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는 다양한 각도에서 극과극의 평가를 듣는 선수다. 장타야구를 선호하는(필자 역시) 사람들은 이치로가 최고의 리드오프 타자라는 것을(이마저) 인정하지 못하지만 그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톱클래스 타자라는 것에 신격화된 선수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서두의 말이 다소 애매모호 하지만, 야구라는 것은 팀 플레이가 이루어져야 하는 운동이므로 다이나믹한 것을 제외한 즉 일대일 능력치가 다소 폄하되고 있는 것을 떠나서 `타자 이치로' 그 가치로만 놓고 볼때는 분명 위대한 타자가 틀림없다. 그건 다양성을 떠나 타격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들여다 보면 쉽게 이해할수 있을것이다. 실상 타격은 공을 가지고 하는 구기종목의 수많은 스포츠중에 가장 어렵고도 힘든 운동이다. 거듭 말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폼으로 한정된 자신의 몸동작을 최대한의 능력치를 올려서 이루어져야 할 아주 힘든 운동방법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즐기는 팬들에게 한번 묻고 싶은것이 있다. 여러분들은 프로 타자의 손바닥을 직접 본적이 있는가.
사람은 특정부위에 살갗이 벗겨지면 약도 바르고 될수 있으면 물리적인 접촉을 자제하며 자신의 아픈 부위를 방어할려는 본능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부상(?)에 대해 무감각한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타자들이다. 그들은 벗겨진 손바닥의 살갗이 채 아물기도 전에 거듭된 배팅훈련으로 딱지가 입은 부위가 또 벗겨지고, 아물고가 반목되는 고통을 감내하며 손바닥을 혹사하고 있다.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건 투수의 혹사 이상으로 엄청난 고통이다. 훈련을 하면 할수록 더욱 깊어만 가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타자들을 좋아한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며 투수의 고통만 부각된 현실이 얄밉기도 하기 때문이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세수할때마다 지금까지 손바닥 전체를 얼굴에 감싸쥐며 세수를 한적이 없다' 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해본적이 있다. 같은 부위에 거듭된 상처의 딱지가 아물때면 또다시 벗겨지며 또다시 엉망진창이 된 손바닥 때문에 상처가 날까봐 얼굴을 부벼야 하는 세수마저 제대로 해본적이 없는 프로타자들. 알려지진 않았지만 타자들의 고통은 우리가 생각한것 이상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 어렵고도 힘든 타격을 해야 하는 타자들중 이치로 가 가진 마인드는 본받을 점이 많다. 집단 플레이의 야구라는 매개체를 대입시키지 않고 순수한 `타자 이치로' 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들여다 보면 얼마나 야구에 미쳐사는 선수인지 그리고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하는 선수인지 알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특정 타자를 판단할때 흔히 하는 이야기가 해당 선수는 어떤 스타일의 배팅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다. 반대급부로 좀더 냉정히 이야기 하자면 아직까지 한국프로야구에서 타자의 배팅이론에 대한 체계화된 모델과 서적은 물론 칼럼을 필자는 본적이 없다. 누구를 탓할것인가에 대한 해답 역시 없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위 야구전문가 집단이라고 불리우는 `프로 현역출신 지도자' 들 마저 음지보다는 양지를 향해 우향우 하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정말로 낯이 두꺼워도 이만큼 두꺼운 전문가들이 없지 싶다. 말로는 한국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그리고 훗날을 위해 리틀야구에 관심을 모아야 하며 아마야구에 대한 우려만 표시했지 그들이 직접 나서서 도움이 될만한 행동을 보인 경우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의 자랑같지만 불과 몇년전만해도 아마야구 기금을 보낸적이 있다.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정말로 미래의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걱정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야구에 대한 즐거움을 훗날까지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좀 더 많은 돈을 벌면 다시 시작하겠다]
이치로와 같은 선수는 스스로의 노력도 분명 본받아야겠지만 이미 한국에도 이치로와 같은 선수가 나타났음에도 야구인들의 노력부족으로 사라져버린 선수들도 태반이었을 것이다. 필자가 눈여겨본 이제 고작 12살인 광주광역시 모 초등학교 선수만 해도 그렇다. 타자로서의 재능이 엄청난 선수였지만 가정형편때문에 야구를 그만둔 케이스라 실로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웠던 적이 있었다. 그 어린 선수 역시 `미래의 이치로'가 꿈이었던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던 선수였는데 말이다.
