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될만한 잔치였다.
바로 조쉬 해밀턴(텍사스 레인절스)이란 사나이때문이다.

해밀턴은 올스타전 홈런더비에 출전해 1라운드에서 28개의 공을 담장넘어로 보냈다. 비록 결승라운드 승자는 저스틴 모노의 차지가 됐지만 누가 뭐래도 그날 양키스 스타디움의 주인공은 해밀턴이었다.
1999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탬파베이에 입단한 이후, 부상과 마약이란 악재와 싸우며 '인간승리'의 표본을 보여준 해밀턴의 모습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였다.

그에게 배팅볼을 던져준 71세의 노인과의 인연이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았기 때문이다. 71살의 노인은 해밀턴이 고등학교를 다닐때 배팅볼을 던져주던 동네 야구 코치였는데 나중에 유명해지면 홈런더비에서 공을 던져달라고 약속했던 사이.  결국 10년만에 그 약속이 이루어진 것이다. 폐인이나 다름없었던 해밀턴의 인간승리가 더더욱 눈부신 감동으로 다가온것은 당연했다.


                                [올스타전에서 조쉬 해밀턴의 타격장면]

해밀턴이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이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작용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야구사랑"이 뼈속까지 묻어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삶중, 가장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인 20대는 성숙 이전에 충동적인 유혹에 빠지기가 쉽다. 그래도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것은 누구나 그 시절을 경험했고, 시련이 곧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것도 다 마찬가지다. 어떠한 잘못에 이유없는 것은 없으며 시행착오없이 사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해밀턴은 이러한 시련속에서도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간직했으리라 판단된다.

2007년 KIA 타이거즈에서 임의탈퇴 당한 김진우라는 전직 야구선수가 있다. "임의탈퇴"는 해당구단에서 풀어주지 않으면 타팀으로의 이적도 불가능하며 혹여 해당선수가 복귀를 하더라도 원소속 구단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조치다. 팀의 일원으로 받아드릴것인지는 전적으로 구단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선수입장에서 보면 가혹한 "형벌" 인 셈이다.

벌써 1년 하고도 몇개월이 흘렀다. 엊그제 스포츠서울에서 김진우와 관련된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실망스럽다. 방법과 절차의 문제를 떠나 왜 굳이 언론과의 전화통화 내용이 기사로 나왔을까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게 먼저인지 그리고 자신이 지금 해야할일을 전혀 모르고 있다.

김진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감성과 이성으로 구분된다.
2001년 KIA 입단전 메이저리그 러브콜을 마다하고 타이거즈에 입단했던 그의 야구인생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은 바로 어머니다. 당시 최고였던 계약금 7억원. 그돈으로 집을 짓다 그곳에서 실족사한 어머니의 부재가 그에게는 첫시련이었다. 그가 메이저리그를 가지 않았던 것도 어머니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아들과 떨어져 살기 싫은 부모의 마음이 그런것. 만약 그때 메이저리그에 갔었더라면 어머니와의 이별도 없었을 것이다. 한치앞도 못보는 인간의 나약함이다.

2002년 입단 첫해 그는 신인으로는 처음으로 탈삼진왕을 차지한다. 비록 팀은 LG에게 패해 플레이오프에서 스톱은 했지만 그의 존재로 인해 KIA의 앞날이 밝아보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후 잦은 부상과 더불어 항상 2% 부족한 성적을 내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풀타임만 뛰면 20승을 할수가 있는데 라는 아쉬움 속에 팀은 망가져만 갔고, 그는 루키시즌을 빼고 온전히 한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었던 선수였다. 겨울만 되면 기대에 부풀게 했다가 막상 시즌에 돌입하면 언제그랬냐 싶을정도로 팬들에겐 갈증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임의탈퇴 후 그의 복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마도 아직 보여줄것이 더 많이 남아 있음은 물론 이렇게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대부분일 것이다. 감성적인 접근이다.

반면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절대로 받아드릴수 없는게 김진우다.
냉정히 평가하자면 김진우를 중심으로 투수로테이션을 구상했다가 자신의 목이 달아난 감독이 한두명이 아니다. 2002년은 신인이었기 때문에 제외하더라도 2003년 KIA가 정규시즌 1위를 단 1경기차이(당시 다승제)로 현대에게 넘겨준것은 김진우의 공백이 컸다.2005-2007년은 말할것도 없다.
겉으로 드러난 이러한 것들 외에 진짜로 김진우의 불찰이 두드러진것은 다른곳에 있다.


                                 [2005년 팀 마무리 훈련중 김진우]


전 KIA 단장인 정재공에게 아버지라고 불렀던 선수가 김진우다. 경기 외적인 문제가 있을때마다 수호신처럼 해결해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언론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간 그의 행적은 해당팬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것이다. 그가 임의탈퇴를 당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된 무단이탈 사건도 사실 그 전에도 여러번 있었던 일이다. 그동안 김진우에게 할만큼 한 구단의 임의탈퇴 결정도 예정된 수순이였던것.

이후,"몸을 만들어 복귀하겠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등의 글이 그의 홈피에 올라왔지만 그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얼굴살이 올라온 그의 모습에 누가 믿음을 줄수 있었겠는가. 훈련은 혼자해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하기도 힘들다. 이미 나약해질대로 나약해진 그의 마인드가 그렇기 때문이다.

임의탈퇴 이후 이렇게 많은 시간을 돌아왔다. 그리고 언론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인터뷰까지 했다. 농약을 마시고 죽으려고 했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결론은 없다.
무엇이 먼저인지를 모르는 철부지같은 모습이다.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점은 과연 김진우는 야구를 사랑할까 라는 의구심이다.
돈때문에 힘들었다는 그의 말을 보면서 만약 돈이 있었다면 야구를 하지 않겠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결국 수중에 돈이 없기 때문에 다시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내가 가장 실망했던 점이 바로 이것이다. 

선수와 구단의 문제가 아닌 김진우 스스로의 잘못이란 점에서 쉽게 풀어질 문제는 아닐것으로 보인다. 
구단 입장에서 보면 이미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느낌이다.이번 인터뷰를 바라보는 구단의 시선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그 스스로 해봤는지도 궁금하다. 애가 타는 것은 구단이 아니라 김진우다. 그리고 그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복잡한것만 같은 이 문제의 핵심은 김진우 스스로에게 있기 때문이다.

인간승리 조쉬 해밀턴을 본받으란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해밀턴이 가진 "야구사랑" 만큼은 본받길 바란다.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다. 그 스스로가 엄청난 착각속에 사로잡혀 있는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사진/ MLB.com  KIA 타이거즈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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