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은퇴 종용기사가 언론을 통해 흘러났왔다. 아직 선수와 구단의 대면이 없는 상태에서 흘러나온 기사라 명확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수가 없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느냐 마냐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절차방법부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종범은 작년시즌 이후 구단과의 협상에서 올시즌 250타석-3할 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구단의 의견(은퇴)에 따르기로 했었다. 올해 타석은 채웠지만 타율은 .284를 기록하는데 그쳐 3할 입성에는 실패했지만 그가 타점을 올리는 경기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만들어질 정도로 나름의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저러한 조항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비공식 룰인지를 금방 깨닫게 된다.
바로 이종범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속에 다소 이해하기 힘든 함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첫째, 리빌딩이란 허울속에 감춰진 KIA의 전력
사실 KIA의 외야자원은 이용규를 제외하고 다들 고만고만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한시즌을 믿고 맡길수 있는 선수도 역시 이용규뿐이다.
해마다 시즌중반까지는 고타율을 보이지만 지병으로 인한 체력저하로 고생하는 김원섭은 풀타임 출전이 어려운 선수다. 그의 자리에 반드시 백업이 필요하며 또한 그 자신이 백업 선수로 역할을 해야한다.
나머지 한자리를 차지할것으로 보이는 신인 나지완은 아직 검증절차가 더 필요한 선수다. 진정한 리빌딩의 한축으로서 그의 출전은 올해보다 늘어나겠지만 수비에서 아직 미흡한 면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그 자리역시 백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을 제외하면 그나마 1군무대에서 최경환,채종범,이호신 정도가 외야자원의 전부인데 리빌딩할 선수가 없다. 1984년생의 이호신이 그 대상이 될수는 있지만 외야 백업요원이 필요할시 최경환과 채종범이 우선대상이지 이호신이 먼저일수는 없는 일이다. 이호신 역시 기동력은 있지만 장타력이 떨어지는 KIA의 고만고만한 선수중 한명이다. 후배들을 위해서 이종범이 물러나야 한다는 구단측의 명분은 변명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냉정히 말하면 아직 KIA의 외야수들 중에 실력으로 이종범을 밀어낼 어린 선수가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듯 싶다. 그렇기에 주전은 모르겠지만 아직 백업 요원으로써 이종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둘째, 외국인 투수 2명, 장성호 최희섭 그리고 이종범
최근 몇년간 KIA의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가 파워히터의 부재다. 최근 3~5년동안에 입단한 투수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성장하며 마운드의 한축을 이뤄냈지만 타자는 그렇지가 못했다. 이러한 고민에 때를 맞춰 작년에 입단한 거물(?) 빅리거 출신인 최희섭의 부진은 선수들간의 포지션 문제, 덧붙여 이종범까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또한 내년시즌에 2명의 외국인 선수가 모두 투수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KIA는 외야수 한자리에 파워히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FA 영입이 없다면 대체할만한 수급요원은 결국외국인 타자밖에 없다는 말인데 투수로 2명을 데려오면 결국 포지션 체인지로 해답을 찾을수 밖에 없다. 최희섭에 대한 장미빛 환상에 부풀어 있는 조범현 감독은 결국 같은 1루수인 장성호를 외야로 전향시키면 해결될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 이것 역시 이종범의 필요유무를 꼭 필요한 선택이 아닌 인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인상마저 풍기게 한다.
물론 외국인 타자가 외야수로 영입된다면 이종범의 은퇴종용은 나름의 설득력을 얻을수는 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를 투수로 2명을 데려오는 마당에 이종범의 부재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게 아닌지 되묻고 싶다. 야구는 전방초소의 밀어내기식 근무가 아니다.
셋째, 3할 규정을 만들어낸 구단의 횡포
올시즌 한국프로야구에서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 이상을 때려낸 타자가 총 16명이다. 그중 35세 이상의 노장 선수는 박재홍과 전준호 단 2명이다.
작년시즌 이종범은 .174의 최악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타율 3할을 만들어 놓으라는 조항은 그냥 은퇴시키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이종범의 타점까지 거들먹거리며 영양가 논쟁을 하곤 하는데 이종범은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되어 출전했으며 가끔 2번타자로 나선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범은 타율 .284에 38타점을 기록했다. 2007년 전준호는 .296의 타율에 13타점, 올시즌 .310의 타율에 24타점이다. 전준호와 비교해 그렇게 떨어지는 성적이 아닌것이다.(전준호와 비교하자는 말이 아니니 오해없길)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비록 3할타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2007년 .174의 타율을 한시즌만에 .284로 올려놓은 노익장의 분투가 더 아름답게 보인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것은 방법과 절차를 무시한 구단의 처사다.
이종범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은퇴는 정말로 처절하고 암담한 성적이 아니라면 선수 스스로 은퇴결정을 하는게 옳다고 본다. .284의 타율이 당장 올시즌을 끝으로 옷을 벗어야 하는 성적인지 묻고 싶다.
또한 은퇴여부는 구단과 선수가 얼굴을 맞대고 논의를 한다음에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순서이지 벌써부터 이러한 뉘앙스를 풍기며 언론에서 먼저 기사꺼리를 쓰게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필자도 2007년 시즌 이후 이종범의 은퇴에 다소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그건 가닥을 잡아가는 투수진의 안정때문에 외야에 외국인 선수 한명을 쓸수 있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희섭 입단에 따른 장성호의 외야전향도 나름의 이유였다. 하지만 올시즌 믿었던 최희섭이 최악의 결과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장성호가 1루 자리로 되돌아 오면서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내년시즌 역시 딱히 최희섭이 부활하리란 장담을 하지 못하기에 외야에서 이종범은 아직도 팀에 필요한 존재다. 또한 그를 당장에 밀어낼 젊은 선수가 없다는 점도 최소 내년까지는 선수생활을 이어가야할 이유라고 본다. 야구는 주전선수만 가지고 한시즌을 치룰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윤석구 ( http://hitting.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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