서론이 엄청 길었다. 본격적으로 오늘 이 시간의 주인공인 이치로의 `시계추타법'=(혹은 진자 타법)을 통해 알려진 그의 배팅 방법론,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 시즌인 2000년에 훗날 자신의 변화를 예감하며 준비한, 그리고 현실화 시킨 그의 타격에 관한 Batting Theory 79번째 글을 써내려 간다.
2001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 일본시절 이치로의 배팅의 변화 영상이다.
시계추 타법의 대명사였던 일본시절 그의 타격동작을 보면 누구나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정확한 진자타법이다. 앞다리를 빗자루로 쓸듯이 뒷쪽으로 이동하며 스트라이드를 한다.
야구에서 타격은 타이밍 싸움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스윙방법론을 취하던간에 자신의 신체적인 조건과 더불어 타자자신과 맞는 매커니즘의 필요동작이 배팅방법론에서 나온다.
왜 이치로는 다리를 저렇게 한참의 여분의 시간이 들정도로 뒷쪽으로 잡아당겨 놓고 스트라이드를 길게 가져갔을까. 이유는 단 하나다. 그의 신체조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노-스트라이드(노-스텝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로 아니다)의 배팅을 하는 타자들은 선천적인 파워와 하드웨어를 가진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스트라이드란, 타이밍을 잡는 도구로서 쉽게 이해하긴 하지만 더욱 첨가해줘야 할것은 `파워 도움닫기' 측면에 있다. 제자리에서 공을 던지는 것과 도움닫기를 해서 공을 던지는 것중 분명 후자쪽에서 던진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 배팅도 마찬가지고 스트라이드 역시 같은 원리다.
이치로가 만약에 노-스트라이드 로 타격을 하는 선수였다면 분명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부족한 배팅파워를 그 자신의 노력에 의한 타법인 `롱 스트라이드=진화된 진자타법 ' 을 동반한 배팅으로 이루어 냈다. 영상에서 주목할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다리를 드는 동작이 작아지는 것을 볼수 있는데 무엇보다 눈여겨 볼것은 2000년(메이저리그 진출 전해)의 타격동작이다. 1998년 축이 되는 뒷발은 고정해 놓은채 앞다리(오른다리)를 뒷쪽으로 이동하면서 그 공간의 타이밍 이동 파워를 이용해 배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2000년에 들어와서는(훗날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둔) 그 폭이 엄청나게 감소했다. 뒷발의 중심선까지 앞다리를 들지 않는 것이다.
즉 시계추타법=Long Stride 을 버리고 보폭의 길이를 예전처럼 뒷다리의 선까지 넘지 않고 더욱 짧게 스트라이드를 하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한가지 밖에 없다.
바로 빅리그의 빠른 페스트볼에 대한 적응을 위한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치로의 일화중 이러한 부분이 있다. 일본보다 빠른 공을 뿌려대는 빅리거 투수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일본시절 처럼 다리를 들어서는 안된다는 것 말이다. 이치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똑똑한 타자다. 혹여 일본시절처럼 배팅을 하면 빅리그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하는 실험까지 했던 선수다.
2001년 시즌 전 이만수(현 와이번스 코치)가 시범경기때 이치로의 타격을 보며 했던 말을 유추해 보면 이해할수 있다. `시범경기때 이치로는 매번 땅볼과 플라이볼만 쳤다. 타격폼도 일본시절에 봐왔던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6주후 이치로는 전혀 다른 타자가 되어 있었다. 다리를 뒷쪽으로 많이 들었던 것을 버리고 보다 간결하게 스트라이드를 하면서 타격을 하는 것이다. 이후 시즌이 시작하자 이렇게 배팅을 시작했다.' 유추해 보자면 자신의 일본시절 배팅방법이 빅리그에서 통할까 하는 실험을 시범경기때 취해봤으며 아니라는 판단이 들자 짧은 앞다리 이동으로 바꾼 것이다.(당장 바꾼것이 아닌, 이미 준비한)
이렇게 주도면밀한 이치로다. 사실 웨이트 시프트(weight shift)형 류의 타자들 대부분이 좁은 스탠스에서 길게 스트라이드를 취한다. 웨이트 란 높은 곳을 말하며 스윙방법론에 대입하자면 위에서 아래로 이루어지는 직선, 즉 걷어 올리는 스윙이 아닌 다운컷 스윙을 말한다. 이치로 자신의 스윙 방법과 스트라이드의 보폭, 그리고 좁은 스탠스에서 취할수 있는 최적의 배팅을 빅리그 데뷔후 보여준 것이다.
