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본선이 시작하기전, 한국팀 목표는 준결승전 진입 그리고 동메달이었다.
한국팀은 언제나 국제대회 우승 1순위의 쿠바와 선수선발 여하에 따라 금메달을 노려볼수 있는 미국, 그리고 지난 몇년동안 중요고비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일본의 틈새에 끼여있는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지난 아테네 대회에서는 예선탈락해 본선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근래에 들어 한수아래인 대만에게까지 패했던 전례가 있어 한국야구의 위기론까지 거론되곤 했다.
 
 

 [ 한국야구 대표팀 ]
 
돌이켜 보면 조금은 경솔했지 않았나 싶다. 물론 한국팀이 현재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최근 한국야구는 과거의 더딘 속도의 발전에서 급성장(?) 하고 있다는 느낌을 이번 대회를 보면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현재까지 한국이 거둔 6전전승의 경기내용을 보면 몇가지 이런 긍정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은 첫경기 미국전에서 극적인 8 :7 재역전승을 거뒀다. 접전을 거듭하면서 이룬 승리의 이면에서 느낀점은 선수들이 야구를 알면서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차피 전력이 백중세인 팀과의 대결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 그리고 작전성공 여부에 따라 승패는 결정된다. 9회말 김경문 감독의 3타자 연속 대타 기용은 현장의 선수 컨디션과 상대투수 공략여부를 감안할때 엄청난 사건이었다. 대타로 나온 선수들이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를 알고 팀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본다.
 
일본전은 또다른 의미에서의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일본에 발목을 잡혔던 원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특정투수에게 약한[두려운 투수라는걸 알면서도 번번히 당한] 것도 있지만 그들이 분석해 가는 한국야구의 약점에 있었다. 투수의 작은 습관까지 잡아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집요한 약점을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윤석민이 일본의 4번타자 아라이 다카히로(한신 타이거즈)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2점 홈런을 맞기 직전 지난 미국전에서 홈런을 맞던 장면이 오버랩됐다. 사실 야구를 보면서 그 순간 외쳤던 것은 볼성 로우 슬라이더[Low slider]를 하나 던지고 가길 바랬지만 여지없이 미국전과 똑같은 카운트에서 같은 구종의 공을 던지다 홈런을 얻어 맞았다. 홈런을 친 아라이의 장타력은 인정하지만 일본측에서 윤석민의 볼배합을 읽고 쳐냈다는 인상마저 들었다. 지난 다른팀과의 대결에서의 상대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의미를 부여하며 돋보기를 들이밀며 연구하는 그들의 야구관이 괜한 말이 아니란 느낌이었다.
 
 

 [이번 대회 두산의 명품 타자 3인방의 활약은 향후 대표팀 세대교체의 희망이다]
 
하지만 한국의 9회초에 득점한 장면을 보면서 한국도 이젠 일본 못지 않게 상대를 분석하는 능력이 대단해 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중 백미는 김현수가 적시타를 터트린 이후 나온 이종욱의 기습번트다.
물론 이종욱은 국내리그에서도 재치있는 플레이를 잘하기로 유명한 선수지만 박빙의 순간에서 3루번트는 재치이상의 분석에서 나온 성공이었다.
당시 일본의 3루 수비를 맡고 있던 선수는 작년시즌 센트럴리그 홈런왕(36개)이자 올시즌에는 요미우리의 알렉스 라미레스에 이어 홈런 2위를 달리고 있는 무라타 슈이치(요코하마 베이스타스)였다.
무라타는 장타력이 뛰어난 대신 일본선수(?) 답지 않게 3루수비가 불안한 선수중 한명이다. 팀내에서도 3루를 맡다가 그의 장타력을 살려주기 위해 1루수비를 종종 보는 등 나름 멀티플레이어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선수인데 올림픽 참가 직전 지독한 감기로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해마다 몸무게가 증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만큼 수비민첩성이 떨어지는 선수인데 이종욱은 보란듯이 3루쪽에 번트를 감행했다. 냉정히 말해서 이종욱의 번트는 실패할뻔 했다. 땅볼로 굴려야 할 타구가 플라이 공이 됐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무라타가 아닌 다른 3루수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한국팀 벤치에서 번트를 지시했다면 무조건 3루수 무라타 쪽으로 대라는 작전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종욱의 번트로 진갑용을 홈으로 불러들였는데 사실상 이경기의 결승득점이었다.
 
