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각종 찌라시를 포함해 제도권 언론을 통해 망신창이가 될 정도로 짓밟힌 정수근.
난 이번 사건을 이렇게 본다.

1일 아침 연합뉴스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타이틀로 뽑았다.

롯데 정수근 선수, 주점서 행패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정수근(32) 선수가 음주폭행 사건으로 무기한 실격 처분을 받았다가 그라운드에 복귀한 지 한달도 안돼 주점에서 행패를 부린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1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정 씨는 8월31일 오후 11시45분께 해운대구 재송동 모 주점에서 웃통을 벗은 채 소리를 지르고 종업원에게 욕설을 하는 등 행패를 부려 경찰이 긴급 출동했다. 이하 생략

자. 얼마나 어이없는 기사 제목인가?
"주점서 행패" 라니.

우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이 "행패"라는 단어가 주는 무서운 독침을 한번 보자.
사람사는 곳에서는 `원인' 없는 `결과'란 있을수 없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한 내막을 알고 난 이후 `결과'를 논의하는게 순서다. 하지만 이미 이 기사는 `원인' 을 말하지 않고 `결과' 만 내보냈다. 그것도 저 무시무시한 "행패" 라는 자극적인 기사 타이틀을 첨부해서.

정수근에 대한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론에 알려진 것은 술집 종업원이 경찰서로 전화를 해서 정수근을 신고했다지만 윤석구의 야구세상이 알아본 바로는 경찰서가 먼저가 아닌 방송국에 처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원래 방송국은 정확한 `팩트'가 없으면 함부로 말을 할수 없기에 이 제보를 받고 난 후 정수근이 술을 마신 해당 지구대에 연락해 사실 관계를 물어봤다고 한다.


알려진대로 경찰은 현장에 출동을 했고 이후 처음 신고한 그 술집 종업원은 다시 말을 번복하며 `술집에서 웃통을 벗고 행패를 부렸다' 라는 말을 번복하며 그런일은 없었다. 라고 언급했다.
기다렸다는듯이 모든 언론들은 `행패' `웃통을 벗어던지는' `만취 난동' 이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후 나온 일련의 과정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정수근은 구단으로부터 2군행, 그리고 바로 `방출' 이란 수순을 밟는다. 당일 롯데구단은 정수근을 경기장에 오지 못하게 한걸로 필자는 알고 있다.
현재까지 이 사건을 요약하면 이게 전부다.

사건에 대한 `팩트'의 키를 쥐고 있는 술집종업원은 롯데 구단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바쁘다며 아직까지 만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당사자인 정수근 역시 구단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한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구단은 정수근을 방출시켜버렸다. 시시비비, 사실관계를 파악조차 하지 않고 말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이 사건에 대해 온갖 억측은 물론 부풀려진 사실까지, 덧붙여 `원래 정수근은 그런 선수' 라며 당연시 하는 분위기다. 어느 한쪽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간단히 끝내버릴 문제는 절대로 아니다.


첫째는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대체 언론들은 술집종업원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정확한 내막을 들어보고 기사를 쓰고 있는지 묻고 싶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 술집종업원은 롯데 구단과도 만나지 않았다. 이 사건의 키 를 쥐고 있는 가장 핵심에 놓여 있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난동' `행패' 라는 단어를 써가며 함부로 기사를 내보낼수 있는가?

설사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그때가서 기사를 써도 충분하다. 술집종업원이 말을 바꿨기에 아직까지 진짜로 정수근이 그들 말대로 행패를 부렸는지 아니면 술집에서 그냥 술만 마셨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고 `결과'만 우선적으로 내보낸 꼴이다. 아직 그 `결과' 조차도 알수가 없는데 말이다.


둘째는 롯데 구단의 성급한 방출 통보다.

