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는 `타격 머신'이 아니다

MLB * NPB 2009/09/11 22:26 Posted by 윤석구

언제부터인가 `타격' 이란 용어가 타자의 전체적인 능력을 통합하지 않고 함부로 표현하는게 돼버렸다.
이건 특히, 제도권 언론에서 일반화 시켜버린 것들이 많은데 최근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미국진출 후 2,000안타를 쳐내자 너도 나도 `타격 머신' 또는 `타격 기계' 란 표현으로 찬사를 내보내고 있다.

                                    한국에선 나를 `타격머신' 이라고 한다며? 고마워

우선 일반화된 용어부터 정리좀 하자.

타격은 영어로는 `Batting' 이며 이건 타격이 지닌 전체적인 어떠한 것들을 일반화 시켜 통칭하는 표현이다. 야구에만 특화시켜 보자면 `도구를 이용해서 공을 가격하는' 쯤으로 해석하는게 가장 무난할듯 싶다. 이건 야구에서 `타격'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것들, 예를 들어 날아오는 공을 맞추는(Contact)능력, 거기에서 좀 더 표현이 강한 임팩트(Impact)가 가미된 히팅(Hitting)을 포함한 총집합 형태의 용어가 바로 `타격'이다.

타자마다 체격조건과 스윙의 형태, 그리고 타격기술이 제각각인것처럼 이것을 구분해서 인식해야 함은 물론, 표현도(글도) 그렇게 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컨택트와 히팅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들어가면 그레이트 스윙(Great Swing)을 첨부시킬수 있다. 글자 그대로 아주 큰 스윙을 일컫는 이것은 일반적으로 슬러거형 선수나, 테이크 백이 큰, 즉 스윙 도움닫기(Tip & Rip) 를 하는 타격매커니즘을 가진 타자들과 이런 방식으로 스윙을 하지 않는 타자로 구분을 다시한번 해줘야 한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최근에 언론에 나온 이치로에 관한 기사제목을 보면 " 타격머신 이치로, 2000안타 기록" "타격기계 이치로의 2,000안타가 의미하는 것" "타격천재 이치로, 3,000안타 가능할까" 의 제목과 글속의 내용이 너무나 보편적인 인식의 틀속에 끼워맞춰져 있다는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이치로가 2,000안타를 기록하는날 모 언론사에 기사를 하나 써서 보냈지만 기사내용중에 `타격머신' 이라던가 `타격기계' 또는 `타격천재' 라는 용어를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치로는 `타격머신'이 아니고 `히트머신' 즉 안타치는 기계쯤으로 표현을 하는게 더 옳은 뜻이기 때문이다.

글 첫머리로 돌아와서, 타격이란 말속에는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그렇기에 정확성이 뛰어난 타자와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로 구분을 해야한다는거다. `타격머신' 이란 `정확성+장타력'을 동시에 갖춘 타자를 일컬어 표현할때 쓰는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글자 그대로 타격의 본질성에 부합이 되려면 종합적인 것이 모두 함축된 선수만이 `타격머신'의 칭호를 얻어야 한다.

이치로는 8년연속 200안타를 쳐냈고 아직 시즌이 남아 있는 일정을 감안할때 올시즌도 변함없이 200안타를 기록할게 틀림없다. 타율 역시 9년연속 3할 이상을 달성할것이 확실해졌다. 반면 미국에 진출한 이후 이치로는 아직까지 한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쳐본적도 5할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해본적도 없는 선수다.

이건 타격기술의 차이와 스타일의 다름 때문이다. 자신에게 특화된 타격폼으로 `안타치는 기계' 역할을 해왔기에 홈런숫자와 장타율을 놓고 이치로를 비난해선 안된다. 단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선수(타격이 지닌 본질적인 정의)를 두고 `타격머신' 이니 `타격천재' 니 하는 표현을 하면 다름이 아닌 `틀림'에 더 부합되기에 올바른 표현을 하자는 뜻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 두산의 김현수는 작년시즌 엄청나게 높은 타율(.357)을 기록하며 타격부문 3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한자리수의 홈런(9개)과 5할을 간신히 넘는 장타율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김현수를 두고 `타격기계'라고 표현을 했다.

물론 그 나이대를 감안할때 `기계' 라는 표현이 틀린 뜻도 아니며 한국야구를 짊어지고 갈 대들보이기에 보다 큰 칭찬의 의미가 덧붙여져 있다는 기대쯤으로 이해는 할수 있다. 올해 들어서 김현수를 놓고 `타격기계' 라고 하는 표현은 맞다. 작년과 비교해 높은 타율은 변함이 없지만 벌써 20개를 넘긴 홈런수와 장타율 역시 이젠 거포의 상징적 기준이라고 할수 있는 5할을 넘어 6할대에 가까워질 정도로 상승해있기 때문이다.

난 이치로보다 타율은 낮지만 6년연속 40홈런에 도전하는 타자다. 왜 한국에선 나에게 `타격머신' 이라고 말하지 않는거야!! 이 방망이로 맞아 볼래?


하지만 이치로를 평가할때 `타격기계' 라고 하는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안타를 쳐내는 꾸준함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많은 홈런수와 높은 장타율은 지금수준에서 더 이상 발전한다는게 타격스타일상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이치로가 어떻게 `배팅'의 종합적인 것을 모두 포함해서 말을 해야 하는 `타격머신' 이란 말인가?
다시 말하지만 이치로는 타격머신이 아니라 `히트머신' 이라고 표현하는게 가장 적합하다.

오히려 올시즌 들어 홈런수(26개)와 장타율(.596)이 급상승한 조 마우어(미네소타 트윈스)에게 `타격머신'이란 표현을 해야한다. 김현수와 마찬가지로 올시즌 그의 성적이 충분히 `타격머신' 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만큼 양쪽 모두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번 생각을 해보자.

높은 타율과 많은 안타수를 보여주고 있는 이치로를 타격머신이라고 한다면 그와 스타일이 다른 선수들, 예를 들어 아담 던(워싱턴)이나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도 타격머신이라고 불려져야 한다. 왜냐하면 글 본문중에도 언급했지만 타격이란 선수들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선수들은 이치로가 가지고 있지 못하는 엄청난 홈런포를 생산해내는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비록 에버리지는 떨어지지만 한쪽방면(장타력)에선 특화된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정교함만 뛰어난 타자를 두고 타격머신이라고 칭한다면 던이나 하워드로서는 정말로 억울한 일일것이다.

우리는 어떤 훌륭한 선수가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 거기에 맞는 별칭을 붙여주곤 한다.
하지만 팬심(心)을 떠나 그 별칭이 과연 정확한가?에 대한 것도 한번쯤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건 일부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현역 메이저리거중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타격' 이란 종합적인 측면에서 놓고  `타격머신' 이라고 표현할수 있는 선수는 알버트 푸홀스(카디널스)밖에 없다고 본다.  

왜 그런지는 이글을 읽는 야구팬들이 더 잘 알걸로 믿는다. 아무에게나 `타격 머신(Machine)' 이라고 표현하는 말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싶다.



사진/ 시애틀 매리너스 & 워싱턴 내셔널스 홈페이지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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