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은 언제나 한국야구 팬들의 화두에 오르내리는 선수다. 그의 전성기때를 놓고 한때는 이치로와도 비교 했으며 삼성의 양준혁 역시 꼭 빠지지 않고 비교대상이 되곤 했다.
물론 지금은 태평양 건너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시즌도 빼놓지 않고 해마다 괴물같은 활약을 펼치는 이치로야 비교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아직도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이처럼 강한 임펙트를 남긴 선수가 없었다. 일본시절을 제외한 1993년-1997년 그리고 2001-2005년까지 그가 보여준 플레이는 말그대로 야구에서 보여줄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한국프로야구의 보물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 역시 세월의 무게 그리고 일본시절 팔꿈치 부상으로 인한 몸쪽 공에 대한 공포심으로 강점보다 약점이 뚜렷하게 발견되어 최근 2년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2006년- 타율 .242 1홈런, 2007년- 타율 .174 1홈런의 참담한 성적을 보이자 `이종범은 끝났다.' `후배들을 위해 스스로 용퇴를 해야 한다.' 라는 주위의 평이 있을만큼 상전벽해와 같은 상황은 물론 과거의 영광으로 먹고사는 선수쯤으로 치부돼는 아픈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그는 작년시즌 그동안 단한번도 참가하지 않았던 팀 마무리 훈련에 스스로 자청해 참가했음은 물론 `이대로 끝낼수 없다' 라는 자존심으로 괌과 미야자키를 경유하는 동계훈련동안 엄청난 양의 땀을 쏟았다.
이종범 스스로도 지금까지 겨울동안 이렇게 많은 땀을 흘린적이 없었다고 말을 할 정도.
하지만 시즌이 시작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물론 그에 대한 변명을 조금 하자면 잘 맞은 타구가 상대의 호수비로 잡혔던 장면 그리고 배팅 타이밍을 이전과는 다르게 잡아가는 모습에서 필자는 그래도 희망을 봤었다. 지금 그것이 최근 경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타율이 무려 5할이다. 물론 최근 몇경기의 활약으로 그모든것을 말한다는 것이 다소 성급할수 있으며 지나친 설레발이 될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록이 모든걸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Batting Theoy 74번째 시간은 최근 이종범의 변화된 모습을 이야기할까 한다. 그럼 이종범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1)엉덩이 리듬. 타격은 타이밍 싸움이다.
이종범의 전성기시절 타격폼은 배터박스 안쪽으로 다가서서 매우 공격적인 타격을 하는 선수였다. 지금처럼 상체가 업라이트(꼿꼿이 세우는)형이 되는 폼이 아니었다는 말이다.최근 몇년동안 이런 타격모습을 보였던 원인은 팔꿈치 부상으로 인한 몸쪽공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배트가 돌아나오는 각이 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시절 부상 당한 여파가 컸었다는 나름의 변명이 가능한 타격폼이었다. 보충설명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다. 여기에 덧붙여 나이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혹자들은 노장선수들이 부진할때 체력이 떨어졌다 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게 아니다. 피로회복이 늦어진다는 표현이 맞을듯)도 한 원인이 되었을듯 하다. 하지만 올시즌 이종범은 이 모든것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동안 사라져 버린 모습을 보이는데 그게 바로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타이밍을 스스로 잡고 있는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타자마다 타석에 들어서면 배팅타이밍을 잡는 것이 모두 다르다. 들고 있는 배트를 사정없이 흔들면서 나름의 타이밍을 잡는 타자가 있는 반면 전혀 미동도 없이 얌전한 선수가 있다. 그리고 속으로 하나 ! 두울`~ 셋 ! 이런 식으로 리듬을 유지하기도 하는데 이종범의 배팅타이밍은 엉덩이에 있다.
최근 경기를 유심히 보면 과거처럼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나름의 타이밍을 잡기위한 동작으로 바뀌어져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하나! 두울~ 셋 ! 의 투수와의 배팅 리듬에서 두번째 두~울 을 생략하고 짧게 둘! 바뀌어져 있다. 이런 모습을 쉽게 알아차릴수 있는 방법은 오늘부터라도 투수의 손에서 떠난공이 올때 앞다리를 어떻게 이동해서 배팅을 하는지 유심히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작년처럼 앞다리를 뒷쪽으로 한스텝 이동한후 배팅 하는 것을 생략하고 그자리에서 아주 짧은 스트라이드를 하면서 타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긍정적인 변화다. 오히려 너무 빠른 하체동작으로 인해 앞쪽 어깨가 일찍 열릴까 우려될 정도다.