[빅리그 진출을 대비했던 일본시절 2000년과 지금 이치로의 타격동작이 흡사하다/사진=일본야구교본]
다소 미세한 차이점은 있겠지만 영상에서 2000년에 보여지는 이치로의 배팅 모습과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취하는 배팅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볼수 있다.
그만큼 빅리그 데뷔전부터 이치로는 미래를 대비한 자신의 타격폼 수정을 거듭해서 수정했으며 준비한자만이 살아남을수 있는 미국무대에서 지금까지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 이치로를 말할때 `런닝 타법'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언론의 영향이 그당시 컸었다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건 이치로의 배팅을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어깨넓이,혹은 그보다 좁은 처음 스탠스에서 투수쪽으로 길게 스트라이드를 취하는 웨이트 시프트(weight shift) 유형의 배팅 방법론을 취하는 타자들의 공통된 모습이기 때문이다.[트윈스의 이대형과 같은]
노-스트라이드 배팅을 하는 타자들은 처음 스탠스가 넓기에 당연히 자세가 낮으며 타격을 한 이후 그 동작에서 몸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동작이 있기에 치고 달린다는 인상이 없다.
하지만 스트라이드를 하는, 더군다나 이치로처럼 아주 좁은 처음 스탠스에서 길게 앞다리를 내딪는 타자들은 배팅폼 자체가 `치고 달린다' 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이 나타날수 밖에 없다. 무조건 배트에 공을 맞춰놓고 뛰겠다는 인상을 심어줄수 밖에 없는 배팅동작이란 말이다.
이치로의 타격동작을 보고 `무조건 배트에 맞추고 뛸 생각부터 한다' 라는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거듭말하지만 이치로의 배팅자체가 이미 그럴수 밖에 없는 하체이동이기 때문이다.
글 첫머리에서도 말했지만 프로타자들의 연습을 보노라면 처절하기 까지 하다.
투수는 어깨와 팔꿈치에 대한 보호로 인한 어느정도의 연습량과 훈련방법에 조절이 가능하지만 타자는 그런 이유조차 있을수 없다. 손바닥이 뒤집어 까지듯,물집이 잡히든, 피가나든 그건 타자 개인의 일쯤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것도 매일말이다. 왜 팬들은 투수의 혹사 논란만 이야기 하는가. 타자도 혹사가 있다. 단 타격은 그러한 노력이 있어야 성공할수 있다는, 투수와는 좀 더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치로 역시 이런 역경과 고통을 수없이 반복했을 것이다.
국적과 리그를 초월해서 이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배팅 연습을 하고 있을 전세계 수많은 타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글을 끝맺을까 한다.
덧) 필자는 이치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장타 야구를 좋아하기에) 하지만 이치로가 가진 배팅의 변화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글의 스타일(타격이론)상 몇번은 더 언급을(이미 했었지만) 해야 한다.
덧2)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이 칼럼의 본질은 누가 최고의 리드오프 냐 에 관한 글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이치로의 배팅' 에 관한 글, 그 이상의 의미가 없으니 이치로를 두고 엇갈리는 시선을 가진 팬들끼리 댓글로 싸우는 일이 없길 바란다.이전에 몇번 그런일들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덧3) 요즘 인기있는 모 채널의 프로야구 중계를 볼때마다 답답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경기중 선수들의 타격하는 모습을 슬로우모션으로 수없이 보여줘도 거기에 대한 해설을 하는 사람이 없다. 정말로 답답한 일이 아닐수 없다. 언제까지 이슈나 여담에 이끌려 일률적인 해설만 할것인가.
사진/ MLB ESPN
*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제글의 제목과 글쓴이가 바뀌어져 있는 카페나 블로그를 볼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이글은 윤석구의 야구세상 에서 쓴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