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해설위원은 위대하다.
편파해설이니, 주관적인 해설이니 하며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그는 분명 뛰어난 야구인이다. 물론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수는 있겠지만 야구와-팬 사이의 이질감을 없애는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중에 하나라고 평가하고 싶다.
익히 많은 야구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프로야구 초창기때 우리가 사용하는 야구용어는 거의 대부분이 일본식 표현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1세대 지도자들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야구를 배웠던 인물(선수생활도 마찬가지)들였고 이들에게 야구기술을 전수받은 프로1세대 현역선수들도 자연스럽게 그 영향력 안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도 이러한 부분에서 일본틱(?)한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물론 야구는 그 탄생자체부터가 어쩔수 없이 영어로된 말들이 대부분이다.
태권도 국제경기에서 사용되는 "갈려" 나 "계속" 과 같은 용어는 국적을 불문하고 사용된다.그건 태권도가 한국에서 파생된 운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는 언제부터인가 일본식 용어가 정석인것처럼 인식되었고 이 부분을 바로 잡아준 선구자 역할을 했던 인물이 다름 아닌 허구연씨다. 가령 투수가 던진 공에 타자가 맞았을때 주로 사용하는 "死구" 는 힛 바이 피치드 볼(hit by pitched ball)란 의미와 동일시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死구"는 공이 죽은 상태를 말한다. 즉 "볼데드" 상태를 일컫는데 공짜로 1루로 걸어나가는 "힛 바이 피치 볼"이 아닌것이다.
허구연씨의 해설을 유심히 들어보면 이러한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써서 방송을 한다는 것을 알수 있다. "몸에 맞았네요. 힛트 바이 피치드 볼입니다" 라고 말하지 "死구네요" 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의 영향으로 많이 완화됐지만 1980년대 후반만 해도 라디오에서 해설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사구"라고 표현했다. 물론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지만 어찌됐던 다른것은 다른것이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개념도 덧붙여서 말이다.
서두가 길었다. 이번 Batting Theory 98번째 시간은 우리가 타격에서 사용하는 용어중 정말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중 준비단계의 스탠스와 스텝, 그리고 스트라이드는 물론, 거기에 덧붙여야할 제반사항도 함께 첨부했다.
하체가 무너졌다? 대체 뭘보고 하체가 무너졌다고 표현을 하는지..
다소 거친표현이 될지 모르겠지만 심심하면 그놈의 하체가 무너졌다고 한다. 그리고 꼭 덧붙여서 하는말이 "스탠스가 무너졌다" 다. 아 또하나 있다. "타격밸런스가 무너졌다"
삼진만 당하면 배트스피드가 느리다거나 안타만 치면
그중 처음 스탠스 위치(자세)와 앞발의 착지점의 위치를 혼동해서 이해하는 팬들이 많다.
"스탠스가 무너졌다" 는 배트스타트 이전의 앞발착지점이 잘못됐을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처음 준비자세에서의 각기 다른 자세인 클로즈-스퀘어-오픈 가 아닌 정말로 공을 가격하러 들어가기 전동작을 일컫는다.

가령 준비자세에서 오픈스탠스를 가진 타자가 아웃코스 공을 때리러 갈때의 스트라이드 착지점은 클로즈로 내딛어야 한다. 즉 이 스탠스라는 것도 준비자세와 앞발착지점 이 두가지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함부로 스탠스의 잘잘못을 따지면 안된다는 말이다.
위 타자의 준비자세를 정면에서 보면 앞발이 반족장 뒤쪽에 위치한 반오픈 스탠스다. 하지만 배트를 스타트 하기전 앞발 스텝을 안쪽으로 이동해서(클로즈가 되는) 아웃코스 공을 때리는데, 만약 인코스 낮은공이 들어와서 삼진을 당했다면 십중팔구는 약간 주저앉으면서 헛스윙을 했을것이다. 바로 이러한 경우에 사용하는 표현이 "하체가 무너졌다" 다. 앞발 착지를 잘못 내딛었기 때문이다.
타격의 본질적인 의미로만 봤을때 처음 배터박스 위치에서의 스탠스 형태 유무는 각기 다른 특성이지 스탠스가 잘못됐다 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스텝(Step)과 스트라이드(Stride)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일단 스텝은 "걸음" 이란 사전적인 의미가 있지만 야구에서 스텝은 배팅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처음 스탠스에서 투수쪽으로 앞발을 이동할때 주로 사용된다. 외국의 타격지도자들의 칼럼을 보면 정석적인 의미에서 타격의 일련과정을 설명할때 주로 "스텝" 이라고 표현하는데 가령, 타격의 순서인 스탠스-로드 포지션-스텝-런치 포지션-컨택트-팔로 스로우 에서 스텝은 짧다 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타격을 하기 위해서는 "스텝을 짧게 하라" 또는 "보폭을 30센티 이상 벌리지 마라" 등의 표현은 리프팅(Lifting) 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리프팅이란 앞다리를 들어올리는 동작을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의 각기 다른 타격동작을 보면서 이야기 하자.