이종욱 번트 이전에 대타로 나온 김현수 역시 벤치의 대담한 기용이었다.
김현수가 올시즌 엄청난 발전의 타격기술에는 공을 맞추는 포인트(미트 포지션)지점에서의 기량향상도 있지만 히팅포인트가 뒤쪽에 있어 변화구에 잘 속지 않다는 점에 있다.
이런 스타일의 타자는 타자자신에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컷트를 해대는 능력이 뛰어날수 밖에 없다.
상대 좌완 이와세 히토키(주니치 드래곤스)를 상대로 좌타자 김현수를 그상황에서 대타로 기용했다는 것은 야구가 가지고 있는 정설을 뒤엎는 작전이었으며 누구보다 김현수를 잘알고 있는 소속팀 김경문 감독의 결단력에 있다고 본다. 김현수면 다른타자보다 이와세와 승부해볼만 하다는 타격의 장점을 믿었기 때문이다.  
리그 수준은 일본이 분명 한단계 높지만 최고의 선수들만 모인 대표팀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 선수교체 그리고 어떤 작전을 펼치느냐에 따라 경기결과가 좌우되는데 한국은 이러한 부분에서 이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이번 대회 최고의 고비였던 미국과 일본전에서 보여줬다.
 
물론 난적 캐나다에겐 빈타끝에 1 : 0 승리를 거뒀고 최약체팀인 중국에겐 승부치기 승이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원래 야구란 이런것이다.
대만이나 스리랑카와 같은 나라의 축구대표팀이 브라질 대표팀과 A매치를 10번하면 단 한번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까? 야구는 어느리그던지 최하위팀은 최소 승률 3할 언저리는 기록하며 시즌을 끝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전 신승에 큰 의미는 부여하고 싶지 않다. 야구가 가진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쿠바와의 경기에서 기대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송승준]
 
6전전승을 기록한 한국의 예선경기는 네덜란드전이 남아 있다. 잔여경기와 상관없이 1위로 4강진출이 확정된 상태라 모든 관심은 우리의 준결승전 상대팀에 쏠려있다. 1위팀 vs 4위팀, 2위팀 vs 3위팀 의 대전방식인데 과연 미국과 일본중 어느팀이 우리에게 유리한지 여기저기서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예선 마지막 경기결과에 따라 준결승 상대가 달라지는데 선택권은 어느쪽도 가지고 있지 않다.
 
대부분 일본과 다시 붙는 것이 불안하다는(WBC 에서의 2승 후 1패의 전례) 전망이 지배적인데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 싶다. 이미 우리는 이번대회에서 맞붙은 모든 팀을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현재 대표팀 선수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상대한다면 또 이겨주면 되는 것이다. 준결승전을 하기도 전부터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물론 일본을 준결승전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승리를 확신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미국 역시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점도 알아야 한다. 어느 팀이 우리와 상대할지 모르지만 단기전 승부의 압박감은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사실상의 결선리그에서는 '자신감'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미 우리팀은 중요한 그것을 가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6경기를 치룬 한국은 총 31득점을 얻고 실점은 22점을 허용했다. 6전전승을 기록한 팀의 득실점 차이가 +9 점으로 이팀이 과연 전승을 거둔 팀이 맞냐며 운적인 요소를 연승속에 포함해 대표팀의 승리를 깎아 내리려는 팬들이 있다. 하지만 야구는 눈에 보이는 기록으로 하는게 아니다. 한점차 승부에서 강한 팀이 진정한 강팀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동적이지만 통계(기록)는 정적이다' '세상에는 거짓말이 있고 흉악한 거짓말이 있고 그 다음에는 통계가 있다' '통계는 비키니를 입은 여자와 같다. 많은걸 보여주지만 전부를 보여주진 않는다' 라는 야구의 명언을 감안할때 지금까지의 대표팀 연승이 운이였다는 일부 팬들의 허황된 주장은 거뒀으면 한다. 지금까지의 기록역시 이미 옛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일본을 준결승전에서 만나면 다시한번 이겨주면 된다. 기록이 가진 의미 부여는 모든 팀이 똑같이 적용되지만 멘탈적인 요소가 강한 야구에서 지금 한국팀의 상승세는 모든걸 상쇄 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9전전승의 우승 신화를 우리라고 쓰지 못하란 법은 없다. 나 자신부터 우리대표팀을 믿고 싶다.
 
사진/ 한국야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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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괴벨스와 같은 인간이 있다. 다만 남자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뿐...사람들의 인지부조화가 만들어 낸 희대의 괴물이지.. 뭐 그렇다고.. KCN 야구해설위원 & 광주 MBC-R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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