 투수는 크룬보다는 나카무라라는 말이다. 크룬 입장에서는 위기인 셈이다. 겉으로 들어나 있지는 않지만 크룬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게 이승엽이다. 요미우리는 아무리 비싼 선수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가차없이 벤치에 앉아 있게 하거나 타팀으로 이적시켜버리는 팀이다. 과거 선수말년시절 오치아이가 그랬으며 올시즌 후 오릭스에서 은퇴한 기요하라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이승엽이다. 비록 이승엽에겐 TV 중계권이란 약속어음이 걸려 있긴 하지만 전통과 명예를 중요시 하는 요미우리라면 혹여 내년시즌 초반 이승엽이 부진할시 가차없을 것은 자명하다. 천하의 이승엽도 앞날을 장담할수 없다는 말이다.

주목할 대목이 바로 이점이다. 지금 이승엽은 국가를 위한 대표팀 합류가 우선이 아닌 자신의 야구인생의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굳이 개인이 먼저냐, 국가가 우선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이젠 이승엽의 의사를 꼭 존중 해줘야할 이유가 생겨 버린것이다.

잘하고 있을때 대표팀 참가는 당연한 것이며 못하고 있을때 대표팀 차출거부는 욕먹을 일이 아니다.
올시즌 못하고 있을때 대표팀 참가를 했던 이승엽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대표팀을 고사했다. 이승엽도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34살이된다. 언제까지 국제대회때마다 이승엽을 부를수는 없는 일이다.

내년 2월말 최종엔트리 선발을 앞둔 일본은 이번대회에서 2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대회 2연패및 대표팀 세대교체가 바로 그것.
나카지마 히로유키를 비롯해 우치카와 세이치 같은 젊은 피를 수혈하고 있는것은 경험을 쌓는다는 측면에서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결정이다.
우리도 10년을 내다보자. 그 첫걸음이 이승엽을 놓아주는 일이다.


사진/ WBC 공식 홈페이지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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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괴벨스와 같은 인간이 있다. 다만 남자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뿐...사람들의 인지부조화가 만들어 낸 희대의 괴물이지.. 뭐 그렇다고.. KCN 야구해설위원 & 광주 MBC-R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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