2) 아웃코스 공에 대한 대처법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웃코스 공을 잡아 당겨치면 큰일이 나는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아웃코스 공은 밀어치는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이건 히팅포인트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가령 게스히팅 혹은 포인트 지점을 미리선점해 놓고 타격을 하는 경우에 아웃코스로 들어오는 공일지라도 얼마든지 잡아당겨 안타를 생산할수가 있다. 힘이 좋은 선수들은 포인트를 앞에다 두고 홈런까지도 가능하다.
야구를 보다 보면 분명 아웃코스 공인데 잡아당겨서 3-유 간을 뚫는 안타가 나오는 장면을 다들 몇번씩은 봤을것이다. 야구의 정석적인 것 즉 교과서적인 배팅방법하고는 너무나 다른것인데 그게 가능한 이유가 있다. 히팅포인트를 앞에다 두고 엉덩이만 빠지지 않으면 얼마든지 좌측으로(우타자시)타구를 보낼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상대하는 투수 수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이종범 역시 전성기시절 아웃코스 공도 빠른 배트스피드로 잡아당겨 홈런을 자주 쳤던 선수다. 작년 재작년 이종범이 부진했던 것이 바로 이점에 있다. 과거만 생각했지 세월이 흘렀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신체적인 반응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경기 동안의 이종범은 아웃코스공을 무리하게 잡아당겨치지 않는모습이었다. 짧아진 배트의 각만큼이나 바같쪽 공을 날카롭게 밀어치는 모습에서 분명 작년과는 달라진 배팅방법이다.
최근 몇경기와 금일(5월 8일) 경기만 놓고 보면 분명 이러한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문제는 감독의 의지다.
아무리 뛰어난 베테랑 타자라도 한참 잘 맞을때 라인업에서 빼버리면 자신의 리듬을 유지할수가 없는것이다. 5월 7일 경기에서 그를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채종범을 선발출전 시켰던것은 조범현 감독의 큰 오류였다.
시즌 초반 1할대 중반에서 허덕이던 타율이 어느새 .245 까지 올라와 있다. 올라온 이유도 분명하다.
짧은 백스윙,다시 찾은 엉덩이 리듬, 그리고 앞발을 안쪽으로 한스텝 이동하지 않고 그자리에서 바로 짧게 스트라이드를 하면서 배팅 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이종범의 타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적어도 최근 몇경기동안 나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마지막 불꽃을 충분히 태울만 하다. 지금의 감각과 리듬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길 빌어본다.
[해태시절 상체를 웅크리면서 타격을 하는 모습과 작년의 이종범 사진/박종일]
보충설명
상체를 웅크리면서 준비자세를 취하면 배트가 아주 짧게 나올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왜냐면 배트를 들고 있는 그립과 팔꿈치가 몸과 옆구리에 가까워지니(파워포지션시) 스윙이 스타트되어 임펙트까지의 거리 및 각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가 전성기 시절 빠른 배트스피드를 보여주었던 것도 이러한 그의 스타일에 기인한 것이 컸었다. 이종범은 이러한 배팅방법에 아주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순간 부터 상체를 세우면서 그 각이 커져버렸다. 일본에서 막 돌아왔을때 부터 이러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그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는데 얼굴에 공을 맞고 검투사 헬멧을 쓰기 시작할때 부터 이러한 공포심이 더욱 커졌던것 같다. 사구에 대한 공포로 타석에 들어서면 안쪽으로 타이트하게 들어서지 못하고 상체역시 세워버리는데 이 모든 것이 그의 팔꿈치 부상과 거기에 덧붙여 투수공에 안면을 강타당한 이후부터다.
*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제글의 제목과 글쓴이가 바뀌어져 있는 카페나 블로그를 볼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이글은 윤석구의 야구세상 에서 쓴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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