왼쪽의 타자는 다리를 들어올리지는 않지만 배트를 스타트 하기전 앞발을 이동시킨다. 즉 스텝을 밟는것이다. 반면 오른쪽 타자는 다리를 들어올린후(리프팅) 앞발을 내딛는다. 물론 스텝의 보폭과 스트라이드 보폭이 같은 의미로 사용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리프팅 여부에 따라 배팅 타이밍을 잡는 방법이 타자마다 다르기에 이걸 구분해서 이해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한가지 더 첨부하자면 오른쪽 타자는 스트라이드를 하기전 다리를 들기 때문에 처음 스탠스에서의 앞발 위치보다 많이 내딛을것 같지만 유심히 보면 들었던 앞발 착지점이 그렇게 멀리가서 내딛지 않는다.
다리를 높이 들면서 타격을 하는타자를 보고 " 저 선수는 스트라이드 동작이 크기 때문에 앞발을 굉장히 멀리 내딛는구나" 라고 착각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타자를 분석할때의 타격장면은 위와 같이 타자의 얼굴이 보이는 정면에서 바라보며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국내언론, 특히 스포츠조선의 모 기자가 올시즌 이승엽의 타격부진을 설명한 사진이 몇장있는데 투수쪽에서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기사자체는 물론 사진 위치 역시 정말로 쓰레기 같은 기사였다)
리프팅동작은 하지만 앞발을 멀리 내딛지 않는 대표적인 타자들로는 외국은 매니 라미레즈(다저스)그리고 국내는 김현수(두산)등이 있다. 사실 스텝과 스트라이드를 딱 갈라놓고 구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두가지 동작을 이야기할때 각기 다름의 여부는 리프팅 동작을 꼭 첨부해서 말해야 한다. 여기에서 생기는 타격의 기술적인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리프팅 톱의 위치, 리프팅시 상체의 위치 등등 설명이 복잡해지니 이쯤에서 마무리하자)
토스 배팅, 다운 스윙이 옳바른 표현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2인 1조로 타격연습을 하는 토스배팅은 정확한 표현일까?
필자도 자료가 없어서 이걸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한다리 거쳐서 들었던(메이저리그 칼럼) 정확한 표현은 "페퍼 게임(Pepper Game)"이다. 토스배팅이란 표현도 일본에서 넘어온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 프로지도자들은 물론 선수들까지 토스배팅으로 알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들 말을 한다.
또한 스윙의 종류를 표현할때 수없이 들었던 말중에 하나인 다운스윙도 배팅의 본질적인 의미에서 말하자면 틀린 표현이다. 배트가 스타트되어 컨택트가 될때까지의 이동방향을 나타내는 이 표현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에도 말한바 있지만 스윙의 종류는 타자가 배트를 들고 있는 위치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데(배트를 꼿꼿히 세우면 자연스럽게 다운이된다. 백인천 해설위원이 주로 하는 말이다) 어차피 타격은 배트로 공을 가격해야 하는 운동이다. 즉 컷(Cut) = [공을 베어내다] 으로 표현해야 그 뜻이 옳바른 표현인 것이다. 그렇기에 다운스윙이라는 표현보다는 다운컷 스윙(Down Cut Swing) 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어퍼스윙도 마찬가지로 어퍼컷 스윙(Upper Cut Swing)이 옳바른 표현이다. 올려치기라는 명확한 사전적인 의미까지 있다.
끝으로 글 본문과는 상관이 없지만(상관이 있을수도 있다) 정말로 타격밸런스가 제대로 무너지는 장면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타격밸런스가 무너졌다는 타격폼과 타격동작(쓰다 보니,타격폼과 타격동작도 다른 의미가 있는 표현이다)중 어느 한부분에서 잘못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 한부분 때문에 전체적인 타격동작이 무너져 보이기 때문이다. 그중 히팅타이밍을 놓쳐서 나타는 대표적인 경우가 아래의 타격동작이다.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따지고 보면 타격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점은 바로 이 타이밍을 잡기위한 공식인것이다.
위의 타자는 헛스윙을 하면서 타격자세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신체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보폭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처음 준비 스탠스도 어깨넓이 이상인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앞발 보폭을 멀리 내딛는 바람에 배팅타이밍을 잡지 못해 헛스윙 후 쓰러질뻔 했다.
어떠한 구종이든, 투수손에서 떠난 공은 타자와 투수의 거리중 중간쯤이 오기전에 스트라이드를 끝맞쳐야 한다는 철칙을 어긴 타격방법인 것이다.
그래서 타자는 자신의 신체조건을 고려한 타격동작을 습득하는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덧) 어떠한 구종이든 투수손에서 떠난 공은 투수와 타자의 거리중 중간이 오기전에 앞발이 지면에 착지해야 한다는 위의 표현에 다소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것이다. 페스트볼 보다는 변화구(브레이킹 볼)가 더 느린데 말이다. 여기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시간에 자세히 언급할 예정이다. "커브는 허리로 쳐라" 라는 지침서가 왜 있는지, 그것 역시 첨부해서.
사진/ 리뷰스타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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