아무리 전과가 있는 선수라지만 이러한 억측과 추측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수근의 말을 들어보고 난 후 결정했어야 할 일이다. 단지, 예전에도 이러한 사건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랬을 것이다.. 또는 구단 이미지를 훼손했기에 방출을 결정했다면 이건 너무나 성급한 판단이다.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도 정식 재판을 통해서 명확한 결론이 나오면 그때가서 판결을 하는게 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이다. 솔직히 롯데의 이번 방출통보는 내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 구단 이미지를 실추했기에 이런 조치를 했다면 뚜렷히 반박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원인을 들여다 보지 않고 단지 언론과 구단 이미지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방출이란 처분을 내렸다면 이건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셋째, 우리나라 일부 야구팬들은 선수들을 너무 신성시 한다.

야간경기가 많은 야구선수들의 생활패턴은 보통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경기가 끝나면 밤 10시, 이동일이 아니라면 경기 후 특타나 웨이트 트레이닝 및 체력훈련, 그리고 뒷정리 및 샤워까지 끝내고 집에 가면 보통 12시가 훌쩍 넘는다. 보통 사람들이 직장에서 나와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저녁 초반대의 시간이라면 야구선수들은 이때부터가 개인시간이다.

대부분의 야구선수들이 수면에 들어가는 시간은 새벽, 그리고 낮경기와 저녁경기에 따른 리듬조절에 애를 먹고 있는 선수들은 아침이 되어서야 잠을 청하는 선수들도 많다.
정수근은 새벽에 술을 마셨다. 보통사람의 정서로 보면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게 꽤 `개념없는' 행동으로 비춰질수 있지만 야구선수들은 그때가 잠자리에 들기전 마시는 술이다. 


야구선수는 신 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다. 얼마든지 술을 마실수 있고 개인사생활을 즐길 권한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렸느냐' 아니면 `그냥 술만 마셨느냐' 의 차이점만 있을뿐이다. 팀이 4강 싸움이 치열한데 그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거듭 말하지만 그 시간은 야구선수에겐 잠자리에 들기전의 시간대다.

가끔, 어디를 갔는데 누가 술을 마시고 있더라. 혹은 어디를 가니까 여자들과 노닥거리고 있더라 라는 팬들의 글을 보게 된다. 그래서 뭘 어쩌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선수 사생활까지 간섭하는 것은 팬들의 지나친 월권이다.


메이저리거 조쉬 해밀턴(텍사스)은 인류 공공의 적인 `마약' 에 찌들어 폐인 생활을 한 끝에 극적으로 재기해 화제를 모은 선수다. 법과 원칙을 중요시 하는 미국이란 나라에서도 이러한 해밀턴의 인간승리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것은 물론 마케팅으로까지 이용했던 적이 있다.
한국이었다면 이게 가능했을까.
물론 `마약' 은 해서는 안될 행동이다. 하지만 사람은 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수 있는 것이고, 그걸로 낙인을 찍어버리면 이후 개선광정을 했더라도 `원래 그런놈' 의 모습으로만 비춰질수 밖에 없다.

다소 비유가 어긋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정수근이 이전의 사건을 반성하고 개선광정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에겐 이미 `낙인' 이란 선입견이 먼저 깔려 있기에 그 무엇을 해도 진정성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낙인'은 반드시 충분한 사건 경유를 파악하고 난 후에 다시 씌여도 된다. 그리고 방출이든 영구제명을 해도 늦지 않다. 만약 이대로 이사건이 끝나게 된다면 신호위반 했다고 사형을 시켜버린 꼴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수근 사건은 `팩트'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술집종업원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구단과 정수근간의 대화도 없었다. 거듭말하지만 팩트 없이 결과만으로 사건을 종결시켜버린 것은 훗날 여러가지 부작용이 뒤따를수밖에 없다고 본다.

아울러 한국야구위원회는 롯데 구단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을 명확하게 파악한 이후 후속조치를 취했으면 한다. 그저 여론몰이와 몇백만 관중 돌파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딴 말들로 덮어두기엔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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